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이지현 기자] 현직 언론인이 장편소설을 썼다.

저자는 세계일보 강호원 논설실장이다.

소설 ‘물망(勿忘)’은 세종에서 단종 삼대에 걸쳐 조선의 북방을 지키던 무장 이징옥을 다뤘다.

동 시대의 인물로 김종서가 있지만 이징옥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그저 ‘이징옥의 난’으로 단순하게 설명될 뿐이다.

이징옥의 난은 계유정난 당시 혼란한 틈을 타 북방의 여진족 세력을 등에 업고 대금황제(大金皇帝)를 칭하며 군사를 일으켜 역모를 도모한 것으로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이징옥의 거병을 그와 같이 해석하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징옥은 역심으로 군대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신들을 피살한 뒤 단종을 사실상 구금상태에 두고 왕위 찬탈에 대한 야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에 반기를 들고 종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분연히 의거한 것으로 봐야 옳다는 것이다.

세종실록에는 이징옥을 애민정치를 펼쳤던 참 수령이자 왕의 두터운 신임을 얻었던 충신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증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역사의 승자가 된 것은 수양대군이고 패자인 이징옥은 역신이 돼 역사에서 언급되서는 안될 인물로 남았다는 것이다.

소설 ‘물망’은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사필귀정(事必歸正),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치를 들고 수양대군과 그 도당의 패도에 맞서 일어서는 이징옥과 그를 따르는 북방의 무장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저자는 또 소설을 통해 잊혀진 충신들을 재평가하고 은폐된 역사를 드러내고자 한다.

저자는 여진족과 관련된 역사를 부정하고 이들을 적대시 하는 태도에서 발해역사를 삭제했던 ‘삼국사기’의 편협한 사고와 같은 역사인식이 되살아났다고 탄식한다.

‘물망’은 이징옥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실제로 상당 부분을 이징옥에 대해 할애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올량합 여진족장 낭발아한의 딸 토로고와 이징옥을 따르는 무장 김죽의 비극적인 사랑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우신고를 나와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세계일보에 입사해 북경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논설실장으로 일하면서 역사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강호원 지음/도서출판 들녘,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