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동질성 바탕으로 현지화 전략 성공...베트남 수출 22% 차지·18만명 고용도

기업은 계속 진화한다.

초기 자본주의 기업의 최우선 가치는 주주들을 위한 이익 창출이었다. 이를 위해 비인도적, 반인륜적 방법도 서슴치 않았다. 17세기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의 동인도 회사가 그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이들 회사는 인종 차별, 아동 학대, 환경 파괴를 일삼았다. 하지만 이후 세월이 흐르면서 자본주의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건강한 노동자와 소비자가 회사와 함께 존속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다국적 기업이 후진국에 진출해 아동노동과 환경파과 등의 문제를 일으키면서 1990년대 중반 유럽에서는 윤리경영의 개념을 넘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대됐다.

지속 가능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자각과 실천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우리 기업에도 확대되고 있다.

21세기에 들면서 CSR은 선도 기업과 대표 기업의 생존과 진화에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도 이러한 점을 잘 인식하고 적극 실천에 나서고 있다. 

뉴스퀘스트는 우리 기업의 CSR 활동을 격려하고 더 널리 알리기 위해  [Good Company, Good Future] 코너를 마련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우리 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이다.

이제 CSR은 Good Future를 향한 Good Company의 필수 조건이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3월 15일 동남아 최초로 베트남 호찌민에 브랜드 체험 공간 '삼성 쇼케이스(Samsung Showcase)'를 오픈했다. [사진=삼성전자]

베트남 파병과 김추자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베트남이라는 나라가 우리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1960년대 우리 국군이 베트남 전쟁에 파병되기 시작하면서다.

당시 비둘기, 맹호부대 등 연인원 32만여명의 국군 장병이 베트남으로 떠났고, 당시 정부는 이를 ‘대한뉴스’같은 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극장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전  어김없이 시작된 '대한뉴스'의  내용은 ‘우리 국군은 누구보다 용감해서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가 주류를 이룬다. 당시 박정희 정권으로서는 베트남 전쟁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군사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국민의 자긍심을 부추길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국가도 그렇지만 베트남에 진출한 ‘한진’과 같은 기업이나 파병된 장병 개개인도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누렸다.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베트남 열풍이 불기도 했다. 이 베트남 열풍은 유행가에도 반영되었다. 1969년 신중현이 작곡하고 김추자가 노래한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란 노래는 크게 히트했다.

이 노래의 가사는 월남에서 훈장을 받고 김상사가 돌아와 동네잔치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무거운 철모를 쓰고 새까맣게 그을려서 돌아온 김상사를, 어린 동생, 어머니, 동네 사람 모두 반기고, 김상사는 폼을 잡는다.

그 김상사가 여성인 ‘내’ 맘에 들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사의 배경에는 김상사가 무사히 살아 돌아왔고 무훈을 세워 자긍심을 충족시켜준 것도 있겠지만, 김상사가 한밑천 잡았으니, 집안에 도움을 주고 신랑감으로도 최고라는 경제적 인식도 자리 잡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보면 1980년대 중반 베트남이 개방화를 선언하면서 국제 사회에 진출하기 전까지 한국인들에게 베트남은 양면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는 주로 국가 주도적 관점으로, 배후에는 반공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정권은 베트남 통일 이후에도 한동안 ‘저렇게 하니 망한다, 혹은 공산주의자는 무섭다’라는 반면교사로 베트남을 활용했다. 이것은 당대에는 상당한 효과를 보았다.

또 하나는 주로 문인들의 작품에 나타난 것으로, 이들 작품은 전쟁에 참여한 모든 나라의 군인과 민간인이 다 희생자라는 관점에서 전쟁의 참혹함과 그 후유증을 잘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동안 베트남은 한국인에게 잊혀 졌다가, 1990년대 중반 이후 베트남은 우리 기업의 새로운 경제 파트너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해안선이 긴 국토, 1억명에 육박하는 많은 인구, 근면한 국민성, 임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성, 정부의 실용적 리더십 등 베트남의 여러 조건이 한국 기업이나 민간이 진출해서 사업하기에 적합한 나라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대된 것이다.

민간에서의 베트남 관광이나 교류 등이 확대되면서 이러한 인식은 더욱 팽창했다.

또한 중국에서의 사업이 어려워 지면서 베트남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었다. 이런 배경하에 여러 기업이나 민간이 베트남에 진출하기 시작했으며, 이미 베트남 안착에 성공하여 두 나라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도 많다. 그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다.

베트남 호찌민 시민이 삼성전자가 동남아 최초로 현지에 마련한 체험 공간 '삼성 쇼케이스(Samsung Showcase)'에서 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베트남 호찌민 시민이 삼성전자가 동남아 최초로 현지에 마련한 체험 공간 '삼성 쇼케이스(Samsung Showcase)'에서 VR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베트남의 매력

특히 삼성전자는 한국과 베트남의 경제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는데 밑거름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과 베트남 사이에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해는 2015년.

베트남은 우리나라 제조업의 아세안 역내 제1투자국이자, 해외직접투자국 중 3위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경제적 관계가 긴밀해졌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체제와 무역 관행이 달라 현지 진출이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2018년 12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실시한 조사로 이를 알 수 있다. 그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 진출에는 복잡한 행정체계, 언어소통 문제(72.3%), 인프라 부족(42.6%), 이어 투자허가기관 및 파트너의 잦은 태도변화(36.2%), 정보부족(31.9%) 등 많은 장애가 도사리고 있다.

