[기자칼럼]  태극기 들고 박근혜 생존투쟁 벌이는 그들, 국민은 태극기를 들 수 없다

 

[트루스토리] 조정현 기자 = 태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태극기를 진실로 믿는다. 요샛말로 ‘최고의 아이템’이다. 철두철미한 애국자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황교안. 김기춘. 우병우 등등. 그들에게 태극기는 희망이자 등불이다. 그들은 전국이 매일 태극기로 펄럭이길 바란다.

세상을 제멋대로 살아온 그들에게 태극기는 부정과 부패, 사치를 숨길 수 있는 위대한 존재다. 그래서 국민은 괴롭다.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독립운동과 자유수호,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태극기를 앞으로는 들 수 없기 때문이다. 3.1절이어도 당당히 태극기를 집 앞에 걸 수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단체들이 언제부터인가 촛불에 대응해 태극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진짜 ‘애국 시민’들은 태극기를 걸 수도, 흔들 수도 없게 됐다. 탄핵을 반대하는 우익 정치인들, 시민단체들, 수구우익 그리고 자칭 보수세력들이 태극기를 목에 걸며 마치 항일무장투쟁을 하던 사람들처럼 자신들을 미화하고 있어서다.

그리고 보수언론들도 태극기를 마치 ‘친박 단체’ 혹은 ‘탄핵 반대’ 등의 상징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박근혜라는 ‘피의자’를 살리기 위해 ‘도덕성의 수호자’로 태극기를 묘사하고, 태극기를 들고 집회에 참석한 인물들을 미화하고 있다. 염치는 없다. 사정없이 그들의 악과 그들의 위선을 폭로하고 규탄해야 하지만, 그들의 생존을 위해 태극기를 이용하고 또 조롱한다.

그러면서 마치 태극기를 들고 있는 세력들이 진실인 것처럼, 개혁세력인 것처럼, 빛이자 희망이자 등불인 것처럼 둔갑시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태극기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에 올인하고 있는 친박단체부터 생각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1919년 3월 1일, 우리 민족이 일제의 식민 통치에 저항하는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자주독립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날이다. 그리고 오늘은 바로 98년 전의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기념하는 날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은 참담함 그 자체다.

일제에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삼천만 겨레가 목숨을 걸고 들었던 태극기를 헌법파괴 세력과 그를 비호하는 관제데모 집단이 들고 거리에 나서고 있다. 조국을 지키고 민족을 하나로 모았던 태극기가 헌법 질서를 부정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도구로 유린당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파괴 세력에 의해 태극기가 ‘선전물’이나 ‘시위 도구’로 변질돼 버린 것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의 서석구 변호사는 지난달 14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방청석을 향해 태극기를 펼쳐 보이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그래서 당혹스럽다. 태극기를 들고 다니는 행위가 ‘무개념 보수로 비쳐질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형국이다.

김포시 장기동에 살고 있는 한 40대 시민은 “3.1절인데도 태극기를 달기가 싫다”라며 “태극기는 이제 혐오의 대상이 돼 버렸다”고 일갈했다. 태극기가 어버이연합 집회, 박사모 집회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일부 언론들은 그런 태극기 집회를 ‘균형 있게’ 보도한다는 이유로 더욱 더 확대해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쉴새없는 심리전을 부채질하고 있다. 언론이 철학과 비전을 상실한 까닭에 태극기 세력은 여전히 정직성에 대한 고민을 버리고, 학생들을 위협하고 헌재를 위협하고 있다. 태극기 세력 때문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주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불행한 대한민국이 오늘도 그려지고 있다. 태극기 수난시대다. 연탄재와 똥물로 범벅이 됐다.

태극기 이미지 = YTN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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