롄샹의 류촨즈 전 회장과 양위안칭 현 회장.
롄샹의 류촨즈 前 회장과 양위안칭 現 회장. [사진=롄샹그룹]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사람이라면 다 그러하겠지만 중국인들은 유난히 돈에 더 집착하는 민족으로 유명하다.

“돈이 있으면 귀신에게도 연자방아를 돌리게 할 수 있다.”는 세간의 기가 막힌 속담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자신이 창업해 피땀 흘려 일군 기업을 남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완전히 정신 나간 사람의 행동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뇌에 물이 차서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경우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역시 지대물박(地大物博.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함)의 나라에 부족함이 없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세속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런 정신 나간 기업인이 없지 않으니까 말이다.

1984년 설립돼 35년 동안 쉴 새 없이 발전, 현재 세계 500대 기업 순위에서 200위권을 자랑하는 ICT 업계의 공룡 롄샹(聯想. 영문명 레노버)이 바로 이 케이스에 해당한다.

창업주 류촨즈(柳傳志.75) 전 회장이 자녀가 아닌 전문경영인 양위안칭(楊元慶. 55)에게 후계자 자리를 2009년 사심 없이 물려줘 엄청난 박수갈채를 받은 것이다. 더구나 그는 이후 롄샹의 주식도 거의 가지지 않은 채 경영에도 전혀 간섭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롄샹이 재해를 입은 지방 정부에 의연금을 전달하는 모습.
롄샹이 재해를 입은 지방 정부에 의연금을 전달하는 모습. [사진=롄샹그룹]

이 정도 되면 착한 기업이 아니라 도덕성에서도 단연 최고의 자리에 올라도 괜찮을 기업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이벤트성의 알량한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것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나 훌륭한 모범을 보여준 사례가 아니었나 보인다.

롄샹이 투명한 경영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게 추진하는 엄청난 사회 공헌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를테면 거의 매번 공개하는 것이나 진배없는 이사회 회의, 35년 동안 단 한 번도 현안이 되지 않았던 세금 문제까지 감안하면 롄샹은 이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나 향후 양위안칭 현 회장의 후임이 공개적이고도 투명한 방법으로 선임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로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라고 해야 한다.

그렇다고 롄샹이 눈에 보이는 사회 공헌 활동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도덕성에 관한 한 그 어느 기업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듯 전사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답게 지역 및 계층 간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한 행보를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지난 2009년부터 농촌을 중심으로 한 소외 지역의 주민들이 디지털 격차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주로 컴퓨터, 휴대전화 같은 자사 제품의 대대적 무료 제공 행사 등을 통해 디지털 격차 해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륙 곳곳에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활약하는 롄샹의 구급차.
대륙 곳곳에 지진이 일어날 때마다 활약하는 롄샹의 구급차. [사진=롄샹그룹]

당연히 이때마다 각급 계열사들의 엔지니어들이 동원돼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농촌 벽지를 비롯한 빈곤 지역의 초, 중등학교에 디지털 기기들을 무료 설치해줌으로써 이른바 디지털 교실을 전국에 상당수 구축한 것 역시 눈에 띄는 활동으로 부족함이 없다.

‘노트북대학’을 실현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전국 각지의 대학들에게 노트북 무상 제공 등의 대대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봐도 무방하다.

정보화 소외 지역과 계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베이징의 ICT 평론가 저우잉(周穎) 씨는 “다른 분야의 기업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겠으나 ICT 관련 기업은 고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고객의 수준이 제고되지 않으면 기업의 지속적 발전이 쉽지 않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ICT 기업들의 대고객 사회 공헌 활동은 필연적이라고 해야 한다. 롄샹은 이 사실을 일찍부터 깨달았다.”면서 현재의 행보가 당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롄샹은 당장 어려움에 처한 이재민들에게 눈을 돌리는 것을 잊지 않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2010년 대륙 서남부 지역에 엄청난 한발이 닥쳤을 때의 사례를 꼽으면 좋을 듯하다.

이 지역에 대한 지원을 위해 자사 직원들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동참하는 모금 활동을 펼친 사실은 지금까지 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일대 지역이 리히터 규모 무려 9.1의 강진으로 재난을 당했을 때는 국경을 넘는 자선의 행보를 보인 바도 있다.

회사에서 100만 달러를 쾌척했을 뿐 아니라 직원들까지 자발적 모금에 나서 14만 위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롄샹의 고위 임원.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롄샹의 고위 임원. [사진=롄샹그룹]

롄샹의 사회 공헌은 환경 및 문화, 예술, 체육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체육 분야에서는 올림픽 공식 파트너 기업으로 다수 참여하는 등의 활약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2022년 열릴 예정인 중국 동계올림픽에도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상당액의 찬조금을 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520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린 롄샹은 궁극적으로 이의 1%를 사회 공헌 기금으로 적립, 활용할 예정으로 있다.

이 경우 롄샹은 올해부터 매년 5억 달러 이상을 사회적 약자나 불행을 당한 이웃을 위해 투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착한 기업을 뛰어넘어 도덕적 기업으로 불리는 데는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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