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후환경회의, 경유차 운행제한·화력발전소 가동중단 등 '고강도' 대책 추진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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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강영민 기자】 정부가 올해 겨울부터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하고, 석탄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마련했다.

이같은 조치는 년 겨울~봄 마다 계속되는 미세먼지에 대해 국민들이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까지 몰렸기 때문이다.

특히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환경문제는 가장 중요한 어젠다라는 우리 구성원들의 묵시적 합의도 한 배경이라고 볼 수 있다.

대통령 직속의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30일 발표한 제1차 국민 정책 제안에는 산업·발전·수송·생활·건강 보호·국제 협력·예보 강화 등 총 7개 부문 핵심과제가 담겨 있다.

이번 조치가 차질없이 시행될 경우 올해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이하 고농도 시기)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2만3000여톤) 이상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국내 유입 방지에책은 배제한 채 산업계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이번에 마련한 대책안을  지난 27일 본회의 의결 뒤 청와대에 제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에 앞서 국가기후환경회의 제안을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 12월~3월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이번 대책에서 국민들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수송 부문이다.

수도권과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에서는 고농도 시기에 생계용을 제외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또 고농도 주간예보 때는 차량 2부제를 병행해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5등급 차량은 1987년 이전 제작된 휘발유차와 2005년 이전 제작된 경유차로, 사실상 노후 경유차가 대부분이다.

경유차를 줄이기 위해선 노후 경유차의 취득세를 인상하고, 경유차 차령에 따른 자동차세 경감률도 차등화한다.

경유차 자동차세 경감률은 휘발유차의 절반 수준으로 하거나 경감률을 아예 적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할 예정이라고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전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관계자는 "경유차는 대도시 미세먼지 최대 배출원"이라며 "특히 경유차 배기가스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커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후 건설기계 운행 제한과 국내 운항 선박의 저황연료유 사용도 앞당긴다.

국내 운항 선박의 저황연료유 사용은 2021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앞당겨서 올해 12월부터 시행한다. 선박 배출가스는 부산, 인천, 울산 등 항만도시 미세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송 부문은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29%를 차지한다. 이번 정책을 시행하면 고농도 시기 수송 부문에서 4087톤의 미세먼지를 감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 주최로 지난 7일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가기후환경회의]
국가기후환경회의 주최로 지난 7일 충남 천안 교보생명 연수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제2차 국민대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국가기후환경회의]

◇ 석탄발전소 최대 27기 가동 중단...나머지도 출력 낮춰 운영

대기오염물질의 또 다른 주범으로 주목받는 석탄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하거나 출력을 80%로 낮춰서 운영한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겨울철(12월~2월)에는 석탄발전소 9~14기, 봄철(3월)에는 22~27기가 가동을 멈춘다. 나머지 석탄발전소는 출력을 80%까지 낮춘다.

석탄발전소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12%를 차지하는데, 이번 대책으로 고농도 시기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3491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공장 불법행위 집중 단속…감축하면 상응한 인센티브

산업 부문 대책의 골자는 공장들의 대기오염 관련 불법행위를 집중 단속하고, 미세먼지를 감축하면 노력에 상응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전국 국가 산업단지 44곳을 포함한 사업장 밀집 지역에 1000명 이상의 민관 합동 점검단을 파견해 미세먼지 불법 배출을 철저하게 감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주요 산업단지에서는 기업들이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는 등의 수법으로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고도 이를 축소 신고하는 등 불법행위가 잇따랐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관계자는 "육안 단속은 물론 드론이나 이동차 등을 활용해 감시할 것"이라며 "상황을 개선하지 않는 사업장에는 중앙기동단속반이 상주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불법행위 신고포상금 제도 도입과  함께 중소 사업장에는 연 2000억원 이상의 방지시설 설치비용, 맞춤형 기술 지원도 대책에 포함됐다.

환경부는 올해 1월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 정유, 석유화학, 제철, 시멘트 등 대형 사업장과 자발적 감축 협약을 체결했다. 환경부는 앞으로 이 협약 내용을 재검토해 필요하다면 보완해서 새로 체결할 계획이다.

국가기후환경회의 관계자는 "위반 시 처벌 보다는 강화한 기준을 준수했을 때 기본부과금 감면, 한시적 세제 혜택 등 강력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국 625개 대형 사업장에 설치된 굴뚝자동측정망(TMS) 측정 결과는 앞으로 30분 간격으로 실시간 공개한다.

산업계는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41%를 차지한다. 이번 대책이 시행되면 고농도 시기 산업계에서 미세먼지 배출을 1만1993톤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지표로 보는 미세먼지 국민정책 제안. [자료=국가기후환경회의]
지표로 보는 미세먼지 국민정책 제안. [자료=국가기후환경회의]

◇ 통학길 '미세먼지 집중관리 도로' 지정…보건용마스크 건보 적용

생활 부문에서는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통학할 때 이용하는 길 등을 '미세먼지 집중관리 도로'로 지정해 청소를 더 자주 하고 차량 속도를 제한한다.

또 주거 지역 인근이나 대형 건설공사장에는 미세먼지 측정기와 측정 결과를 표시할 외부 전광판을 설치한다.

또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일어나는 폐기물 불법 소각을 막기 위해 수거·처리를 지원하는 동시에 단속도 강화한다.

이밖에 미세먼지를 차단하는 보건용 마스크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우리나라 대기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국과는 미세먼지 예보·경보 정보 공유도 추진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 주간 예보를 시행할 것을 제안했다. 미세먼지 예보가 현행 3일에서 7일로 확대되는 셈이다.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은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 수준으로, 마치 중병에 걸린 환자 같은 상황"이라며 "이를 해결하려면 과거와는 차별화한 과감하고 담대한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가기후환경회의는 향후 제2차 국민 정책 제안에 담을 중장기 미세먼지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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