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낚시의 ‘물때’ 알기

바다낚시를 하다 보면 이런 멋진 풍경도 만난다. 서해 태안 앞바다 옹도.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바다낚시를 하다 보면 이런 멋진 풍경도 만난다. 서해 태안 앞바다 옹도.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현대인들은 대개 태양력에 의존하여 산다.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을 1년이라 정하고 그것을 12달로 나누고, 또 지구가 자전하는 시간을 하루로 정하고 그 시간을 쪼개 24등분하여 1시간으로 정했다. 이른바 태양력이다.

여기에 자연법칙과 상관없이 기독교에서 비롯한 1주일을 정해 월·화·수·목·금·토·일의 요일을 만들었다. 이게 세계화된 인간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바탕으로 인간들은 자고 먹고, 일하고 쉰다. 하지만 물고기들에게 인간의 시간은 통하지 않는다. 물고기 역시 계절과 낮과 밤이라는 태양력의 영향 하에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달의 영향, 즉 태음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간단하게 말하면 물고기에게는 요일 같은 것은 없다.

물고기들만의 시간이 있는 것이다. 초보 낚시꾼들은 “이번 토요일이 쉬는 날이니 낚시 가자”고 한다. 반면에 경험 많은 꾼들은 “이번 토요일이 조금 물때이니 낚시 가자고 한다.” 같은 토요일이라 하더라도 인간의 시간에 맞추는 초보와 물고기의 시간에 맞추는 고참이 다른 것이다. 

바다낚시를 하자면 물고기들의 시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즉 ‘물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다. 처음 바다낚시를 하면 사리니, 조금이니, 3물이니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일까? 달은 대략 한 달에 한 번 지구를 돈다. 보름달이 뜨고 다음 보름달이 뜨기까지 약 30일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달이 없는 때는 그믐이다. 보름과 그믐 때 달은 지구에 가깝게 접근한다. 서로 끌고 당기는 만류인력에 따라 달의 당김 현상이 가장 강할 때가 달이 지구에 가깝게 접근하는 보름과 그믐 때이다. 육지야 고체이니까 달이 잡아당긴다 해도 큰 변화가 없지만 바닷물은 유동성의 액체이니까 달이 잡아당기면 바닷물이 끌려간다. 달이 바닷물을 많이 당기면 조수간만의 차가 크게 나타난다. 

매달 조수간만의 차이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매일 달이 지고 뜨는 관계로 하루에도 두 번씩  밀물(들물)과 썰물(날물)이 교차한다. 그러니까 물때란 15일 기준으로 사리 때와 조금 때가 반복되며, 또 하루 물때도 썰물 때가 있고 밀물 때가 있는 것이다. 서해에 가면 어떨 때는 바닷물이 바로 앞에까지 찰랑거리고 어떨 때는 멀리까지 갯벌이 드러나 있음을 보게 된다.

바닷물이 앞에 찰랑거릴 때가 바로 만조이며, 가장 멀리 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나 있을 때가 간조 때이다. 서해인 화성 제부도는 만조 때는 물이 들어와 섬이 되었다가 간조 때는 갯벌이 드러나 육지를 연결하는 도로가 나타나는 육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서해와 같이 수심이 얕고 바다가 넓지 않으면, 달의 인력에 영향을 많이 받고 동해와 같이 깊고 큰 바다는 달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서해가 조수간만의 차이(사리 때는 약 8m)가 세계적으로 큰 반면, 동해가 조수간만의 차이(약 30cm)가 거의 없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남해는 그 중간쯤 된다.

때문에 서·남해에서 이루어지는 낚시는 물때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강섬돔 낚시와 같은 찌낚시는 조금 때보다 사리 때가 더 좋은 경우가 많고, 우럭낚시는 조금 때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 왜 그런 지를 따져보기 전에 사리 물때와 조금 물때를 좀 더 설명하자.

양력 2019년 3월 1일(음력 1월 25일) 인천 기준으로 보면 만조 시각은 00시 05분과 13시 25분이다. 간조시간은 06시 34분이고 20시 07분이다. 만조란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을 때를 말하는데, 밤 00시 05분에 물의 수위가 가장 높았다가 서서히 물이 빠지면서 아침 06시 34분에 간조가 된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썰물(날물)이 되어 물이 빠진 강화도 갯벌.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이후에는 물이 들어와 오후 13시 25분에 다시 만조가 되고, 그 다음 물이 빠져 밤 20시 07분이 되면 간조가 된다. 좀 더 설명하면 3월 1일 00시 05분 만조 때는 해수면 기준으로 수위는 557cm이고, 아침 06시 34분에는 256cm이다. 이 차이는 301cm가 된다. 그런데 7일이 지나 양력 3월 8일이 되면 06시 02분 만조 때 수위가 799cm이고 12시 16분 간조 때의 수위는 37cm이며, 그 차이는 762cm나 된다. 약 6시간 동안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데, 많이 물이 들어오고 많이 나가려면, 물의 속도가 빨라져야 할 것이다.

