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명분 버리고, 생존을 위해 홍준표와 손잡은 탄핵 주도 의원들

[트루스토리] 박인학 기자 = 유권자들은 잠시 착각을 할 뻔 했다. 지난 탄핵 정국에서 보수진영에도 ‘올바른 정신’을 가진 ‘합리적’ 보수 정치인들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들은’ 늘 그렇듯 위기의 상황에서 한 배를 탔고, 그렇게 본질은 변하지 않다는 것을 대선 정국에서 그들은 재확인시켜줬다. 유권자들로서는 한결 가벼워진 셈이다.

그들은 정치권력에 아부하는 게 아니라 ‘정의’이자 ‘진실’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박근혜를 탄핵시킨 주체적 역할을 한 뒤 박근혜 사면을 외치는 홍준표 후보와 잡는 행위도 ‘정치인들의 정치적 명분’일 뿐, 그 어떤 개인적 욕망이 뒤따른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청문회에서 보여준 것도 ‘진실’일 뿐 ‘연기’는 아니라고 반박한다.

하지만 김무성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다. 핵심은 굉장히 간단하다. 박근혜를 탄핵시킨 사람들이 박근혜를 사면하려는 후보 쪽으로 다시 붙었다는 것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밥그릇 정치’가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하지만 ‘밥그릇 정치’로 유권자들은 바라보고 있다. ‘국민을 위한 정치’라고 목에 힘을 주고 논평을 쏟아내지만, ‘헛소리’로 유권자들은 바라보고 있다.

물론 박근혜를 여전히 지지하고, 그런 박근혜의 사면을 외치는 홍준표를 지지하는 쪽에선 바른정당을 탈당한 정치인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다. 그들에게 이들의 행동은 ‘잔꾀’라기 보다는 ‘신념’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당수 유권자들은 확실하게 그들의 정체성을 알아버렸다. 현 정권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잔꾀를 부렸고, 이제 보수가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보수언론들이 포장해주자, 다시 ‘밥그릇’을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핵심은 탈당 의원들의 사상과 신념이다. 이들은 ‘좌파 척결’을 외치고 있지만, 홍준표가 당선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없다면 이들이 유승민 후보 쪽에서 홍준표 쪽으로 이동할 명분은 없다. 혹자의 표현대로 ‘쫄보’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정치인들이 홍준표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상 박근혜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바른정당 의원 13명이 2일 집단 탈당을 하고, 홍준표 대선후보의 지지를 선언했다. 문재인 후보에 대한 알레르기,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포감을 갖고 있는, 문재인 측에서 보면 ‘적폐 세력’들이 생존을 위해 과거에 살던 집으로 컴백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박근혜를 한때 과감하게 버리듯, 유승민을 잔인하게 버렸다. 때문에 언제든지 홍준표도 버릴 수 있다는 논리가 적용된다.

 

홍준표 후보는 여전히 ‘태극기 민심’ 속에서 유세를 하고 있다. 오직 ‘좌파 척결’만 외치며 지지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대의명분에 맞지 않는 유세를 하고 있다는 비판에 거센 상황에서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홍준표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들은 홍준표 후보가 “박근혜는 내가 당선 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되고, 그러면 무죄가 된다”는 말에 대해 전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자신들도 말하기 부끄러울 것이다.

유승민 후보와 가까운 이혜운 의원은 YTN 라디오와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잘못된 길로 돌아가고 있다” “이건 보수가 영원히 죽는 길”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보수는 영원히 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모인 당에 또다시 표를 주는 유권자들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쫄보’의 유전자가 한 두명에게 기생하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이게 바로 한국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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