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확장 편성' 기조에 올해 이어 9%대 증가율...현정부 출범후 113조원 늘어
산업·中企·에너지투자 27.5% 늘려 증가율 최고...'소주성' 관련이 전체예산의 3분의1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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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이 513조5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올해보다 9.3%나 늘어난 '초슈퍼급'이다.

이런 예산 편성은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확장 재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연평균 10.4%씩 늘었던 세수 증가세가 내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상황에서 ‘실탄’ 마련과 함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걱정도 나온다.

정부는 2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 증액한 513조5000억원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한다. 국회는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심의·의결해야 한다.

◇ 2년 연속 초슈퍼급 예산...‘최대한 확장적 기조’로 편성

정부는 전년에 비해 9.7% 증액했던 올해에 이어 2년 연속 9%대를 증가하는 ‘초슈퍼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 예산은 2011년(309조1000억원)에 300조원, 2017년(400조5000억원)에 400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현 정부 출범 이후 3년 만에 113조원이 늘면서 500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월등히 확장적 기조"라며 "경제가 어려운데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성장경로로 복귀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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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의 내년도 예산은 예년과 비교할 때 일본의 경제 보복,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위축된 경기활력을 제고하는 데 무게를 뒀다.

먼저 내년 혁신성장 가속화에 올해(8조1000억원)보다 59.3% 많은 12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세부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에 대응해 핵심 기술개발과 제품 상용화, 설비투자 확충을 위해 올해보다 163%(1조3000억원) 늘어난 2조1000억원을 쏟아 붓는다.

데이터와 5G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과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3대 핵심 사업에는 46.9%(1조5000억원) 늘어난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AI·소프트웨어 인재 4만8000명 양성과 모태펀드에 예산을 출자해 벤처 시장에 공급하는 등 제2 벤처 붐 확산에도 5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무역금융도 4조2000억원 확대해 수출 부진을 해소하고 정책자금 14조5000억원을 풀어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애로를 덜어준다.

정부가 혁신성장과 경제활력 제고에 올인하면서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23조9000억원으로 27.5%(5조2000억원) 늘린다. 증가율은 12개 분야 중 가장 높다.

미세먼지 대응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환경예산은 8조8000억원으로 19.3% 증가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 예산도 17.3% 늘린 24조1000억원을 책정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2조3000억원으로 12.9% 늘렸다. SOC예산 증가가 두 자릿수로 늘어난 것은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이다.

[자료=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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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복지·노동예산 비중 35%넘어...‘소주성’은 계속된다

전체 예산에서 보건·복지·노동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27.7%에서 내년 35.4%로 35%를 웃돌게 된다. ‘소득주도성장’과 관련된 분야에 전체 예산의 3분의1 이상을 쏟아 붓는 셈이다.

내년도 이 세 분야의 예산은 181조6000억원으로 올해(161조원)보다 20조원 이상 늘어난다. 이 가운데 일자리 예산은 올해 21조2000억원에서 내년 25조8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을 늘렸다. 사상 최대로 2년 연속 20%대로 증가다.

노인일자리 등 재정지원 일자리 95만5000개를 만들고, 고용장려금과 창업지원, 직업훈련을 통해 기업 등에 더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게 하는 게 목표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가로 예산이 크게 투입되는 복지 사업은 없지만 기존 복지정책을 지속하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예산이 든다”고 말했다.

◇ 확장예산 받쳐줄 ‘실탄’ 마련이 관건

당초 정부는 내년도 예산 규모를 올해 본예산에 비해 7.3% 늘어난 504조6000억원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및 R&D 예산 등이 추가되면서 9조원을 더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확장 재정을 뒷받침해줄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본예산을 기준으로 2010년 이후 계속 증가했던 국세수입이 올해 294조7919억원으로 0.42% 증가하는 데 그치고, 내년에는 292조391억원으로 0.9% 감소해 10년 만에 전년 대비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전체 세수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법인세가 18.7%나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에 내년 통합재정수지는 2015년(2000억원 적자)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세운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내년 5000억원 적자를 예상했지만, 이번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내년 31조5000억원 적자로 적자 규모가 크게 늘었다.

통합재정수지는 이후 2021년 –41조3000억원, 2022년 –46조1000억원, 2023년 -49조6000억원 등 적자 규모는 계속 커진다.

통합재정수지는 일반회계·특별회계 및 기금을 모두 포괄하는 수치로, 중앙정부의 총수입과 총지출의 차이를 뜻한다.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넉넉했던 나라 곳간은 우리 경제를 외부 충격에서 지켜주는 방파제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빠른 고령화로 복지비용이 더욱 급격히 늘어난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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