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직 관료들 "한국의 현 분담금은 적정한 수준…과도한 증액 요구는 부절절"

[사진=주한미군 페이스북]
[사진=한미연합군사령부 페이스북]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리 정부에 주한미군 주둔에 관련한 방위비 분담금을 현재보다 5배 이상 많은 50억 달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내에서 이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그 동안 미국 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 등에 대해 작은 비판이 있어왔으나 이번 처럼 적극적인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례적이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 증가라는 단순한 금전적 이익보다 동맹국과의 관계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향후 협상에 또 다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미국의 소리(이하 VOA) 방송에 따르면 전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와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관계자 등은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금 요구에 대해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쓸데 없이 한미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오히려 문제를 만들고 있다”면서 “미국은 또 한일관계에 있어서도 충분한 외교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힐 전 차관보는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에 대해 “이해할 수 없고 동의하지도 않는다”며 “마치 더 많은 문제를 만들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다만 힐 전 차관보는 한국이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일부 우려에 대해 “그러지 않기 바란다”며 “중국은 상황을 개선시키는데 있어 믿을만한 나라가 아니다”며 “북한의 행동을 고려할 때 매우 위중한 시점인 만큼 원만한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사진=미국 백악관 페이스북]
[사진=미국 백악관 페이스북]

게리 로크 전 주중대사도 “미국은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킴으로써 혜택을 얻고 있다”며 “미국 본토에 병력을 두는 것보다도 분명히 비용이 덜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더해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존 햄리 소장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미군은 돈을 받고 한국을 지키는 용병이 아니다”라며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터무니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햄리 소장은 지난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부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햄리 소장은 이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시아에서 동맹국들을 보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주한미군은 중국, 북한, 러시아로부터 한국을 보호해야 한다. 한국이 미국에 빚지고 있다는 생각은 잘 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한국은 현재 약 10억 달러를 분담하고 있다. 괜찮은 금액이라고 생각한다”며 “ 더 낼 수 있다면 환영지만 분명한 건 한국이 최소한으로 내야 하는 금액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의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보다 ‘돈’이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로 인해 한미동맹의 악화가 우려된다”며 “미군이 왜 한국에 주둔해 있는지, 한국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햄리 소장은 최근 경색국면에 들어간 북미관계에 대해서도 “북한은 시한으로 설정한 연말이 지나면 장거리 미사일이나 핵 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협상의 수혜자는 미국이 아닌 북한이다. 미국은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 북한에 더 이상 게임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북미간 ‘연말 시한’ 전 실무 협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당분간 냉각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한미 양국은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3차 회의를 가졌으나 상호간 의견 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됐다.

이에 다음달 미국에서 4차 회의를 열고 주한미군 주둔과 관련한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협상을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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