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수로 올린 우럭. 4짜 중반. 1kg이 넘는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첫 수로 올린 우럭. 4짜 중반. 1kg이 넘는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지금까지 선상낚시에 대한 기초 이론을 주로 설명했다.

이제부터 실전 낚시를 소개한다. 낚시에는 정답은 없다. 물때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양한 변수가 상존한다.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그날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낚시를 했는가, 하는 일종의 보고서일 따름이다. 또 세상에는 낚시 고수도 많다. 다만 참고로 하면 좋겠다.

2019년 6월 22일, 11물이다. 이날은 일년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였고, 물때는 11물로 썩 좋은 날이 아니다. 다만 예보상으로 바다 날씨가 좋았고, 토요일이어서 큰 기대없이 출조를 감행했다.

출항지는 우럭 낚시의 메카인 안흥 신진도항. 배는 용궁호. 이 배의 선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로 17인승 배를 운용하다가 최근 새로 20인승 배를 건조해 이날이 두 번째로 출항하는 날이었다.

새벽 4시 30분. 추첨으로 자리를 배정받았다. 요즘은 배의 자리다툼이 심해 아예 추첨하는 배가 많아졌다. 어초나 침선 낚시의 경우 배 후미 쪽이 대체로 유리하다. 때문에 승선할 때 아수라장이 되는 경우가 많아 추첨으로 자리를 결정하는 것이다.

내가 배정받은 자리는 배 우측 3번, 즉 배 앞 쪽으로부터 세 번째 자리다. 경험적으로 보면 선장 바로 옆 자리이므로 조과가 평균적으로 괜찮은 자리다.

배를 타자 어디로 가느냐고 선장에게 물어 본다. 우럭 낚시는 선장의 판단과 실력이 조과를 거의 결정한다. 선장은 오랜 경험과 각종 전자장비의 도움을 받아 그날그날 출조지를 결정한다. 11물이고, 며칠 전 사리가 큰 사리여서 근해는 물이 뒤집혀 있을 거다. 즉 탁물이어서 우럭이 미끼를 보지 못한다.

근해는 물도 빨라서 낚시하기가 상당히 어려울 거다. 예상대로 선장은 격렬비열도 쪽으로 멀리 나간다고 한다. 신진도항에서 약 2시간 정도 항해해야 하는 거리다. 이럴 때는 선실에 들어가 잠을 청하는 것이 제일 좋다.

간밤 한 숨도 못자고 서울에서 새벽 한 시에 출발하여 운전을 하였으므로 체력을 유지하려면 일단 자야 한다.

선실에서 단잠을 자고 있으려니 엔진 소리가 잦아든다. 선상 낚시를 오래 한 사람들은 아무리 깊은 잠이 들어도 배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그 타이밍을 기가 막히게 알아채고 일어나 낚시 준비를 한다.

격렬비열도, 왼쪽이 서격비도, 중간이 등대가 있는 북격비도, 오른쪽이 동격비도.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격렬비열도, 왼쪽이 서격비도, 중간이 등대가 있는 북격비도, 오른쪽이 동격비도.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격렬비열도가 보인다. 격렬비열도(格列飛列島)는 멀리서 보면 새가 날아가는 형상을 나타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태안반도에서 서쪽으로 약 55km 거리에 있다. 여기서 20km 정도만 서쪽으로 더 나가면 공해상이다. 줄여서 격비도라 부른다.

격비도는 동격비도, 서격비도, 북격비도 등의 세 개의 큰섬과 작은 암초 등이 모여서 열도를 이루고 있다. 북격비도에는 등대가 있고, 우럭과 농어 등의 각종 어자원이 풍부하다. 바다의 기암괴석이 보여주는 풍경은 기기묘묘하지만, 대개의 낚시꾼은 풍경에 관심이 없다.

