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내수 시장이 큰 중국에서는 솔직히 혁신적인 아이템으로 무장하지 않더라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한국인들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졸부들의 성공신화가 많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의 한국인 올드 보이들에게는 너무 잘 알려진 사례를 하나 들 수도 있다. 30여 년 전 베이징에 무일푼으로 무작정 상경한 후 양꼬치 구이 가판, 가라오케 등의 장사를 하다 지금은 10억 위안(元. 1700억 원)대의 졸부가 돼 있는 헤이룽장(黑龍江)성 우창(五常) 출신의 60대 초반 우(吳) 모씨의 케이스가 그렇지 않나 싶다.
머리도 좋지 않고 모양도 볼품은 없으나 거품 시대에 마구잡이로 벌인 사업들이 잘 돼 거의 준 재벌의 반열에 올라서 있는 인물로 유명하다.
속된 말로 가방 끈도 엄청 짧으나 주변에서는 라오반(老板. 사장)이라고 대접도 잘 해준다. “돈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솔직히 그 뿐만이 아니다. 현재 재벌의 반열에 오른 중국의 많은 기업인들 역시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운과 큰 시장 덕에 어,어 하다가 당대발복을 하게 됐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중국의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유명한 용유(用友)네트워크의 왕원징(王文京. 55) 회장은 상당히 다른 케이스라고 해야 한다.
30년 동안 소프트웨어 외길을 걸어 오늘에 이른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장시(江西 )재경대학을 졸업한 후 5년 동안 국무원(행정부) 기관사무관리국 재무사(국)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장래가 촉망받는 유능한 공무원이었다.
그대로 눌러 앉아 있을 경우 최소한 사장(국장)은 할 수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사업에 대한 열망은 그를 편안하고 안락한 생활에 만족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그는 재무 및 기업 관리에 소프트웨어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눈을 확실하게 뜬 상태였다.
동료인 쑤치창(蘇啓强. 56)과 함께 5만 위안(元. 850만 원)의 자본금으로 1988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베이징 중관춘(中關村)에 용유네트워크를 창립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예상대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선구자 격인 그의 기업은 잘 나갔다.
한창 때는 전국의 대형 기업과 정부 기관의 50% 이상에 재무 및 기업 관리 소프트웨어를 공급할 정도였다.
한때는 매출액 대비 영업 이익률이 30%에 가까웠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해야 한다.
이 정도 되면 다른 사업에도 한눈을 팔만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소프트웨어 한 길을 파는 우직한 길을 계속 선택했다.
위기의 순간도 없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이른바 선진국의 소프트웨어들이 지난 세기 후반부터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을 때는 기업의 존립이 휘청거리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한 우물을 판다는 신념으로 연구, 개발에 진력, 어려움을 이겨냈다.
지금은 70억 위안의 연 매출액에 6억 위안의 영업 이익을 자랑하는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룡으로 우뚝 섰다.
그는 지금도 한 우물을 판다는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있다.
소프트웨어 이외의 업종은 진짜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부동산에 투자했다면 더 큰 돈을 벌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고도 있으나 그때마다 자신과는 무관한 얘기라면서 고개를 흔든다고 한다.
이런 자세로 볼 때 앞으로도 그의 이런 사업 행보는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현재 중국 경제는 어렵다. 무수한 수의 기업들이 도산하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무분별한 문어발 투자에 나선 기업들의 최후는 비참하기만 하다.
어제의 최고 부호가 오늘은 최고 빚쟁이가 되고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보면 그의 한 우물 파기는 상당한 교훈을 준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그의 성공 DNA가 지금 더욱 빛나는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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