간혹 서해안 갯벌에서 조개를 줍다 물이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있다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물이 들어오는 속도를 이해하지 못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은 그만큼 조류가 세다는 것을 말한다. 서해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가끔 강물보다 더 빨리 바닷물이 흐르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이런 현상이 다 달의 인력으로 인한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생기는 것이며 이런 자연현상을 이용해서 서해에서는 조수발전기를 가동하기도 한다.(해수면 기준이란  바다의 수위는 늘 변하므로 우리나라에서는 인천 앞바다의 해수면을 기준으로 평균치를 내어 정한 것이다. 인천 인하대학교에 수준원점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의 높이가   해발 26.6871m이다. 이것을 기준으로 삼아 우리나라 모든 지점의 높이가 정해진다. 이를테면 백두산 높이가 2744m라 함은 인천 해수면 기준으로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그럼, 하루하루 변화하는 만조와 간조는 충분히 이해가 되었을 것이다. 다음에는 매일매일 간만의 차가 달라지지만 그것은 보름 주기로 일정한 패턴을 가지며, 지구와 달과 바다가 있는 한 무한 반복된다. 음력으로 설명하면 매달 음력 1일을 7물로 정해 놓았다. 2019년 3월 기준으로 보면 다음 표와 같이 전개된다.

이 표를 보면 그믐과 보름은 6물 아니면 7물에 해당한다. 즉 보름달이나 달이 없을 때는 사리 때라서 물이 빠르고, 반달일 때가 조금 때임을 알 수 있다(음력으로 작은 달인 29일이 되면 6물은 없어지고 5물 다음이 7물이 된다). 

그런데 바다낚시를 하면서 왜 이런 물때를 알아야 할까? 물론 고기를 효율적으로 잘 잡기 위해서다. 낚시하러 가서 고기 못 잡아도 좋다면 이런 것 완전 무시하고 다녀도 되지만, 실제 그런 사람은 거의 보지 못했다. 어종마다 달라지지만 서해 우럭낚시를 기준으로 하면 사리물때보다는 조금물때가 조황이 좋기에 물때를 알고 출조하는 게 좋다는 거다.

그렇다면 왜 우럭낚시는 조금물때가 좋을까? 첫째 유속이 너무 빠르면 봉돌이 제 포인트에 안착하기가 쉽지 않다. 둘째 유속이 너무 빠르면 포인트를 배가 금방 지나가 버린다. 셋째 유속이 빠르면 뻘물이 형성되어 우럭이 미끼를 보지 못한다. 서해의 경우는 바다 바닥이 펄이 많기 때문에 사리 때는 유속으로 인해 이른바 탁물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사리 때라 하더라도 간조나 만조 시에는 유속이 느려지기 때문에 낚시하기 좋을 수도 있지만, 바닷물이 탁해 고기가 미끼를 보지 못해 조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먼 바다로 나가서 하는 이른바 침선낚시의 경우 물때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다.   

물때를 안다는 것이 상당히 복잡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위의 설명이 복잡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위의 내용을 싹 무시해도 된다. 다만 “사리 때는 물이 빠르게 흐르고, 조금 때는 물이 천천히 흐른다. 하루에 두 번씩 만조와 간조가 교차한다.

그리고 우럭낚시는 조금, 무시, 1물, 2물, 3물때가 잘 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된다. 이것을 기억하고 좀 더 쉽게 물때를 아는 방법은 ‘물때표’를 보면 된다. 검색엔진에서 ‘물때표’를 치면 몇 물인지, 지역마다 다른, 간조와 만조 시간은 언제인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물때표는 국립해양조사원 홈페이지나 국립해양조사원의 자료를 받아 물때를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바다타임 사이트에 들어가면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낚시꾼들은 바다타임 물때표를 본다. 낚시 포탈이나 낚시 출조점 홈피 예약란에도 간단하게 물때가 표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링크 참조

바다선상낚시의 경우 어차피 하루 종일 낚시를 하게 되어 있으므로 만조와 간조보다 그 날이 몇 물인지를 알고 출조 계획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휴일이 다가오는 토요일이라면, 그 토요일이 몇 물에 해당하는지 알고 출조하라는 이야기다. 경험적으로 보면 우럭낚시의 경우 조금에서부터 3물 정도가 가장 조과가 좋다(광어낚시는 오히려 사리 물때에 조과가 좋은 경우가 많다). 특히 2, 3물 물때에 쿨러를 채우고 대물을 잡은 경우가 많다. 조금 이후 물색이 좋아지고, 조류도 적당히 흘러 그럴 것이다. 

연안 우럭낚시의 경우 5월 중순부터 6월, 10월에서 12월 중순까지가 대개 우럭낚시의 황금 시즌이다. 이런 시즌 주말에 조금 물때의 경우, 유명한 우럭 낚싯배 예약은 상당히 어렵다는 것도 말해 둔다. 상당히 서둘러야 한다. 하지만 모든 낚시가 그렇듯이 물때 좋고, 계절이 좋아도 그날 바다 날씨가 바람이 불거나 해서 안 좋으면, 좋은 조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바다선상낚시는 계절과 물때, 그날의 날씨, 수온, 낚시꾼의 실력, 선장의 능력 등이 다 합쳐져서 종합적으로 조과가 나온다. 하지만 그런 모든 조합이 다 받쳐주어도, 몰황일 경우가 가끔 있다. 바로 옆에서 낚시하는 꾼이 줄을 너무 풀어 하루 종일 엉킨 줄 푸는 일도 있으며, 저 멀리 후쿠오카에서 해저 지진이 나서 바다 고기들이 아예 입을 닫았다고 추측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꾼들은 “우럭 대가리에 봉돌을 때려도 안 물더라”라고 표현한다.    

낚시가 잘 안 되는 이유는 ‘핑계없는 무덤’이 없는 것처럼, 수많은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합리적으로 제거해나가는 것이 낚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낚시가 안 되는 이유는 IMF 환란의 이유보다 훨씬 더 많다. 또한 그것이 낚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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