배는 우선 암초 밭에서 낚시를 시작한다. 입질이 거의 없다. 작은 우럭 몇 마리가 올라올 뿐이다. 물때의 영향이리라. 배는 여기저기 포인트를 찾아다니지만, 잔챙이 몇 마리, 조과가 거의 없다. 한두 번 포인트에 진입해서 전체적으로 조과가 없으면 배는 바로 이동한다.

외해로 나오니 물은 맑아 충분히 입질할 것도 같지만 거의 입질이 없다. 선장은 여기저기 포인트를 찾아 부지런히 탐색을 한다. 어초에도 들어가 보고 침선(가라앉은 배)에도 들어가 보지만 입질이 많지 않다.

우럭낚시는 최근에는 거의 데이터에 의존하는 낚시다. 어탐기와 GPS로 무장한 배는 정확한 포인트에 배를 진입시키고, 그 포인트에서만 입질이 온다. 우럭이 암초지대, 어초나 침선 등 특정한 장소에서만 먹이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서남해에 우럭이 서식하는 곳은 수없이 많다. 또 우럭은 회나, 탕, 구이로서 매우 훌륭하고 손맛을 제공하면서도 낚시가 비교적 쉽다.

또 그 자원이 해마다 조금씩 줄어 들고는 있지만 지속적인 치어 방류도 있고 해서, 아직도 잡아먹을 우럭은 많다. 이런 여러 이유로 해서 바다선상낚시의 대표선수가 바로 우럭 낚시인 것이다.

오전 9시경 선장은 결단을 내린다. 전속력으로 격비도 서남쪽으로 내달린다. 이럴 때는 흔히 낚시군들 사이에서 말하는 선장의 비포(비밀포인트)로 향할 때다. 비포는 비장의 포인트이기도 하다. 물론 비포는 물때와 여러 조건이 맞을 때 성립하는 포인트다.

30분 정도 달려 도착한 곳이 높이 8미터 정도의 어초란다. 수심은 42미터 정도. 수심 42미터의 해저에 높이 8미터 정도의 어초가 드문드문 놓여 있는 그런 자리다.

​미끼는 염색한 오징어. 바늘을 미끼 정 중간 끝에 한번만 꿴다. 그래야 미끼가 돌지 않는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미끼는 염색한 오징어. 바늘을 미끼 정 중간 끝에 한번만 꿴다. 그래야 미끼가 돌지 않는다.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좀 긴장을 하고 채비를 내린다. 미끼는 빨간 물을 들인 오징어. 염색하지 않은 오징어와 빨간 색 웜, 이렇게 세 종류의 미끼를 준비했다. 어느 것이 효과가 있을 지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처음 낚시를 시작하고 고기를 잡는 사람의 채비를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이날도 앞서 잡은 사람을 보니 거의 빨간 오징어를 물고 올라왔다. 그래서 염색한 오징어를 사용한 것이다. 염색 오징어는 낚시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3단 채비에 맨 아랫 바늘을 달지 않아 실질적으로는 2단 채비다. 어초낚시를 주로 할 것이기 때문에 밑걸림을 피하기 위해 아랫 바늘을 달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론상 어초에 진입하여 어초에 채비가 닿더라도 봉돌부터 닿기 때문에, 만약 입질이 아니고 봉돌이 닿으면 낚싯대를 살짝 들어 올리면 된다.

물론 이론상 그렇다. 이렇게 해도 채비가 걸리는 겨우도 많다. 채비가 바닥에 닿고 줄이 좀 펴지기를 기다려 6미터를 감아올린다. 이때 꾼은 자기 낚싯대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낚싯대를 잘 봐야 한다.

포인트에 진입하면 대개 한 방향에서부터 입질이 오거나 어초에 채비가 걸리기 때문에 언제 내 낚싯대에 입질이 올 것인가를 예측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20인승 배의 경우 한 라인에 10명이 낚시를 하기에 잘 보면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역시 뒤에서부터 입질이 온다. 10번 자리는 어초에 걸렸고, 9번 자리는 고기가 낚여 릴을 감고 있다. 7,8 번은 건너 뛰고 6번은 걸리고 5번은 입질이 왔고, 이제 내 차례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낚싯대에 후두둑하는 큰 입질이 왔다.

