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수저 콤플렉스 극복, 거리전기 입사 후 회장자리까지

'불굴의 슈퍼 우먼'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불굴의 슈퍼 우먼' 둥밍주 거리전기 회장. [사진=거리(格力)전기 보도자료]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하늘의 반쪽은 여성이라고 늘 주장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강화를 위해 노력도 많이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과 이상은 다르다.

아직도 중국 각계에서 여성들의 활약이 만족스럽다고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재계의 최고경영자(CEO)들 중 여성이 가뭄에 콩나물 나듯 적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하늘의 반쪽’ 운운 주장은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유리천장이 대단히 높다는 사실을 반증한다고 해도 좋다.

하지만 이 유리천장도 중국의 대표적 가전 기업으로 불리는 거리(格力)전기의 여성 CEO로 유명한 둥밍주(董明珠. 65) 회장 앞에서는 전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70대를 바라보는 여성의 몸으로 2018년 기준 매출액이 2000억 위안(元. 34조 원) 전후인 대그룹을 일사분란하게 진두지휘하고 있으니 진짜 이렇게 평가해도 무난할 것 같다.

얼핏 선입견만 가지고 보면 둥 회장은 대단한 금수저에 엄청난 스펙을 가진 여성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전혀 아니다. 중국인들의 과장법을 조금 보탤 경우 금수저나 스펙 등의 단어와는 10만8000 리나 떨어져 있다고 해도 괜찮다.

자사의 제품인 에어컨 앞에서 포즈를 취한 둥 회장.
자사의 제품인 에어컨 앞에서 포즈를 취한 둥 회장. [사진=거리(格力)전기 보도자료]

우선 출신성분이 평범하다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학력 역시 자랑스럽게 공개하기가 어려울 만큼 소박하다.

고향인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안후이(安徽)성 푸후(蕪湖)로 유학을 가기는 했으나 졸업한 곳이 현지의 전문대학에 불과한 간부교육학원이었다.

게다가 둥 회장은 아들이 두 살 때 남편을 잃는 비극도 겪었다.

현실이 완전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둥 회장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로지 한 점 혈육인 아들을 잘 키워야 한다는 일념으로 나이 36세 때는 과감하게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로 이주해 당시 막 출범한 거리전기에 입사하는 용단을 내리기도 했다.

이 행보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완전 신의 한 수가 됐다.

영업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 2년 만에 회사 총 매출액의 8분의 1에 해당하는 1600만 위안의 판매 실적을 올린 것이다.

1년 후 실적은 정확히 두 배가 됐다.

부장 승진 후에도 거칠 것이 없었다. 당연히 회사에서는 이 판매의 여왕을 대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이 40세 때인 1994년에 가볍게 영업부장에 오른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부장 승진 후에도 거칠 것이 없었다.

급기야 2005년에는 거리전기를 에어컨 분야의 전국 챔피언으로 올려놓게 된다. 2007년과 2019년에 영업사원 출신으로 처음 총재와 회장 자리에 잇따라 취임한 것 역시 하나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한 강연회에서 거리전기의 혁신에 대해 강의하는 둥 회장.
한 강연회에서 거리전기의 혁신에 대해 강의하는 둥 회장. [사진=거리(格力)전기 보도자료]

둥 회장은 2003년부터 줄곧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 해당)의 대표로도 일하고 있다.

정치적 입지 역시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또 매년 각종 국내외 언론에서 선정하는 글로벌 여성 CE0로 선정되면서 널리 이름까지 떨치고 있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정보통신기술(ICT) 평론가인 저우잉(周穎) 씨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둥 회장 같은 여성이 배출되기는 힘들다. 중국 뿐 아니라 세계를 대표할 수 있는 여성 경영자로 손색이 없다. 거의 매년 포브스나 포춘 등에서 둥 회장을 대표적인 글로벌 여성 CEO로 선정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면서 둥 회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둥 회장은 거리전자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마지막 정열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30여 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일했던 것처럼.

둥 회장에게 고난을 마다하지 않는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실에 비춰보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미리 단언해도 괜찮지 않나 싶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