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봉돌

문어만한 주꾸미. 물방울이 포착되었다. 약 200g.
문어만한 주꾸미. 물방울이 포착되었다. 약 200g.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주꾸미 낚시는 바닥을 확인하는 낚시다.

채비를 바닥까지 내리는데 봉돌은 필수적이다. 봉돌이 무거우면 빨리 내려가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꾸미가 붙은 감을 알기 어려워진다.

간단히 생각해서 우럭 낚시를 할 때 사용하는 100호 봉돌을 달고 주꾸미 낚시를 한다고 하자. 그러면 20g 무게의 주꾸미가 애기에 올라탄들 감을 느낄 수 있을까?

반대로 봉돌이 없이 애기의 무게로만 바닥에 내리고 낚시를 하면 어신은 잘 파악할 수 있겠지만, 실제 바닥에 닿은데 시간이 걸려 흐르는 선상낚시에서 이 낚시법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때문에 절충을 해야 한다. 바닥에 내려가면서도 어신 파악이 가능한 무게는 서해에서는 5호에서 15호 정도의 봉돌이다.

만조나 간조 때 물이 잘 안가면 가볍게, 물이 많이 가면 무거운 봉돌을 선택한다.

바닥에 닿은 감을 느끼면서도 최대한 가볍게 사용하는 것이 바로 정답인데, 이게 그날그날 달라질 수 있다.

선장이 배를 잘 잡아주면 봉돌 무게를 더 내릴 수 있다. 필자의 경우 7호에서 12호 정도의 봉돌을 준비해, 수심, 바람, 조류 속도, 선장의 줄잡이 등 물의 상황에 따라 교체해 가면서 사용한다.

넷째, 애기

애기도 상당히 중요하다. 주꾸미나 갑오징어가 색을 구분하고 사람 보기에 좋은 애기들에 더 잘 반응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황에 따라 유독 잘 반응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잘 잡힐 땐 아무 애기에나 잘 반응하지만, 입질이 뜸할 때 유독 잘 반응하는 애기가 분명히 있다. 낚시 도중 옆 사람들 중에서 유독 많이 잡는 사람이 있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때 그 사람을 유심히 관찰 할 필요가 있다.

잘 잡는 여러 요인 중에서 애기의 색상이나 크기, 수평 등 애기가 가진 여러 특성 때문에 그럴 수 있을 수도 있기에 다양한 애기를 준비한 하는 것이 좋다.

보통 전체 길이 95mm 정도의 애기(왕눈이 애기)를 많이 사용하지만, 70mm 정도의 작은 애기도 상당히 유리할 때가 많다.

애기의 형태나 색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늘의 날카로움과 바늘의 각도이다. 바늘 끝이 예리하고 바늘 각도가 70-80도에 가까워야 챔질 시 떨어지지 않는다. 낚시 도중 밑걸림 등의 여러 요인에 의해 바늘이 펴지는 경우가 있기에 수시로 확인하여 바늘 끝을 오므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갑오징어의 경우 수평 애기에 반응이 빠르다. 물색이나 수온에 따라 애기의 선택은 정답은 없지만, 반응이 좋은 애기를 확인하여 자기만의 애기 라인업을 구성해 두는 것이 좋다.

10월 중순의 갑오징어 조과.
10월 중순의 갑오징어 조과.

다섯째, 감각과 챔질

주꾸미나 갑오징어 낚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각과 챔질이다.

처음 주꾸미 낚시를 할 때 중요한 것은 내 채비가 바닥에 닿았는가를 아는 감각이 필요하다. 봉돌이 바닥에 닿았는지 모르면 줄을 계속 흘려 십중팔구는 다른 꾼들의 채비와 엉키게 된다.

때문에 초보일 때는 다소 무거운 봉돌을 사용하다, 바닥에 닿는 감을 확실히 알게 되면 조금씩 무게를 줄여 다는 것이 좋다.

바닥에 닿는 감을 알게 되면, 살짝 들어보아 무게가 다르거나 뭔가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거나, 걸렸다는 느낌이 들면, 즉 입질에 대한 감이 오면 바로 챔질을 해야 한다.

챔질은 애기에 올라타거나 다리를 건 주꾸미나 갑오징어를 미끄러뜨려 바늘에 박히게 하는 과정이다. 챔질을 어설프게 하면, 올라오다가 놓치는 빈도수가 많아진다.

쭈갑 낚시에서의 감각은 봉돌이 바닥에 닿은 것을 느끼는 감각과 쭈갑이 올라타는 것을 느끼는 감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감은 말로는 구분하지만, 하다보면 몸은 저절로 알게 되는 성질의 감각이다.

