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땐 일본계 주주 수조원 차익 '반일감정' 타깃 우려...관계사 주가도 급락

[사진합성=뉴스퀘스트, 자료사진=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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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대일감정 악화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속이 타들어가 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으로 지배구조 개편의 큰 그림을 완성하려던 구상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를 상장하면 99%가 넘는 일본계 주주들의 지분을 50% 이하로 끌어내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본계 주주들은 수 조원의 상장 차익을 얻게 된다.

이에 상장이 이뤄지면 일본으로 수 조원의 상장차익이 넘어가는 만큼, 격앙된 반일 감정이 롯데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복귀 이후 지난 2016년 보류됐던 호텔롯데 상장을 빠른 시일 내에 재추진해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호텔롯데의 지분 99.3%는 일본롯데홀딩스와 L투자회사 등 일본계 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사실상 롯데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자회사가 롯데지주의 지분 17% 가량을 가지고 있고 롯데케미칼과 롯데건설, 롯데물산 등 핵심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전반에 일본계 주주의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롯데그룹은 퇴직 후에 주식을 반납해야 하는 종업원들이 일본 롯데 주주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가급적 빨리 기업 가치를 끌어올려 상장 일정을 확정해야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의 일본에 대한 분노가 이를 가로막고 있다.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롯데그룹은 이미 타격을 받고 있다.

무인양품, 유니클로와 아사히주류 등 일본기업과 롯데그룹의 합작사 들이 불매운동의 주된 목표가 되면서 11개 롯데 계열 상장사 주가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한 1일 이후 7% 가까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12.99% 추락한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하이마트(-11.99%), 롯데칠성(-9.71%), 롯데푸드(-9.47%) 등 소비재 업종의 타격이 특히 컸다. 롯데지주(-8.61%)도 그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불매운동이 장기화 돼 핵심 계열사 실적이 본격적으로 감소할 경우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로 흘러들어가는 배당 수익도 줄어든다. 호텔롯데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야 하는 롯데그룹에는 부담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올해 하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 옛 사장단 회의)을 진행 중이다.

신 회장 주재로 열리는 이번 사장단 회의는 식품, 유통, 화학, 호텔 등 롯데그룹 내 4개 사업 부문별로 나흘에 걸쳐 열리고 20일에는 사업군별로 논의된 내용을 그룹 전반에 공유하는 통합 회의가 열린다.

특히 이번 회의는 신 회장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일 간 갈등에 대해 어떤 언급을 할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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