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손석희 앵커브리핑, 안철수가 시련을 당했다는 기막힌 논리

 

[트루스토리] 손석희 앵커브리핑에 대한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시련을 당한 인물’로 묘사했기 때문. 손석희 앵커의 논리라면, 박근혜도 시련을 당한 인물이고, 우리 사회의 모든 범죄자 역시 시련을 당한 인물로 묘사될 수 있다. 그 누가 억울하지 않을까. 댓글은 물론이고 이러한 가벼운 글로 비판을 받고 있는 손석희 역시 ‘시련을 당하는 인물’일 수도 있겠다.

역사 속의 개체라는 명제를 떠올릴 때 가장 관심을 받는 대목은 그 개체가 역사 속에 어떤 모습으로 투영되는지 여부다. 또 스스로 그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우리는 지금 안철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손석희 앵커브리핑은 그동안 진심으로 잘해왔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굉장히 멋지고 통쾌했다. 우리 사회의 숨겨진 부분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기도 했고, 약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했고, 강자의 이중성을 타파했다. 그런데 그건 언론의 본기능이다. 만약 이와 반대되는 행보를 한다면 그건 더 이상 언론이 아니라 사이비 기관지일 뿐이다.

하지만 손석희 앵커도, 가장 사랑받는 언론인인 그 역시 ‘중립에 매몰된 언론인’일 뿐이었다. 그는 가해자로 지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를 ‘시련을 당하는 사람’으로 둔갑시켰다. 정치공학적 발언이다. 때문에 손석희도 정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황당한 의혹이 난무한다.

손석희 앵커브리핑은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가해자’로 지목을 받고 있는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해 언론을 통해 피해자로 둔갑하는 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수구우익보수집단이 만들어 놓은 종편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없게 되는 처지에 놓였다. 그들은 늘 언론이라는 사기성 조직을 통해 박근혜와 최순실 그리고 우병우와 김기춘 등 국정농단 세력을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그리고 형식과 방향만 다를 뿐, 손석희도 앵커브리핑을 통해 그들과 비슷한 걸음을 걸었다.

논란이 되는 대목은 이렇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치밀한 공모나 조작이 아닌… 소박하게 전해지던 진정성 아니었을까. 그 참신했던 정치인은 몇 번의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 다시 시련기를 맞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의 문준용씨 취업특혜 의혹 조작사건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리고 그 배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사실상 배후가 누구인지 누리꾼들은 다 알고 있는 상황에서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앵커브리핑을 통해 안철수를 적극적으로 보호했다. 방어막을 형성한 것이다. 국정원 댓글로 대선을 조작했던 과거 정부 보다 더 심각한 대선 조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에 대해 손석희 앵커가 직접 물타기를 한 셈이다.

국민의당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상황이라면 그 총체적 책임자이자 주체인 안철수 전 후보를 매섭게 비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손 앵커는 안철수 전 대표를 옹호했다. 손석희 앵커는 안철수에 대해 “지금 다시 시련기를 맞고 있다”며 걱정의 시선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단 한번도 “시련기를 맞고 있다”고 한 적이 없는 그가, 어찌된 일인지 안철수에 대해선 확실하게 감싸는 그림을 그렸다.

문제는 손석희의 위상이다. 다른 언론인들이 그런 말을 쏟아내더라도 대중은 알아주지 못한다. 본 기자의 글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손석희는 국민이 사랑하는 앵커이자 신뢰를 받는 앵커다. 그런 그가 안철수에 대해 ‘시련을 맞고 있다’고 했다. 누가 보면 안철수가 피해자인 것처럼 느껴지는 위험한 대목이다.

삼척동자도 알다시피 피해자는 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씨다. 그런데 손석희는 앵커브리핑을 통해 문준용에 대해 보호막을 친 게 아니라 안철수에 대해 보호막을 쳤다. 그럼 질문이 나온다. 누가 시련을 준 것일까. 혹시 손석희 앵커는 안철수를 제치고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시련을 준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손석희 앵커가 안철수에 대해 그렇게 옹호를 한다면, 기자도 손석희 앵커에 대해 그런 허섭스레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내가 하면 로맨슨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유치한 공식에 대해 손석희 앵커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테니까 말이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시련으로 정리할 사안이 아니다. 명백한 범죄다. 물론 안철수가 ‘범죄자’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안철수가 논란의 중심에서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함부로 안철수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할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세련된 방송인’ 손석희가 안철수의 손을 들어주는 듯한 기괴한 모습을 선보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지금 시련기를 겪고 있는 중인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고, 피해자인 문준용씨의 아픔에 대해선 왜 말이 없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 또한 당연하다. 물론 일각에서는 손석희 앵커의 앵커브리핑이 우회적으로 안철수 전 대표를 오히려 비판한 것이라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 다수가 불편하게 느꼈다면 앵커브리핑이 잘못된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스스로 적극적인 대응을 하는 과정에서 너무나 편파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역사 자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다가 너무나 극단적 태도를 취했다. 깃발 없이 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깃발을 제대로 흔들어야 한다. 언론이라는 게 너무나 기계적 중립을 지킬 필요는 없다.

들머리 지나는 뜬구름 같은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수는 한 두 번 정도면 족하다. 손석희 앵커가 앵커 브리핑을 통해 몇 차례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국민은 그렇다고 밑도 끝도 없이 비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은 애절한 심사에 빠진 것 아니냐는 조롱이 나올 정도로 심각하다는 지적이 난무하고 있다.

야만적인 정치적 폭력을 떠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왜 손석희는 안철수를 보호하고 싶었을까. 우리는 오히려, 그런 집단이 정권을 잡았을 경우 어떤 역사적 왜곡이 벌어지게 될까에 대해 걱정하며 그런 그들의 허섭스레기 논리에 오히려 중립적 비판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손석희 앵커브리핑이 언제부터인가 뒤뚱뒤뚱 걸어가고 있다. 그러다가 ‘쾅’ 넘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최봉석 대표이사 겸 발행인

손석희 앵커브리핑 이미지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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