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최성미 기자 = 최근 역량 개발, 급여 상승, 경력 업그레이드 등을 목적으로 자주 이직하는 잡홉핑(Job-Hopping)족이 늘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인재관리에 힘쓰도록 하는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도 있지만, 인재 육성 비용 증가, 모방이직의 확산이라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얼마 전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약 87%의 직장인이 올해 이직을 생각하고 있으며, 82.2%는 작년에 이직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실시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4%가 2012년에 이직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직장인들은 이직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취업난이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이직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특히, 최근 자신의 커리어 개발 등을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준비하여 이직하는 잡홉핑(Job-Hopping)족이 늘어나고 있다.

잡홉핑족이란 통상적으로 2~3년 단위로 자주 직장을 옮기는 사람들을 뜻한다. 이 중에는 무작정 이직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역량 개발, 급여 상승, 경력 업그레이드 등을 목적으로 계획적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전체적인 방향성과 커리어 플랜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조직에 대한 불만, 부적응 등의 이유로 잦은 이직을 하는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중에는 성취 욕구가 강하고 도전 정신이 강하며 취업 시장에서 유리한 역량들을 갖추고 있는 인재들도 많다. 기업은 우수인재 유지와 확보를 위해 잡홉핑 현상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인사관리협회(SHRM)의 조사(2012년)에서도 인사관리 담당자들이 뽑은 향후 10년간 HR의 가장 큰 과제로 ‘우수 인재에 대한 유지(Retention)’가 꼽히는 등, 기업간 우수인재 유치 경쟁은 기업의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 인사 담당자들은 잡홉핑족의 등장이라는 트렌드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수립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잡홉핑족 트렌드를 이해해야 = 2013년 2월~3월에 걸쳐 한 여론조사 기관이 직장인 205명을 대상으로 ‘잡홉핑(Job-Hopping)에 대한 직장인 의식’을 주제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많은 직장인들이 잡홉핑이 상당수 존재하고 있으며 과거 대비 증가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우선, ‘귀하가 속한 조직에서, 잡홉핑을 하는 동료들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48%가 ‘우리 회사 내에 잡홉핑을 하는 직원이 상당수 존재한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처럼 단기간에 직장을 이동하는 잡홉핑은 과거에 비해 더욱 증가하는 추세로 인식되고 있다. ‘귀하가 보시기에, 과거에 비해 잡홉핑하는 직장인들이 증가 또는 감소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직장인의 61%가 과거 대비 증가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반면, ‘과거 대비 감소하고 있다’는 응답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이직을 자주 하는 경우 흔히 ‘부적응자’ 또는 ‘철새’ 등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낙인 찍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직장인들의 인식은 많이 변한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잡홉핑하는 동료들에 대한 인상은 어떻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조직보다 자신을 먼저 생각한다거나 끈기가 부족해 보인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보다는 지속적으로 역량을 개발하고 최신의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인식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주변에서 잡홉핑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직한 사례를 보았다는 응답도 61%로 높게 나타났다.
 
◆ 왜 증가할까 = 이처럼 이제 잡홉핑은 직장 내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예전에 비해 늘어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먼저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고용 불안정성에 대한 개인의 불안감이 심화된 것을 그 원인의 하나로 볼 수 있다. IMF 이후 직장인들은 경영실적이 악화되면 구조조정 등의 인력 효율화 작업이 진행되고, 장기 고용이 더 이상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면서 불안감이 심화되었다. 각자 스스로 자신의 앞길을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개인은 타의에 의해 이직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보다 적극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조직에 나를 맡기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된 것이다.
 
또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중시하는 세대의 유입도 잡홉핑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세대 연구의 구루(Guru)인 돈 탭스콧(Don Tapscott)은 그의 저서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에서 넷(Net)세대로 통칭되는 신세대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의 자유’를 중시한다고 특징지었다.

그들은 한 직장에서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근무하기보다는, 자신이 올린 성과와 시장 가치에 따라 보상받는 것을 선호하고 자신에게 합당한 보상을 주거나 더 도전적인 기회가 많은 일을 찾아 이동한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인재 유입이 늘면서 한 곳에 얽매이지 않고 어렵지 않게 직장을 옮기는 추세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업종 및 직무를 초월한 인재 영입 경쟁이 심화되면서 구성원들이 다양한 분야로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였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최근 기술간 컨버전스가 활성화되고 창의적 성과에 대한 니즈가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색다른 시각 또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비즈니스에 접근하고, 학문간·기술간 다양한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공과 직종의 경계를 넘는 다양한 인재 유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R&D분야에서 인문학 전공자의 시각과 통찰력을 필요로 하게 되고, 전자 산업에서도 전기·전자 이외의 다양한 전문 능력을 요구하게 되면서, 인재들이 전혀 새로운 직종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즉, 구직자 입장에서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 것도 결국 잡홉핑의 증가를 불러온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직이 용이한 조직문화적 환경이 조성된 점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순혈주의 등 내부 인사를 중심으로 하는 경향이 강하여 외부에서 영입된 인재들의 적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기업이 로열티보다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역량을 중시하게 되면서,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가진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증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경력사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완화됨으로써, 개개인들은 새로운 조직으로 진입하는 장벽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점이 인재의 이동을 용이하게 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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