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쌀국수, 얼마나 많을까?

[뉴스퀘스트=석태문(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쌀국수는 천 년의 역사를 가진 음식이다.

오랜 역사만큼 그 종류도 다양하다.

면의 모양, 추가되는 식재료에 따라 천차만별의 신상 쌀국수가 나올 수 있다. 필자는 쌀국수를 크게 젖은 면인 습면(濕麵)과 마른 면인 건면(乾麵)으로 구분하여 살펴보았다. 습면은 분, 퍼, 미꽝, 건면은 미엔(Mien), 후띠우(Hu Tieu)가 대표적이다.

베트남의 대표적 음식 '분짜 쌀국수'.
베트남의 대표적 음식 '분짜 쌀국수'.

분(Bun) 쌀국수

우리가 즐겨 먹는 분 쌀국수는 기계로 면을 뽑는다.

지역의 작은 분 공장은 새벽 2시에 작업을 시작하여 4시에 생산을 마치고, 바로 지역 소비처에 공급한다. 필자는 베트남 친구에게 부탁하여 오전 10시에 다낭의 작은 분 공장을 찾았다. 여사장은 고맙게도 시연을 해주었다.

가내수공업 정도의 작은 공장은 위생・청결에 투자가 필요할 것 같았다. 어쨌든 쌀을 불리고, 쌀가루를 분쇄하고, 반죽하고, 면을 익히고 뽑는 과정 등을 다 보았다. 제조과정에 특별한 비법이라곤 없는 평범한 공정이었다. 우리가 떡가래를 뽑는 과정과 비슷했다.

분 쌀국수 중에는 분보웨(bun bo hue)가 유명하다. 왕조의 음식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훼에 가면 매콤한 소스가 들어간 붉은 색 도는 분보훼를 쉽게 먹을 수 있다. 분짜(bun cha)는 하노이를 대표하는 분 쌀국수이다.

숯불로 구운 고기, 짜(cha)를 분에 넣어 분짜가 되었다. 2016년 5월 오바마 대통령이 하노이를 방문했다. 그가 깜짝 행보로 간 곳이 분짜식당, 호엉리엔(Huong Lien)이다. 필자도 금년 5월 하노이 출장길에 그 식당을 찾았다.

4층 건물인데 손님이 엄청 많았다. 대통령이 앉았던 2층 자리는 유명 선수의 결번처럼 비워두었다. 분에 구운 고기를 넣고, 생선류(한국의 오뎅과 비슷)를 넣은 분짜까(bun cha ca)도 서민들이 많이 찾는 분 쌀국수이다.

퍼보 쌀국수.
퍼보 쌀국수.

퍼(Pho) 쌀국수

퍼는 칼국수처럼 넓적한 면이다.

화덕에 물을 끓이고, 그 위에 평평하고 얇은 철판을 올린다. 쌀가루 물을 얇게 바르고 뚜껑을 잠시 덮어두면 면이 익는다. 그것을 얇게 썬 것이 퍼 면이다. 분보다 기계화는 늦었으나, 최근 퍼도 빠르게 기계화되고 있다.

투입되는 식자재에 따라 퍼의 이름이 달라진다. 가장 기본은 퍼보(pho bo)이다. 쇠고기(bo)의 부위나 상태에 따라 쌀국수 이름이 달라지는 것이다.

퍼보남(pho bo nam)은 스테이크 부위를 수육으로 만든 쌀국수이다. 퍼보따이(pho bo tai)는 갈비살 부위를 살짝 익혀 넣은 쌀국수이다.

퍼보거우( pho bo gau)는 스테이크에 기름(fat)이 붙어있는 부위를 수육으로 만든 쌀국수이다. 이 밖에 뒷다리 부위 고기를 넣은 퍼보붑(pho bo bup), 쇠고기를 갈아서 미트볼 형태로 만든 퍼보비엔(pho bo vien) 등 다양한 쇠고기 퍼가 있다.

미꽝, 분코 쌀국수.
미꽝, 분코 쌀국수.

