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초기 혼선...일부 은행들 과열 마케팅 '눈살'

[사진=금융위원회]
[사진=금융위원회]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내에서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하나로 모든 은행계좌에서 출금과 이체 등이 가능한 '오픈뱅킹(Open Banking)' 시대가 본격 개막됐다. 

NH농협은행을 비롯해 신한, 우리, KEB하나, IBK기업 KB국민, BNK부산, 제주, 전북, BNK경남은행 등 10개 시중은행은 지난 10월30일 오전 9시부터 오픈 뱅킹 고객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KDB산업, SC제일, 한국씨티, 수협, 대구, 광주은행, 케이뱅크, 한국카카오뱅크 등 나머지 은행과 인터넷은행들도 18일부터 전면실시에 들어갔다.

국내 오픈뱅킹은 24시간, 365일 운영된다.

오픈 뱅킹 도입에 따라 은행 등 이용기관이 내는 수수료는 은행마다 다르지만 기존 금융결제망 이용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중소형은 약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거나, 아예 폐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 오픈 뱅킹 도입 은행들은 시범 서비스에 들어간 날 일제히 관련 서비스를 선보였다.

NH농협은행은 농협은행 디지털 플랫폼에서 다른 은행의 계좌를 등록해 잔액과 거래내역을 조회하거나 송금할 수 있는 'NH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은행도 모바일 플랫폼인 신한 쏠(SOL)을 통해 오픈뱅킹 서비스에 들어갔다.

KB국민은행도 오픈뱅킹 서비스를 'KB스타뱅킹'과 '리브(Liiv) 앱', '인터넷뱅킹(이하 웹)'을 통해 제공한다. 

금융당국은 "오픈 뱅킹 참가사가 현재는 은행 위주이지만 내년부터 상호금융, 저축은행, 우체국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회·이체에 한정된 6개 오픈 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기능을 다양화하는 한편, 마이데이터와의 연계성 강화를 통해 데이터 분야로의 기능 확장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국내 금융기업들은 치열해지는 금융권의 경쟁 환경 속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개별 금융그룹 또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오픈 API를 구축하고 있으며, 그 사례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미 국내 주요 6개 은행의 경우 금융결제원을 주축으로 진행하고 있는 은행권 공동 오픈플랫폼에 모두 참여하고 있으며 개별사의 오픈뱅킹에 대한 대응도 기존 금융 서비스의 주요 제공자인 은행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NH농협은행은 선제적으로 140여 개 API를 제공해 외부 개발자와 협업을 도모하고 있다.

◇ NH농협은행

NH농협은행은 국내 금융권 중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15년 12월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출시해 핀테크기업들이 NH농협은행의 API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NH농협은행은 이 플랫폼을 활용 현재 조회, 입출금, 카드, 자금관리 관련 기능 등 총 140여 개의 API를 제공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연간 380만 건의 거래가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통해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민주 삼정KPMG 선임연구원은 "NH핀테크 오픈플랫폼을 통해 멘토링 기업 1호로 2016년 5월 NH농협은행의 입∙출금 API를 이용한 개인 간 전자차용증 안심송금 서비스 '두리안(Doorian)'이 기브텍을 통해 출시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후 'P2P(개인 대 개인)자금관리 API', ‘P2P금융 외담대(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지원 API' 등 핀테크 분야별로 특화된 API 출시로 이어지고 있어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의 영역 확장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신한은행

신한금융그룹은 계열사 및 외부 개발자와의 협업을 위한 오픈 API 마켓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차원에서 오픈뱅킹에 대응하고 있는 신한금융그룹은 2018년 7월부터 핀테크기업 및 일반 개발자들이 금융서비스를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신한금융그룹의 금융서비스 API를 제공하는 '오픈 API 마켓'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보험계약대출, 투자전략, 환전 API 등 16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신한금융그룹 내 계열사 고객뿐만 아니라 동 플랫폼 이용자에게도 일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어 2018년 8월에는 그룹사 내부 통합모바일플랫폼 '신한 플러스'를 출시했다.

신한 플러스는 통합 리워드 플랫폼 '신한 FAN 클럽'과 통합 모바일 플랫폼 '신나는 한판'을 결합한 원스톱 금융 플랫폼으로, 공개형 API 기반으로 구축되었다.

