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론 '환경' 투자 내세우며 석탄발전소의 가장 큰 투자사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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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미혜 기자]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BlackRock)의 이중적 투자 행태가 '가짜 편지' 파동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로랜스 핀크(Laurence Fink) 블랙록 CEO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기 몇 시간 전인 지난 16일 새벽에 자신의 명의로 작성된 연례 편지을 받았다. 

그러나 블랙록의 투자자들에게 보내지고 블랙록 웹사이트에도 실린 이 편지는 실제는 핀크가 작성한 것이 아니었다. 

이 '가짜 편지'는 세계에 가장 큰 화석 연료 회사의 소유주인 블랙록을 압박해 기후 파괴의 원인을 제공하는 화석연료 회사에 대한 지분을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해 한 시민운동가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편지는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타고 가짜라고 밝혀지기도 전에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의 커버를 장식했다. 이후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 배런즈 파이낸셜 뉴스(Barron’s, Financial News) 등이 이 편지가 가짜라고 후속 보도했다.

'가짜 편지'는 스턴트 출신의 시민운동가가 언론과 수천 명의 블랙록 직원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편지의 내용은 "회사가 전 세계의 안정성과 장기적인 수익을 향상할 수 있는 가능한 조치를 취해 기후 변화를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이어 "블랙록의 모든 투자는 화석 연료를 자연스럽게 차단해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사회적이고 생태계학적 위기에 참여하도록 하겠다"며 "블랙록은 투자회사의 소유 지분을 적극 활용, 화석연료 회사가 비즈니스 모델을 파리 협정에 맞춰 기후 변화에 대처하도록 강요하겠다"고 적었다. 

과거 핀크는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도록 반복적으로 권장했으며 장기적으로 환경을 위협하는 기업의 총수들을 질책'하기도 했다.

특히 그의 지난해 연례 편지는 기업들이 ‘사회적인 목적’을 달성하고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으로 작성됐었다.

그러나 블랙록은 기후 파괴의 가장 큰 원인인 화석연료 회사의 주식을 다른 투자운용사들 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중적 경영 행태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미국의 진보시민단체 예스맨(Yes Men)에 의하면 블랙록은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석탄 발전소의 가장 큰 투자자로 기후 조치에 관한 투명성과 주주 참여 등에서 자산관리사로서 최악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미국 진보시민단체 예스맨이 블랙록 로랜스 핀크 CEO에 보낸 공개편지. [사진=예스맨 홈페이지 캡처]
미국 진보시민단체 예스맨이 블랙록 로랜스 핀크 CEO에 보낸 공개편지. [사진=예스맨 홈페이지 캡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캐런 윌슨 (Karlen Wilson)은 "만약 소셜 임팩트 투자자라고 불리고 싶다면 선한 의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임팩트 투자 펀드는 더 엄격하게 측정되어 얼마 만큼의 돈이 효과적으로 쓰이고 있는지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며 "사회와 환경 이익과 기금들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제대로 된 국제 표준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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