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온라인커뮤니티]
국내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일본의 무역보복 조치에 반발해 일본산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일본의 무역보복에 맞선 ‘BOYCOTT JAPAN' 바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열풍으로 번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복잡한 연관성을 떠나 한일 무역역조가 지난해에만 241억 달러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선택은 일본 기업에도 적잖은 고통을 안겨줄 전망이다. 

‘경제 한일전’을 보면서 뜬금없이 디지털 카메라가 떠올랐다.

지난해 개인적으로 DSLR(렌즈교환식 디지털 카메라)을 새로 구매하려고 했는데 일본 제품을 제외하면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성능도 성능이지만 다양한 렌즈군, 호환성, 가격 등을 고려하면 DSLR, 미러리스(DSLR에서 거울과 프리즘이 제외된 렌즈교환식 카메라) 카메라를 포함한 모든 종류의 디카 시장은 거의 일본 제품 간의 경쟁이었다.

‘보이콧 재팬’에 호응하고 싶지만 휴가철을 맞아 카메라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도 적잖이 난감할 것이다.

따라서 삼성(삼성전자, 삼성테크윈)의 선택이 못내 아쉽다.

[사진=삼성전자]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펜탁스 등과 제휴하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디카 시장에 강자를 꿈꿨다. 컴팩트 카메라 시장에서는 나름 선전했다.

하지만, DSLR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렌즈군 등으로 캐논, 니콘에 밀리고, 미러리스 시장에서는 소니라는 강력한 경쟁자에게 밀렸다. 2015년을 끝으로 더 이상 삼성의 새로운 디카는 출시되지 않았다. 

물론, 삼성은 여러 요소를 점검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해당 사업 자체가 투자대비 성과가 미흡했고 시장 규모도 축소되는 추세다.

이미 컴팩트 카메라 시장은 스마트폰에 빠르게 잠식당했다.

그렇다고 하루아침에 성능 좋은 렌즈군을 대거 구비하기도 어려웠다.

현 시점에서 보면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에서도 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소니에게 밀리자 디카 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을 것이다.  

그러나 삼성의 결정은 못내 아쉽다.

최근 몇 년간 디카 시장에서는 미러리스가 대세로 자리 잡는 모습인데, DLSR 시장에서 캐논, 니콘 등에 밀려 고전하던 소니가 강력한 미러리스 제품을 앞세워 디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판세 변화를 보면 더욱 그렇다.

과거 삼성 카메라의 경쟁사 대비 월등히 뛰어난 사용자 환경(UI), 경쟁사 못지않은 화질을 고려하면 아깝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삼성이 일찌감치 투자했던 미러리스 카메라 사업을 계속 밀고 나갔으면 어땠을까.

시장 1위까지는 아니지만 소니의 대항마정도의 위치에는 있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런 시기에 적어도 국내 소비자들에게 선택지를 하나 더 부여해줄 수는 있지 않았을까.

디카 시장에서의 위상이 날로 중요해지는 스마트폰의 광학성능에도 신뢰감을 주며 유무형의 시너지를 내지 않았을까.

물론, 삼성 카메라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여전히 애물단지가 돼 있을 수도 있지만, 삼성 정도의 기업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었을 것이다.   

기업은 때로는 손해를 보면서도 사업을 밀고 나가야할 때가 있다.

한계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멀리 시장을 예측해 손해를 감수하며 우직하게 투자를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SK그룹에 편입돼 삼성전자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에 대해 과거 채권단이 중도 포기했다면 국가적으로도 어마어마한 이익을 날릴 뻔하지 않았는가.

일본이 경제 보복을 가하자 수입선 다변화,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정부 지원 등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이렇듯 특정 제품군에 쏠림 현상이 있으면 가격 협상부터 불리해지고 나중에 더 큰 리스크에 직면하게 마련이다.

기업, 특히 대기업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핑계로 사상 최대의 유보금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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