롄샹을 경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소비자들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 양위안칭 회장. 한 강연회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롄샹을 경영하는 바쁜 와중에도 소비자들과 소통을 게을리하지 않는 양위안칭 회장. 한 강연회에서 열변을 토하고 있다. [사진=롄샹 보도자료]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무슨 분야가 됐든 기업을 만드는 창업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조금 심하게 말하면 비범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수 있다.

시작이 없으면 성장 스토리의 신화가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이렇게 창업에 대해 높이 평가해도 무리는 없다.

그러나 수성(守成) 역시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창업을 아무리 잘해놓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경우 모든 것이 일거에 만사휴의가 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면 진짜 그렇다고 단언해도 좋다.

애플을 사례로 들어도 명확해진다.

걸출한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를 이은 팀 쿡이 뛰어난 리더십을 통해 훌륭한 경영을 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애플은 존재할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지대물박(地大物博. 땅이 넓고 물산이 풍부함)의 대표적인 국가인 중국에 팀 쿡 같은 수성 본능의 최고경영자(CEO)가 없을 까닭이 없다.

하지만 말처럼 쉽게 찾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그럼에도 엄청난 고생을 하지 않을 수는 있다.

롄샹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의 양위안칭 회장.
롄샹 회장에 취임했을 당시의 양위안칭 회장. [사진=롄샹 보도자료]

해변의 모래알처럼 많은 CEO들을 일별하다 보면 중국의 삼성전자로 통하는 롄샹(聯想)의 양위안칭(楊元慶55) 회장을 언제인가는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의 이력과 그동안의 행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진짜 팀 쿡의 도플갱어 내지는 아바타 같다는 느낌은 별로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다.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의 인테리 가문 출신인 그는 어려서부터 엄청나게 총명했다고 한다.

스티브 잡스처럼 천재에 가까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연히 성적도 우수할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고향 근처에서는 최고 명문인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학에 입학, 1986년에 졸업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베이징의 과학기술대학에서 컴퓨터 전공으로 석사학위도 받았다.

이후 그는 진로를 고민했다.

창업이냐 취업이냐의 갈림길에서 일생일대의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그의 고민은 오래 가지 않았다.

자신의 성격이 저돌적으로 밀어붙이는 공격적 성향이 필요한 난세의 창업자보다는 치세의 관리자에 적합하다는 사실을 바로 파악한 것이다.

1989년 당시 승승장구하던 롄샹컴퓨터에 입사한 것은 크게 이상할 것이 없었다. 롄샹에 입사한 이후 그는 바로 창업자인 류촨즈(柳傳志) 전 회장의 눈에 들었다.

공학도이면서도 평소 문학 애호가인 그가 다른 평범한 직원들과는 분명 뭔가 다르게 보인 것이다.

1994년 나이 고작 30세 때에 컴퓨터사업부 사장에 전격 발탁된 것은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는 바로 류 전 회장의 기대에 부응했다.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발군의 능력을 발휘, 일거에 롄샹을 국내 컴퓨터 업계의 3위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이듬해 그는 그 누구의 반대도 없이 그룹으로 성장한 롄샹의 총재보로 승진할 수 있었다.

이어 1996년에는 그룹 부총재로 승진한 다음 롄샹을 컴퓨터 부문 1위 업체로 키우는 기염을 토했다.

창업자인 류촨즈와 나란히 포즈를 취한 양위안칭 회장.
창업자인 류촨즈와 나란히 포즈를 취한 양위안칭 회장. [사진=롄샹 보도자료]

이후 그에게는 거칠 것이 없었다.

누가 봐도 류촨즈의 후계자가 되는 것은 따 놓은 당상에 다름 아니었다.

실제로 2011년 고작 47세의 나이에 그룹 회장에 올라 롄샹의 대권을 완전히 거머쥘 수 있었다.

롄샹에 입사한지 22년 만의 일이었다. 그가 ‘샐러리맨의 황제’, ‘중국판 팀 쿡’으로 불리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보인다.

그는 수성 본능이 뛰어난 사람이기는 해도 나름의 공격적 촉도 있는 경영인으로도 유명하다.

2004년 IBM 부문의 퍼스컴 분야를 인수한 것은 바로 이런 뛰어난 감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닌가 보인다.

지금은 거의 신의 한 수로 여겨지고 있다. 류 전 회장으로부터 확실한 신임을 받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보인다.

그는 공학도이기는 하나 인문학적 소양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점에서 보면 스티브 잡스와 비슷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성공하지 않았다면 이상하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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