은행, 카드, 금융투자, 생명보험사 등 신한금융그룹에 속한 기업들의 87개 주요 서비스 및 통장∙카드 동시 개설 서비스 등 그룹사 간 비대면 서비스가 탑재되어 있다.

신한은행은 2018년부터 오픈 API 비즈니스포털 구축에 나서고 있다.

면세점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환전 서비스,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고객 대상 전세대출 한도조회서비스 등을 공개하고 파트너십을 넓히고 있다.

신한은행은 앞으로 오픈 API 기반 서비스를 외부 개발자가 편리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플랫폼 비즈니스를 확대할 계획이며 오픈 뱅킹 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 KEB하나은행

KEB하나은행은 환전과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 등 선택적 오픈 API 제공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2018년 2월 외부 기업에 금융 API를 공개하는 비즈니스 개발 플랫폼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고, 제1호 비즈니스로 중국 현지에서 위안화로 국내대학 등록금의 납부를 가능하게 하는 유학생등록금 수납서비스를 선보였다.

이어 2018년 5월에는 차량판매 온라인플랫폼 ‘핀카’에서 자동차 금융상품 '1Q오토론'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현재 오픈 플랫폼에서 사이버 환전, 금융정보 조회, 영업점/ATM 찾기 등 6가지 오픈 플랫폼서비스 패키지(특정서비스구현을 위하여 다양한 API를 패키지화한 API 그룹)를 선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다양한 비즈니스 협업을 통해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핀테크와 금융의 협업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2019년 3월 하나금융그룹 또한 그룹 차원에서 오픈 API를 개방할 계획임을 밝혀 향후에는 그룹 차원에서 오픈 API 플랫폼이 더욱 확장될 전망이다.

◇ KB금융지주, 계열사 간 폐쇄형 API 활용

KB금융지주는 2017년 7월 그룹 계열사끼리 API를 공유하는 그룹 오픈 API를 개발했다.

다만 외부 기업에게 공개하고 있지는 않으며, 클라우드 기반 오픈 플랫폼 '클래온(CLAYON)'으로 외부 개발자들이 은행이 이미 만든 금융 서비스 개발 도구를 조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다.

KB증권은 오픈 플랫폼 전략의 일환으로, 2019년 4월 오픈 API 기반 비대면 투자일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는 KB증권 계좌 개설, 국내외 주식 주문, 환전 등 증권거래 시스템에 리서치 어시스턴트(RA) 운용 기능을 합친 서비스다.

앞으로 고객들은 디셈버앤컴퍼니운용과 쿼터백운용 각각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계좌를 개설하고, RA와 투자 상담도 할 수 있다.

KB증권은 향후 오픈 플랫폼을 기반 으로 외부 핀테크사와 서비스제휴를 확대할 예정이다.

해킹대응 사고예방 훈련. [사진=금융위원회]
해킹대응 사고예방 훈련. [사진=금융위원회]

◇ 시행초기 혼선...마케팅 과열 양상도

그러나 이처럼 각 금융기관의 오픈 뱅킹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시범 운영에 들어갔음에도 시행 초기 혼선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 은행이 사전에 약속했던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데다 일부 은행은 고객들이 자사의 앱을 사용하도록 사전 마케팅을 진행하는 등 과열 경쟁 양상도 보이고 있다.

실제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오픈뱅킹 서비스와 관련,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주요 은행 가운데 특정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은행의 예·적금 정보가 조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오픈뱅킹을 시행하기에 앞서 입출금 계좌뿐만 아니라 예·적금 계좌와 펀드 계좌 정보도 공유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다만 출금은 입출금 계좌에서만 가능하게 하고 예·적금 계좌와 펀드 계좌는 잔액 조회만 되도록 했다.

오픈뱅킹 시행일 이후 주요 은행의 앱에서 타 은행의 입출금 계좌는 아무 탈 없이 조회된다.

하지만 예·적금은 특정 은행의 정보만 조회될 뿐 나머지 은행은 오류 메시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상은 예·적금 계좌를 등록할 때 인증방식이 은행마다 다른데다 이로 인해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해 인증이 안 되는 탓에 계좌 정보가 한 은행에서 다른 은행으로 넘어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예·적금 정보를 아예 공유조차 하지 않은 은행도 있었다. 정보 공유는 합의 사항이지 강제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