현지 경영 과정에서 드러난 노무관리(50%), 세제문제(45.7%), 노동비용 상승(39.1%), 비효율적 관료주의(39.1%), 환경규제(23.9%) 따위도 쉽지 않은 문제들이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몇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아주 매력적인 경제 파트너다. 첫째 상대적으로 성장이 둔화된 중국에 비해 베트남은 향후 10년간 6%대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된다.

둘째 중국에 비해 절반 수준의 인건비, 문맹률 10%가 보여주듯 베트남의 노동 시장환경은 우리 기업에 우호적이다.

셋째 대외 무역에 유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베트남은 우리 기업들에게 선진국을 향한 우회수출 기지, 글로벌 무역 거점 기지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 역내교역이 쉽고 관세절감 효과도 크다.

지난 4월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제12회 '삼성국제기능경기대회'에서 베트남, 중국 등 12개국 26개 해외법인 총 170여명이 출전해 기량을 겨뤘다. [사진=삼성전자]
지난 4월 삼성전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제12회 '삼성국제기능경기대회'에서 베트남, 중국 등 12개국 26개 해외법인 총 170여명이 출전해 기량을 겨뤘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과감한 현지화 전략과 성공

삼성전자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 물론 1990년대 초기 진출 시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소니 등 경쟁사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고 채산성도 떨어졌으며, 베트남 국민소득이 낮아 내수시장이 작았다.

삼성전자는 이런 경험을 기초로 장기적 관점에서 현지화 전략을 채택했다. 먼저 현지 주민이 참여하는 연구개발 투자를 지속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12년 하노이공과대학, 2014년 우정통신기술대 및 하노이 국립대와 각각 삼성 탤런트프로그램을 진행해 2016년까지 우수 대학생 420명에게 19만 2000달러 상당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2015년 저소득 주민이 거주하는 베트남 3개 지역에서 사회 기간 시설 구축을 지원했고, 더불어 주민들에게 직접 혜택을 주는 ‘삼성 나눔 빌리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다음으로 현지 생산과 현지 수출 규모를 꾸준히 늘렸는데 이는 베트남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초기의 TV 생산에 이어 2009년부터 휴대폰을 생산했으며 이를 지원하고자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SDI 등 그룹 내 전자 계열사는 물론 협력 업체 수백 곳이 동반 진출했다.

이에 2014년 무렵 호찌민 동부와 하노이 북부 박닌성, 타이응우옌성 등이 한국의 기흥처럼 ‘삼성타운’으로 변화했다. 이는 현지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하여 직접 고용 16만 명, 간접고용을 더하면 18만 명이 삼성그룹 베트남 법인과 연관돼 있다.

삼성전자는 또한 베트남을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수출의 거점으로 육성하고자 했다. 주력품목인 TV와 휴대폰에 집중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관련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했다.

인터넷으로 한류 콘텐츠 특히 K팝을 동남아시아 권역에 무료 제공하는 가상채널 서비스인 TV플러스가 그중 하나다. 이와함께 삼성전자는 베트남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위한 ‘S-바이크 모드’를 개발, 운전 중 휴대폰으로 전화가 오면 메시지가 자동 응답하게 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1995년 호찌민에 법인 설립 이래 20년에 걸쳐 이런 노력을 꾸준히 해 온 결과, 2018년 말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최대의 해외투자 기업이며,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22%이자 연간 수출액 500억 달러를 차지하는 이 나라 최대 수출기업이 되었다.

무엇보다 삼성이 생산하는 휴대폰은 베트남의 경제력을 상징할 정도로 막강한 중요성을 차지한다. 2009년 4월 가동된 박닌(Bac Ninh) 공장은 베트남 최대 휴대폰 생산 기지다. 베트남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말 현재 베트남의 수출품목 중 휴대폰이 수출총액 1위를 기록했다.

삼성은 베트남 정부와 관계를 다지는 데도 공을 들였다. 사회주의 국가의 경제 활동에서 정부의 지원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018년 10월 30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를 방문,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푹 총리는 “(향후에도) 사업 규모와 범위를 계속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의 베트남 진출이 일개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베트남의 동반 성장에 기여할 것이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베트남 타이응웬성과 호치민에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이 베트남 타이응웬성과 호치민에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베트남과 한국의 동반 성장

베트남과 한국은 역사적으로 보면 청나라의 조공국이었다. 세계 대제국이었던 청나라에 조공을 바쳤던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두 나라는 또한 20세기에 외세가 개입한 내전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역사적 사실도 공유하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실은 표현하지 않더라도 두 나라의 정서적 동질성 확인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아픔을 딛고 성장하고 있는 두 나라는 앞으로도 동반자적인 관계를 확대할 수 있다. 그 최일선에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있다.

한편 삼성전자를 비롯한 베트남 진출 기업들은 경제적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앞으로 양국의 문화 교류 확대나 한국에 시집와 있는 베트남 여성들에 대한 지속적 관심도 요구되고 있다.

일방적인 한류의 홍보보다는 상대의 문화와 문화적 자긍심을 이해할 때 동반자적 관계 속에서의 경제적 지속 성장도 가능한 법이기 때문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마인드의 장착이 필수적이다. 베트남에서의 삼성전자는 이미 충분히 그런 기업의 반열에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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