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약 밀반입으로 물의를 일으킨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
최근 마약 밀반입으로 물의를 일으킨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

[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CJ그룹의 유력한 후계자인 이선호씨가 최근 변종 대마를 대거 밀반입한 혐의로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에도 SK그룹과 현대그룹의 창업주 손자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적발된 적이 있다.

중견·중소기업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오너가(家)의 마약 사건에 국민이 무감각해질 지경이다.

이선호씨는 스스로 검찰에 자진출석하는 등 나름대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CJ그룹도 여느 대기업집단이 그랬듯이 매뉴얼대로 부정적인 여론을 무마하려고 할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재점검해 효과 극대화를 꾀할 것이고, 이미지 광고를 새롭게 만들어 확대 편성할 것이다.

또, 승계 스케줄도 다시 한 번 점검할 수 있다.

한동안 취업하고 싶은 기업 1위에 오르고 2세 체제에서 드물게 새로운 기업가치를 창출했다고 평가받는 CJ그룹이기에 이미지 회복에 더 정성을 쏟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건이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지지 않겠지만, 몇몇 다른 기업이 이미 경험한 이른바 ‘갑질’ 이슈는 해당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눈에 보이는 오너가 일탈에 따라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CEO)보다 기업에 더 큰 상징성을 갖는 오너가의 일탈은 또 다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과거 이재현 CJ그룹 회장도 조세포탈·횡령·배임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당시 CJ그룹은 이 회장의 건강문제와 함께 인수·합병(M&A)를 비롯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지연 등으로 여론전을 펼쳤다.

오너의 건강문제는 차치하고 투자 지연, 경영환경 악화 등은 대기업의 ‘오너 구하기’의 단골메뉴다.

심지어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으나 극복할 수 있다’는 대기업 IR의 단골메시지는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 지연 등으로 심각한 위기가 우려된다’는 메시지로 바뀐다.

과거 한화그룹 등이 그랬고, 최근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스스로 위기감을 조성하면 기업 평판과 주가 등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회사채를 발행할 때 조달금리가 상승할 수도 있다.

이처럼 대기업은 어떤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오너 구하기’에 혈안이 되는 것이다.

또, 오너가의 일탈은 헤지펀드 등이 경영권을 공격할 구실을 제공하게 된다.

경영권을 공격하는 헤지펀드 등의 요구가 마냥 무리한 것만은 아니다.

기업 경영을 감시하고 지배구조와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요구하기도 하며 오너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이나 중복투자를 막을 수도 있다.

헤지펀드 등의 요구가 합리적인데다 기업 오너가의 일탈까지 겹치면, 우리나라처럼 투기자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더라도 기업 입장에서는 방어하기 버겁다.

특히 다른 주주들에게 설득력을 가질 경우 기업은 경영진의 의지와 상관없이 끌려가게 되고, 경영권 방어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

오너가의 도덕성과 윤리경영에 대한 뻔한 잔소리는 늘어놓고 싶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너가 자체가 기업을 상징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필요는 있다.

소액주주의 권리가 강화되는 추세인데 헤지펀드가 아닌 소액주주들이 오너가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례가 대거 등장할 수도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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