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식' 접근으론 경쟁력 없어...건설에 4차혁명 기술적용 '건설 4.0' 필요

[그래픽=뉴스퀘스트, 자료사진=픽사베이·쌍용건설]
[그래픽=뉴스퀘스트, 자료사진=픽사베이·쌍용건설]

[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건설업은 이제 더 이상 과거의 ‘노가다(土方)’ 산업이 아니다.

건설산업도 눈부시게 진화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안타깝게도 날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산연)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국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12위를 기록,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건산연이 2011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최근 3년간 해외 매출은 설계 분야와 시공 분야에서 모두 20% 감소했다.

건설업체의 시공 경쟁력은 2018년, 7위에서 10위로 하락했고, 설계 경쟁력은 13위에 그쳤다.

한국 건설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인재와 기술역량 문제는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정부가 나서 각종 지원 사업을 펼쳤지만 해외 선진 기술과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해외 건설현장에서는 발주량과 발주금액 등이 감소하면서 건설경기 전체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국내 건설업체들은 덩치가 큰 중국 업체들과 물량확보를 위해 치열한 저가 경쟁을 펼치고 있다.

쌍용건설의 해외담담 C 임원은 “중국 업체들과는 가격 경쟁력에서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인력집약, 장비집약적인 평범한 공사는 접근 자체가 힘들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일반 건축공사나 평범한 토목공사는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에서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다.

C 임원은 “따라서 한국 건설업체들은 기술력을 더욱 부각시키고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고난이도 고부가가치 공사 위주의 수주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한국 건설업체들은 중국업체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고난이도 공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실적과 매출 유지, 단기 성과를 위해 저가로라도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C 임원은 “저가입찰의 원시적 접근보다는 프리 컨스트럭션 서비스(Pre Construction Service. 사전 시공사이 기술 지원), 벨류 엔지니어링(가치공학 제고) 등을 기반으로 한 발주처 사전기술 지원 등을 통해 건설사의 기술력과 시공 노하우를 제공하며 수주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쌍용건설이 수주한 싱가포르 도심 지하고속도로 조감도. [사진=쌍용건설]
쌍용건설이 수주한 싱가포르 도심 지하고속도로 조감도. [사진=쌍용건설]

아울러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설계 능력, PM(Project Management)능력 제고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산연의 성유경 연구원은 “현재 한국 건설산업의 경쟁력은 가격이 아닌 기술력 향상에 달려 있다”며 “앞으로 건설산업의 발전은 핵심 기술을 다루는 인력의 역량 향상이 좌우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주장을 반영하듯 그동안 노동집약적 산업, 사양 산업, 낙후 산업이라던 건설업은 다른 차원의 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미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 선진국 몇몇 나라에서는 산학 연관 협력을 통해 혹은 정부가 나서 건설산업 혁신을 추진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건설산업도 스마트 기술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건설산업과 상품의 기획-설계-시공-유지 및 운영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급격하게 활용되고 있다.

건산연 이상호 원장은 “정보통신업체만이 아니라 앞으로 금융, 물류, 유통, 제조 등 여타 분야 산업이나 기업과의 융복합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업체들이 건설산업에도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현장 시공 대신 공장 제작 및 조립 방식이 확산되면서 건설산업에서 차지하는 건설 제조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인력의 고령화와 숙련공 부족, 경직된 노동 관행과 제도, 현장 시공의 비효율성, 낮은 건설 생산성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설현장에서 초연결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람, 자재, 기계, 장비 등이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생성되는 빅 데이터 분석도 실시간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기획-설계-시공-유지관리 및 운영에 이르는 전체 건설생산 프로세스의 디지털 전환도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수직적·수평적 가치사슬의 통합 등을 통해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하고, 건설생산 프로세스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글로벌 건설산업의 변화 속도는 빠르기도 할뿐더러 범위도 광범위하면서 구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는 점진적이고 대증적으로 대처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건설 산업의 구조와 법·제도를 혁명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를 위해 “우리나라도 독일의 ‘제조 4.0’처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건설산업과 같 은 전통산업에 적용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건설 4.0’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한국건설업의 위기감을 의식한 듯 2019년을 시작하면서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의 경영 전략 키워드는 ‘경쟁력 확보’와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안정성’ 위주의 전략으로 요약된다.

건산연 최은정 연구원은 “건설기업은 단순히 사업부의 집합이 아닌 역량의 집합”이라며 “조직을 유지, 발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조직이 가지고 있는 핵심역량을 파악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연구원은 이어 건설업체의 핵심역량이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4가지 특징의 자원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첫째는 가치(Value), 조직에 적극적인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자원, 두 번째는 희소성(Rarity), 다른 기업이 가지고 있지 않은 독특하거나 희소하다고 여겨지는 자원, 셋째는 모방불가능성(Inimitability), 경쟁기업에서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는 자원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조직(Organization), 조직 내에서 핵심 역량으로 이용되는 자원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가 다른 자원으로 대체 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보다는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통한 ‘안정성’ 위주의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러한 기술적 측면 외에도 한국 건설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시장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도 있다.

건산연 김영덕 본부장은 “시장적 측면에서 국내 건설업체들은 전통적인 사회기반시설 공급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급자 중심의 시장형성과 시각으로 수요에 맞는 다양한 상품을 제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책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효율성을 저해하는 정책과 제도 때문에 기술 품질경쟁을 촉진하는데 한계가 있었으며 생산성을 높이는데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건설산업 내 잘못된 관행과 문화는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면서 건설업 자체의 경쟁력을 갉아먹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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