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라임자산운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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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로 금융시장이 시끄럽다.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가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자닌 펀드는 BW, CB와 같이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단계에 있는 상품에 투자하는 펀드다.

사실 이번 사태의 핵심이 메자닌 펀드 자체에 있지 않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체 운용자산 중 코스닥 메자닌에 투자한 펀드 자산 규모는 일부분이다. 해당 펀드도 메자닌 자체의 문제보다는 증권사와 맺은 총수익스와프(TRS) 거래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운용사는 증권사에 증거금을 내고 TRS 계약을 체결하는데, 이를 통해 차입으로 환매가 비교적 쉬운 대규모 자산을 매입한다. BW나 CB의 경우 환매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이 라임자산운용에 문제가 제기되고 금융감독원의 조사가 진행되자 TRS 거래 연장을 거부하기 시작했고, 이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사태를 가속화시켰다. 한마디로 유동성 확보가 힘든 상황에서 레버리지를 일으키지 못한 ‘유동성 관리의 실패’인 셈이다.

그럼에도 메자닌 펀드와 BW, CB 등 주식관련사채가 주목을 받으면서 메자닌 펀드 운용사는 물론, 기업의 자금 조달 시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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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기업의 입장에서 일반 회사채로는 자금을 끌어 모으기 쉽지 않고 투자자를 모집한다고 높은 금리를 지급해야 할 때 BW, CB는 유용한 수단이다. 따라서 당분간 기업 자금 조달 시장의 경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BW는 기업이 채권을 발행한 후 신주를 발행할 경우 미리 약정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채권과 마찬가지로 이자를 받으면서 해당 기업의 주가가 발행가보다 높을 경우 신주의 발행을 청구할 수 있다.

CB는 약정 기간이 지나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다. 주식전환권리를 행사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은 BW나 CB를 통해 일반 회사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쉽게 투자자를 모을 수 있다. 게다가 과거 기아자동차 BW가 투자자에게 대박을 안기면서 한 때 유명 기업들이 너도나도 BW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BW나 CB는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과 안정성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자에 유용한 수단이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저리로 일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는 기업이 굳이 BW나 CB를 발행할 이유가 없다. 즉, 신용등급이 낮거나 자금 사정이 넉넉하지 못한 기업이 주식관련사채에 관심을 갖는 셈이다. 기아차 BW 이후 2009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대한전선, 금호, 웅진, STX 계열이 BW를 발행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필자도 지인들로부터 BW 투자 문의에 시달렸다. 기아차와 해당 기업들의 다른 점을 설명해도 많은 지인들은 투자자에게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준 기아차 BW ‘대박’ 사례에 마음을 뺏긴 상태였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워크아웃이나 매각, 또는 그룹해체 등의 과정을 거쳤다. 이번 라임자산운용의 메자닌 펀드에도 일부 부실 CB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창의 기업 속살파기⑫] 금융과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2019년 8월26일 오전 5시55분 송고)에서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주요 선진국 금리와 연계한 파생결합펀드(DLF), 파생결합증권(DLS) 조차도 손실을 입는 마당에 안전한 투자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잠시 접어두자.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핵심기술과 성장성 있는 기업이 오래되지 않은 업력과 일시적 자금 미스매치로 주식관련사채를 발행해야 하는데 투자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발행기업이 몰려있는 코스닥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주식전환 사례가 줄어드는 반면, 발행기업이 투자자의 만기 전 조기상환청구권 행사에 응해야 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주식관련사채 발행 시장이 당분간 아예 막힐 수도 있는 셈이다.

과거보다 성숙해졌다고는 하나 금융시장은 유독 쏠림 현상이 심한 곳이다. 라임자산운용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조사와 대응책과는 별도로, 보증 및 정책자금 확대와 같은 실질적인 지원책이 빨리 시행돼야 한다.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자칫 실물 경제로 파급되는 것을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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