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의 지나친 편중 때문..."좀 더 일찍 미래전략 세웠더라면"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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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메모리 반도체'의 역설인가.

지난해 D램 등 메모리 반도체의 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승승장구' 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이 올 들어 실적 '다운턴(하락국면)'으로 '글로벌 반도체 권좌'를 내주는 굴욕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동안 지적된 지나친 '메모리 편중' 때문인데, 지난해 말부터 D램과 낸드플레시 등의 가격이 급락하고 수요가 급격히 줄면서 우리 업체들의 수익률이 급락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인텔과 대만의 TSMC 등은 다양한 제품군으로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익률 '뚝뚝'

28일 업계 등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미국 인텔, 대만 TSMC가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는 31일 삼성전자도 실적 확정치를 공시할 예정이다. 물론 반도체 부문의 성적표도 받아들게 된다.

최근 삼성전자 관련 투자보고서를 낸 국내 10개 증권사의 반도체사업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은 매출 16조6270억원과 영업이익 3조3400억원이다. 이대로라면 영업이익률은 20.1%로, 지난 2014년 2분기(19.0%)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6조8388억원과 4726억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이 6.9%에 그친 셈이다.

지난해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이 각각 51.7%와 51.5%인 점을 감안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반면 인텔과 TSMC는 지난해 수준만큼은 아니지만 올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도 상승하는 추세다.

인텔은 1분기 영업이익률이 26.1%에 그쳤으나 3분기(33.3%)에는 다시 30%대에 안착했고, TSMC는 1분기 영업이익률이 29.4%로 떨어진 뒤 3분기에는 36.8%에 회복하면서 작년 평균(37.2%)에 육박했다.

이에 따라 인텔은 지난 2017년과 지난해 2년 동안 삼성전자에 뺏겼던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올해에는 탈환할 것이 확실하다.

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도 3분기 영업이익이 1079억대만달러(34억6000만달러·약 4조1000억원)으로 삼성전자를 추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올 연말까지는 메모리 반도체 업황 개선 조짐이 없는 만큼 격차는 더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1위 자리를 내주는 것은 물론 2위마저 어렵게 됐다.

◇ 잘 나갈 때 미래대비 못했다

우리 업체들의 실적이 1년 만에 급락한 이유는 '메모리 편중'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반도체 호황국면에서도 업계 전문가들은 메모리에 편중돼 있는 사업구조를 지적하며 비메모리 육성 등을 조언했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과 TSMC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부진에 영향을 받았지만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덕분에 특정 제품의 가격 급락에 따른 충격은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업체들도 메모리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과 동시에 제품 다변화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업체들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적극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조금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전세계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했고, SK하이닉스도 P램과 R램 등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좀 더 일찍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탑재 고용량화와 5세대 이동통신(5G),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내년부터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중장기 미래 전략을 세우지 않는다면 위기는 계속해서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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