미꽝(Mi Quang) 쌀국수

미꽝은 다낭, 광남성 등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발전한 쌀국수이다. 미꽝 면 제조과정은 퍼 쌀국수와 유사하다.

미꽝 면은 두께, 넓이가 모두 퍼 면의 두 배다. 철쌀가루 국물을 한 겹 바르고 익힌 후, 다시 한 겹을 더 바르니, 두께가 2배(10mm)가 된다.

퍼 면보다 2배 넓게 자르니 넓이도 두 배가 되는 것이다. 퍼 면과 미꽝 면이 같은 공장에서 생산하는 이유이다. 자동화가 많이 되어, 퍼면・미꽝면 모두 기계공정으로 많이 생산된다.

미꽝은 물이 적은 비빔국수와 같다.

고기, 어묵, 땅콩, 채소 등을 많이 넣는다. 계란 노른자를 반죽에 섞으면 노란색 미꽝 면이 된다. 미꽝 면은 채소가 많이 들어가 채식식당(vegan food)의 주요 메뉴로 정착되었다.

필자가 자주 가는 채식식당은 한 달에 4~5회만 문을 연다. 월 두 차례(음력 1일, 15일) 채식하는 전통에 맞춘 것이다. 다낭을 찾는 사람은 버킷리스트 음식으로 미꽝을 추천하고 싶다.

건면 쌀국수

건면을 대표하는 쌀국수는 미엔(Mien)과 후띠우(Hi Tieu)이다. 건면은 찹쌀과 고구마 등 다른 식재료로 만든다.

미엔은 찹쌀로 많이 만들지만 녹두콩, 고구마 등 다른 식재료도 사용한다. 면의 건습 차이를 제외하면 분, 퍼와 미엔 쌀국수에 들어가는 추가 식재료는 대부분 같다. 후띠우는 호치민 등 베트남 남부를 대표하는 건면 쌀국수이다. 후띠우를 찹쌀이 아닌 멥쌀로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미엔과 후띠우는 제조과정에 약간 다르다.

삶은 후 젖은 상태에서 면을 자르면 미엔, 말린 후에 자르면 후띠우가 된다. 제조하는 지역의 차이(미엔; 북부, 후띠우; 남쪽)가 브랜드 차이를 만든 것이다.

베트남에서 건면이 나온 것은 오래되었다. 건면은 습면보다 장시간 소비, 먼 거리 유통이 가능하다. 건면인 미엔, 후띠우는 초기에는 습면의 보완으로 시작되었을 것이다. 앞으로 쌀국수의 판매거리와 시간이 길어지면 질수록 건면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 생각된다.

베트남의 건면 쌀국수 제품.
베트남의 건면 쌀국수 제품.

◆ 쌀국수 시장, 습면에서 건면으로

건면 쌀국수는 베트남 쌀국수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다.

새벽 2시에 생산해서 당일 지역 소비시장에 공급하는 습면 쌀국수 생산공장이 대규모 건면 쌀국수 제조업체의 도전에 직면한 것이다. 쌀국수의 건면화, 규모화는 베트남의 오랜 쌀국수 생산・소비 방식을 무너뜨릴 수 있다.

지역의 작은 쌀국수 공장은 적지 않은 위생 환경 문제가 있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소비자들의 식품안전 우려를 해소할 수 있다. 지역 시장에서는 습면이 건면보다 맛의 우위에 있음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의식적인 소비자 참여와 정책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건면으로 생산된 분, 퍼, 미꽝이 벌써 장거리 운송을 통해 한국과 세계시장으로 수출되고 있다. 한국에도 쌀국수가 붐을 이루고 있다.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앞세워 신상품 쌀국수가 출시되고 있다. 소비자의 폭발적인 주목도 받고 있다. 이들 식당들은 모두 베트남에서 생산한 건면 쌀국수를 수입해서 사용한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건면 쌀국수가 쌀 소비를 촉진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5~10% 쌀가루가 들어간 쌀국수로 만족할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만든 100% 건면 쌀국수로 소비자 입맛을 유혹할 수 있다면, 밀 수입도 상당부분 대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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