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80% 이상이 바라고 있는 탄핵,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명심해야

 

[트루스토리] 조정현 기자 = 시작됐다. 역사는 반복된다. 2004년 5월 14일. 우리는 또 한번 ‘탄핵 심판’의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대재앙처럼 대한민국은 분노하고 있고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지금 헌법재판소를 바라보고 있는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이 마치 전쟁처럼, 재앙처럼 느껴진다.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 각하냐. 어떤 결과가 나와도 한쪽은 분노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기막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정치권과 종교계, 시민사회단체가 너나 할 것 없이 헌법재판소가 던진 ‘최종 선고’를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외치고 있지만, 작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의결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92일을 헌법재판소와 함께 달려온 국민은 ‘성인군자’처럼 단 한순간 마음이 안정시키고 정리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대한민국이 떨리는 풍경을 드러내지 않고 증오와 복수심이 가득한 풍경을 드러내고 있다는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은 큰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 박근혜 대통령은 곧바로 직무 정치 상태에서 즉시 복귀한다. 노무현 대통령처럼 말이다.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은 파면된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60일 이내에 뽑아야 한다.

전자여도, 후자여도, 우리는 ‘국가적 손상’을 입는다. ‘공범’ ‘피의자’.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그렇게 부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상당수도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만큼은 인정하고 있다. 그런 국정농단 세력에 의해 ‘꼭두각시’처럼 살았던 인물이 남은 임기를 위해 복귀한다는 것 자체도 코미디에 가깝지만, 탄핵이 인용돼 부랴부랴 대통령 선거를 한다는 것도 다소 낯설고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준비 없는 상황에서 누군가 대통령에 당선이 되더라도 반대세력은 온갖 트집을 잡아 ‘탄핵을 시키기 위해’ 올인할 것이다. 박근혜가 물러나고 혹여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태에서 명백히 드러났듯이 대한민국은 50년 서로가 총칼을 겨누며 살상을 했던 것처럼,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탄핵 심판 선고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헌법재판소 안팎에는 극도의 긴장감이 감돈다. 물론 하루하루 돈을 벌기 위해,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치는 서민 노동자들에겐 헌재 앞 풍경은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러나 그들도 지난 92일간 가장 참혹한 국가 시스템을 목격했다.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국가 시스템은 붕괴됐고, 대한민국은 조롱과 모멸의 국가가 됐다.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단순히 무능력함을 떠나, 범죄자로 전락했을 때, 대한민국이 어떻게 쓰러져갔는지, 얼마나 끔찍스러운 것인가를 작금의 역사가 말해줬고, 우리 국민이 피부로 느꼈다. 탄핵은 그런 대통령을 단순히 물러나게 하는 1차적인 목적 이외에 대한민국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는 2차적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은 그래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모든 국민이 헌법재판소를 바라보고 있고, 탄핵과 관련된 뉴스를 듣고, 자신들이 투표한 결과가 저질러 놓은 참상에 여전히 충격을 받으면서, 새로운 투표를 하길 갈망하고 있다. 탄핵 심판이 시작됐다. 대한민국의 앞날을 좌우할 ‘심판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모든 결정을 내렸을 것이 분명하다. 국민이 좌우로 갈렸다는 수구우익보수진영의 기괴한 논리에 귀를 닫고, 80% 이상의 국민이 탄핵을 찬성하고 있다는 민심을 헌법재판소가 헤아려줬길 바랄 뿐이다.

또한 너무나 어이없는, 반인간적인, 반민주적인, 반헌법적인 방식으로 이번 탄핵 사태가 종결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탄핵 심판 결정을 내릴지 전 국민의 눈과 귀가 헌재를 응시하고 있다. 다만, 거듭 강조하지만 탄핵 심판을 일부의 진영 논리에 따라 신화적 상상력으로 대충 종결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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