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앞에서 계속)

오후 5시에 아산시 배방면 중리 신창맹씨세거비(新昌1)孟氏世居碑) 옆에 있는 맹씨 행단이다.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 단(壇)이 있는 맹씨 집에는 회화나무도 300년 넘었다.

행단(杏壇)은 은행나무가 있는 단(壇 땅을 돋아 약간 올라서게 만든 자리)인데 살구·앵두나무 등을 심은 데도 있다. 공자가 글을 가르치던 곳, 또는 향교나 학교를 가리키기도 한다.

맹사성이 황희와 음풍농월하던 맹씨 행단

산을 올려다보니 여기서 설화산까지 1.6km 거리다.

원래 이곳은 고려 말 충신 최영 장군의 집이었는데 맹사성의 아버지가 이웃에 살았다. 어려서부터 총명했던 맹사성의 사람됨을 보고 장군은 그를 손녀사위로 삼고 집까지 물려주었다고 전한다.

맹사성(孟思誠)은 고려 말·조선 초기의 재상. 세종 때 대제학(大提學)2)에 올라 황희와 문화 수준을 높이는 데 힘썼다. 시와 악기에 능숙했고 청백리로 효성도 지극했다. 연시조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를 남겼다.

“강호에 봄이 드니 미친 흥이 절로 난다 ~

강호에 여름이 되니 ~ 역군은(亦君恩) 이샷다.”

영의정 황희와 권진이 이곳으로 와서 맹 정승과 세 개씩 아홉 그루 느티나무를 심어 구괴정(九槐亭)이라 하고 음풍농월 했을 것이다.

맹씨 행단.
맹씨 행단.
맹씨 행단.
맹씨 행단.

5시 반경 수암사 어금니바위까지 7.5km 거리를 달려가지만 아산만·삽교호 쪽으로 차가 밀려 대전으로 되돌아간다. 천안·아산방조제는 1973년 완공된 것으로 아산·평택간 2.5km다.

삽교천방조제는 당진·아산 경계의 길이 3.3km 인공담수호인데 내포지역 농업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하구 바닷물 염해와 가뭄·수해방지,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1976년 시작하여 1979년 10월에 완공됐다.

세종시를 거쳐 대전으로 돌아오니 1시간 걸렸다. 단풍관광차들이 많아서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달려 저녁 7시 만년동 아구찜 식당에서 소주 한 잔. 이튿날 출근해서 충청도 출신에게 내포(內浦)지방을 물었더니 아리송하다 했다.

중앙부처 사무관이 모르면 되냐고 하니 차령산맥 서북쪽 가야산 주변의 지리적 개념이라는데, 홍성, 해미, 서산, 태안, 덕산, 예산, 아산, 면천, 당진 등이라고 한다.

차령산맥은 오대산에서 갈라져 충북 북부, 충남 중앙을 남서로 뻗은 250km, 평균 600m 높이다. 차령은 공주 정안 인풍리·천안 광덕 원덕리 사이 고개로 차령터널 근처다. 높은 고개인 수리고개가 수레고개, 차령(車嶺)·차현(車峴)이 됐을 것이다.

용추계곡 건너 천리조망 펼쳐진 광덕산

외암마을 다녀온 지 일주일 후인 10월 마지막 날, 8시 반 대전을 출발해서 아산 광덕산 입구 강당골 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 40분이다.

여기서 광덕산 정상까지 3.2km(각흘고개10·배방산16.2·설화산11.9·망경산7.4km)인데 날씨는 맑고 산행하기 좋다. 용이 하늘로 오르다 떨어져 실이 한 타래나 들어간다는 용추계곡 출렁다리 건너 강당사(講堂寺) 절집 거쳐 올라가는 길.

상수리·비목·당단풍·난티·국수·작살·옻·소나무들 사이로 나뭇잎이 떨어져 길 위에 구른다. 충청도 산답게 어슬렁거리기 좋고 흙산(肉山)으로 유순하다.

10시 40분에 벌써 1km 올라왔고 정상까지 2.2km 남았다. 가뭄이 심해선지 당단풍나무는 주먹을 꼭 쥐고 펼쳐 보이지 않는다. 쉼터가 있는 소나무길 어느덧 11시.

산딸·층층·비목·생강나무를 지나 오래되고 큰 상수리나무가 좋은데 이곳에서는 완전히 산 아래 내려갔다 다시 올라가는 길이다. 단풍은 붉고 숲 냄새도 좋다. 광덕산 정상까지 1km. 11시 조금 지나 임도, 산길을 가로질러 오른다.

광덕산 오르는 길과 산 정상.
광덕산 오르는 길과 산 정상.
광덕산 오르는 길과 산 정상.
광덕산 오르는 길과 산 정상.

가파른 돌계단 오르면서 왼쪽으로 설화산 바위 봉우리가 보인다.

돌계단 위쪽으로 쪽동백·피나무 단풍이 짙고 가파른 산길 나뭇잎은 벌써 80퍼센트가량 졌는데 땀도 같이 뚝뚝 떨어진다.

담쟁이와 다래덩굴이 굵다. 여름내 상수리나무에 붙어 자란 담쟁이를 참나무에 붙어 자란다고 참담, 소나무에는 송담이다.

관절염·당뇨 등에 좋다고 알려졌지만 영양을 뺏긴 나무들은 죽을 맛이다. 여름철 산을 헤매다 물이 떨어져 생명이 위험할 때 다래덩굴로 목숨을 건지는 일이 종종 있다. 그야말로 다래나무는 생명수인 살아있는 샘물이다.

11시 반에 광덕산(廣德山)정상(699m, 설화산8.7·배방산13·망경산4.3·외암마을8.8·장군바위1.3·강당골주차장3.2km).

글자 그대로 크고 넓어서 천리조망, 산딸·밤·비목나무들이 산 아래를 바라보며 자라고 설화산이 빤히 보인다. 산 아래 광덕사가 있다.

조금 내려가니 천안시 쪽에서 안내판을 세웠는데 천안을 부각시켜놓았다.

막바지 단풍 산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능선 따라 가는 길 장군봉으로 나뭇잎 다 떨어져 춥다. 5분가량 걸어서 멱시마을 갈림길(멱시마을2.2·장군바위0.9km)에 서니 상수리나무 숲인데 정상부근 회나무와 비슷한 것이 특이하다.

정오에 장군바위(광덕산정상1.2·설화산7.8·망경산3.1·배방산11.8·멱시마을2·장군약수터0.3·천안방면 주차장 3km). 우린 멱시마을로 내려간다.

장군바위 근처 여기저기 제물 올린 흔적이 역력한데 외암생막걸리병을 마치 상점에 진열하듯 졸로리 세워 놓았다.

이산에 까치박달·산딸·비목나무들이 많다. 장군바위에서 멱시마을로 내려가는 계곡은 봄철 피나물 꽃이 볼 만하다.

(다음 회에 계속)

글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주석>

1) 아산 지역의 옛 지명.

2) 판서와 같은 정이품(正二品)이었지만 정승보다 높이 대우하여 학자로서 최고의 명예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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