자전거를 처음 배울 때 넘어지는 방향으로 자전거 핸들을 틀면 안 넘어진다는 걸 이론적으로 배우다가, 자전거 타기에 익숙해지면 몸이 알아서 반응하는 것처럼, 쭈갑의 입질에 대한 감은 몸이 숙달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감은 저절로 얻어지는 게 아니라 상당히 노력해야 한다. 특히 갑오징어의 경우는 갑오징어가 다리를 하나 걸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감을 발달시켜야 고수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감각이 발달하고, 장비와 채비가 잘 동조되어 있으면, 낚싯대를 올리지 않아도 즉 고패질을 하지 않고 바닥에 봉돌을 붙인 상태에서 주꾸미가 스치거나 갑오징어가 다리 하나를 걸어도 그 감을 알 수가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라인의 텐션이다. 봉돌과 라인과 로드가 팽팽한 긴장 상태에 놓여 있어야만 감을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가끔 주꾸미 낚시에서 로드를 흔드는 꾼들을 볼 수 있는데, 이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로드를 흔들어 주꾸미를 유혹하려는 행동인데, 이럴 때 오히려 애기에 올라타려는 주꾸미에게 기회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물이 흐르고 배도 흐르기 때문에 애기는 늘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긴장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가, 그 긴장을 깨는 조그만 변화가 바로 입질인 것이고, 이때 바로 챔질로 들어가야 한다.

챔질은 강하게 하되, 만약 타이밍을 놓쳤으되 쭈갑이 달려 있으면, 릴링을 빠르게 하여 바늘이 더 박히게 해야 한다. 좀 빨리 릴링해도 빨라서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상당히 큰 갑오징어일 경우에는 릴링 후반기는 그 무게를 보아서 릴링 속도를 좀 늦추는 것이 좋다. 촉수에만 걸렸을 경우 릴링 속도가 너무 빠르면 촉수만 남기고 떨어져 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여섯째, 관찰

낚시꾼들은 조과가 좋지 않을 때, 농담 삼아 낚시가 잘 안 되는 이유가 108가지나 있다고 말한다.

청물이다, 탁물이다, 수온이 높거나 낮다, 바람이 분다, 날씨가 흐리다, 동풍이 분다, 일본에 지진이 일어났다, 고기가 다 빠졌다, 이동 중이다, 산란철이다 등등. 이런 자연적인 요소에 인위적인 요소도 있다.

선장이 배를 못 댄다, 줄을 잡지 않는다, 포인트를 모른다 등과 같이 선장을 탓하는 경우도 많다. 여기에 옆 사람을 탓하기도 한다.

초보여서 줄을 함부로 날린다, 반대로 너무 고수여서 내가 잡을 고기를 다 잡아 버린다 등등. 자리 탓을 하기도 한다. 선미나 선수가 아닌 중간 자리여서 계속 줄이 엉킨다 등등.

모두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그런 와중에서도 감각이 발달되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충분한 조과를 올릴 수 있다. 쭈갑이 없으면 물론 못 잡고, 물때가 맞지 않으면 또한 많이 잡지 못한다. 하지만 그날그날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대의 조과를 올리는 것이 관건이지, 이 이상 낚시꾼이 할 수 있는 건 없다.

계절과 낚싯배와 물때의 선택은 기획의 측면이지 기술적인 측면은 아니기도 하다. 낚시를 하다보면, 2단 3단 채비를 달고 상대와 줄이 엉키면, 줄을 푸는 데 시간을 보내는 꾼들도 많다.

애기와 봉돌을 먼저 떼고 풀든지, 아니면 자기 원줄을 자르고 다시 묶는 게 더 빠를 수도 있건만, 하세월로 줄을 풀려고 하는 초보 꾼들도 있게 마련이다.

이때는 고참 꾼들이 도와주면 된다. 고의가 아니고 몰라서 그러는 거니 선장이나 사무장이 바빠 그런 역할을 못하면 경험 많은 꾼들이 도와주면 초보도 터득하는 것이다.

한 배를 탔느니 하루 동안은 어떻게 보면 공동운명체다. 서로 도와가며 낚시를 해야 하며, 옆 사람이 줄을 많이 풀면, 그 줄을 봐가면서 낚시를 하는 요령도 필요하다.

자기 낚시에만 집중하는 것도 좋지만 옆 사람이 어떻게 잡는지, 애기와 채비는 무엇을 사용하는지, 줄을 어떻게 푸는 습관이 있는지를 관찰하면서 낚시를 하는 것이 고수가 되는 지름길이다.

갑오징어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충무김밥 재료로.
갑오징어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 수 있다. 충무김밥 재료로.

하루 종일 낚시하면서 집중하고 자세를 흩트리지 않을 체력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이상과 같은 요령이 쭈갑 고수가 되는 길에 대한 필자의 생각이다. 이런 설명은 필자에게 적합한 방식으로 진화된 것이어서 모든 낚시꾼들에게 금과옥조로 통하는 것은 아니다.

자기 스타일대로 자기만의 방식으로 고수의 반열에 오른 꾼들도 많다. 가령 2단 채비로도 많은 조과를 올리는 꾼들도 있다.

1, 2단 모두에서 간사한 입질이라도 다 감을 잡을 수 있다면 10월 이후 후반기 쭈갑 낚시에서는 상단에서 입질하는 갑오징어를 더 잡아낼 수도 있는 것이다. 즉 자기만의 스타일로 절차탁마하면 고수의 반열에 충분히 오를 수 있다.

위의 설명은 오천 송고수의 이론을 현장에서 실전낚시에서 확인해가면서 글로 풀어 낸 것이다. 하지만 실전에서 자기만의 방식을 적용하여 훌륭한 조과를 올린다면, 그가 바로 고수이며 주꾸미와 갑오징어에게는 공포의 저승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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