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우버 디디추싱 류칭 사장, 재벌 2세 길 마다한 것이 '신의 한 수'

최근 열린 한 ICT 행사에서 강연하는 류칭 디디추싱 총재
최근 열린 한 ICT 행사에서 강연하는 류칭 디디추싱 총재. [사진=디디추싱 보도자료]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중국의 대표적 슈퍼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손꼽힌다.

창업한지 불과 7년도 되지 않은 기업이 이 정도 반열에 올라섰으면 창업자 청웨이(程維. 36) CEO가 단연 화제의 인물로 떠올라야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이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은 그가 아니다.

주인공은 올해 41세의 여성 전문경영인 류칭(柳靑) 총재(사장급에 해당)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고객들이나 엔젤 투자자들 상당수가 청 CEO보다는 류 총재를 더 잘 알고 신뢰한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갓 40대에 접어든 여성이 뛰고 나는 인재들이 기라성 같은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유니콘 기업의 전문경영인으로 일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연 그런 능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 스펙이 요술 방망이는 아니지만 그녀의 이력을 보면 일단 고개가 끄덕여진다.

베이징 태생인 그녀는 우선 학력이 간단치 않다.

2000년 베이징대학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이력을 자랑한다. 하버드대학 대학원에서 수학한 이력은 더욱 경악스럽다고 해도 좋다.

애플의 팀 쿡 CEO와 친밀한 관계인 류 총재.
애플의 팀 쿡 CEO와 친밀한 관계인 류 총재. [사진=디디추싱 보도자료]

2002년 입학한지 2년 만에 석사 학위도 가볍게 취득했다.

이후 골드먼 삭스에 입사, 고작 5년만인 2008년 아시아지역 사장에까지 승진한 사실을 더하면 2014년 당시만 해도 전망이 불투명했던 디디추싱으로 옮긴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는  그 해에 연봉이 절반 이상 깎이는 수모를 감수하고 디디다처(滴滴打車. 디디추싱의 전신)의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옮겨 앉았다.

디디추싱 경영진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탁월했다고 해도 좋았다.

이후 그녀가 스펙에 부끄럽지 않은 경영 수완을 발휘해 디디추싱을 단연 업계 부동의 극강 기업으로 견인했으니 말이다.

굳이 다른 사례를 들 필요도 없다. 소프트뱅크와 제휴관계를 맺으면서 일본에 진출한 것이나 최근 도요타(豊田)자동차로부터 무려 6억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낸 것만 봐도 그녀의 경영 능력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해도 좋다.

사실 그녀는 굳이 스펙에 연연하지 않아도 꽃길을 걸을 수 있었던 입장의 금수저로 유명하다.

중국 재계에서도 알아주는 이른바 푸얼다이(富二代. 부호 2세)로 아버지가 글로벌 ICT 기업 롄샹(聯想. 영문명 레노보Lenovo)의 창업주인 류촨즈(柳傳志. 75)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녀는 대학 진학 이후부터 롄샹과는 담을 쌓을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석사학위를 받은 이후에 아버지에게 독립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당연히 말렸다.

하지만 곧 “고난이 따라도 네가 선택한 길이다. 앞으로 고난이 닥쳐도 고생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깨끗이 손을 들었다.

이후 그녀는 남성 못지않은 카리스마 넘치는 저돌성과 여성 특유의 협상 능력으로 디디추싱을 우버까지 위협하는 업계의 공룡으로 키웠다.

디디추싱 창업주이자 CEO인 청웨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류칭 총재(오른쪽)
디디추싱 창업주이자 CEO인 청웨이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류칭 총재(오른쪽). [사진=디디추싱 보도자료]

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창업주 청웨이 CEO와 함께 디디추싱의 투톱으로 맹활약할 것이 확실하다.

상장이 될 경우 아버지 버금가는 자산가의 반열에도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녀가 2018년 12월과 올해 5월 ‘개혁, 개방 이후 귀국한 해외 인재 40인’,‘포브스중국과학기술여성 50인’의 명단에 오른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로 보면 그녀가 꽃길을 마다하고 자신의 능력을 한껏 발휘하면서 본인만의 길을 걸은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라고 해도 과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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