바로 릴을 감는다.

우럭의 저항으로 낚싯대가 휘청휘청 한다. 거의 다 올라왔을 때 뭔가 이상한 것을 느낀다. 바로 올라오지 않고 고기가 배 후미 쪽으로 끌려가는 것이다. 이건 옆 사람 채비와 나의 채비가 엉켰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이럴 때 고기가 보이면 소리를 쳐서 상대방에게 줄을 풀어라고 해야 한다. 두 사람이 동시에 당기면 고기가 터져나가기 때문이다. 다행히 옆 쪽 낚시꾼이 줄어 풀어 고기를 올릴 수 있었다. 초보자 중에는 자기가 낚을 줄 알고 무작정 감는 수가 있다. 이럴 때는 오히려 줄을 풀어주어야 한다.

올리고 보니 45cm 정도로 1킬로 정도 나가는 우럭이다. 출발이 좋다.

이후에도 두어 포인트에서 우럭이 올라온다. 가끔은 채비가 어초에 걸려 바늘을 다시 묶기도 한다. 이럴 때가 가장 어렵다. 우럭이 어초 위에 완전히 떠 있는 것도 아니고, 어초 상하단을 오르내릴 때 욕심을 내서 수심을 내리면, 어초에 걸리고 올리면 입질이 뜸하다.

그래도 한 한 시간가량 잦은 입질을 받고 씨알 좋은 우럭 대여섯 마리를 올렸다. 그런 입질이 지나고 물이 가지 않으니 입질이 뜸하다.

우럭낚시의 메카, 태안 안흥 신진도항 전경.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우럭낚시의 메카, 태안 안흥 신진도항 전경. [사진=하응백 문화에디터]

점심 식사를 하고난 뒤에도 입질은 드물었다. 두어 마리를 추가하고 배는 내만권으로 이동한다. 물때가 지난 것이다. 옹도 부근에서 한두 번 낚시를 했으나 전혀 입질이 없자 선장은 귀항을 결정한다. 입질 없을 때 낚시만 하면 시간 낭비다. 빨리 철수하는 것이 답이다.

이날 10여 수의 우럭 조과를 올렸다. 11물임을 감안하면 훌륭한 조과다. 하지만 좀 아쉽다. 어초에서 1,2m 정도 더 올렸더라면 조과가 더 좋았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을 한다.

한상 어초낚시는 수심층 맞추기가 관건인데, 적정 수심층보다 아래에서 낚시를 해서 밑걸림이 여러 번 발생하지 않았나 하고 반성하는 것이다. 오래간만에 어초낚시를 해서 감각이 둔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어초낚시나 침선낚시는 수심층을 잘 파악하는 것이 필수 요소다. 선장이 5m 어초라고 하면 대개 4-5m 정도 올리면 정석인데, 과감히 6m 정도 올리는 것도 시도해 봄직하다. 하지만 이런 건 정답은 없다. 그날그날 달라지는 것이다.

여러 번 시도하여 그날의 패턴을 빨리 찾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옆 사람을 잘 관찰하면서 낚시를 하고, 선장을 믿고 선장의 멘트에 귀를 쫑긋 세워 말을 잘 들어야 좋은 조과를 올릴 수 있다.

정석이 없지만 우럭 어초(침선)낚시의 요령을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선장의 지시를 잘 들을 것(선장을 신뢰할 것).

둘째, 옆 사람의 동향을 잘 파악할 것.

셋째, 수심층을 잘 파악하여 밑걸림을 최소화 할 것.

넷째, 고기가 잡히는 물때는 금방 지나가니, 그 타이밍에 집중할 것.

경험이 쌓여야 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 생각없이 낚시를 하면 경험이 쌓여도 좋은 조과를 거두기 힘들다. 생각하는 낚시, 그게 좋은 조과도 보장하지만, 낚시의 재미도 배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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