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테흐스 UN총장 "여유 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이젠 행동 나설때"

지난 2015년 12월 12일 전 세계 195개국 지도자들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조인했다.

오는 12일이면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조인된 지 4년째를 맞는 셈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 2021년 1월부터 적용될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협약으로 2016년 11월 발효됐다.

선진국에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와 달리 195개 당사국 모두가 감축 목표를 지켜야 하는 구속력 있는 보편적 첫 기후합의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

파리협약은 보다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급변하는 기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각 국가가 자발적으로 정하는 '국가결정기여(NDC· National Defence Contribution)'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NDC로 2030년까지 26~28% 절대량 감축을 약속했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약 탈퇴를 유엔에 공식 통보하며 1년간의 탈퇴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2030년까지 절대량 40% 감축을 목표로 하는 유럽연합은 최근 의회에서 '기후 환경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국제사회의 행동을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은 2030년까지 국내 총생산(GDP)대비 배출량 기준 60~65% 감축, 한국은 2030년의 목표연도 배출전망치 대비(BAU) 37%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기후 변화에 따른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위해 각국이 최소한의 내용으로 서약했지만 대부분 이 최소 목표치의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다.

지구 종말을 초래할 수도 있는 기후변화와 관련, 데이비드 스프랫(David Spratt)과 이안 던롭(Ian Dunlop)은 최근 ‘실존적인 기후 관련 안보 위기(Existential climate-relatedsecurity risk: A scenario approach)’’라는 논문을 발표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기후 변화가 초래할 영향은 기존의 지정학적 위협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데이비드는 호주 멜버른 브레이크스루 국립기후복구센터 연구 이사이며 이안은 호주석탄협회 회장, 호주기업이사협회 최고책임자, 호주 그린하우스오피스 배출권거래 전문가그룹 의장을 역임했다.

뉴스퀘스트는 실제 지구상의 기후 변화가 얼마나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지 또 지구를 보존하기 위해 인류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논문이 주장하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전 세계가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 양은 위험스러울만치 증가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연례 '온실가스 격차 보고서'에서 "기후변화 전망이 암울하다"며 "그동안의 온실가스 배출 삭감 노력은 실패했으며 더 주의깊고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UNEP는 지난 10년간 온실가스 배출이 매년 1.5%씩 증가하고 있다면 지구 온난화를 막기위해서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7.6%씩 온실 가스 배출을 줄여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78%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의 책임을 지적하고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 세계 최대 온실 가스 배출 국가는 중국이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그 뒤를 잇고있다. 보고서는 파리협약이 설정한 배출가스 감축 목표치를 준수하더라도 2100년께 지구 온도는 섭씨 3.2도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은 지난해 9월26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고위급 연설을 통해 "기후 변화는 우리 시대 결정적인 사안이며, 우리는 결정적인 순간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UN에는 평화와 안보, 인권, 개발과 같은 중요한 일이 많지만 기후 변화 사안이야말로 절대적 우선 순위"라고 덧붙였다.

전 세계 195개국 지도자들은 지난 2015년 12월 12일,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와 비교,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못하도록 온실가스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상승 폭은 가능한 섭씨 1.5도가 넘지 않도록 힘쓰자고 서약했다.

그러나 유엔 연구에 따르면, 파리협정 이후 현재까지 당사국이 내건 실행계획은 요구되는 수준의 3분의 1에 불과한 실정이다.

2020년까지 현재의 배출량 추세를 뒤집지 못한다면 섭씨 1.5도라는 목표치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전망이다.

기후 변화의 여파는 이미 인간은 물론이고 지구에 생존하는 자연계의 모든 생명체에게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 2018년 기후 관련 재난이 초래한 경제적 비용은 3200억달러(약 3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기후 행동이야말로 도덕적으로 타당하고,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며, 아무도 뒤처지지 않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핵심이다.

[사진=UN 홈페이지]
안토니오 구테흐스 UN사무총장. [사진=UN 홈페이지]

구테흐스 총장은 "기후 변화는 우리의 행동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우리는 정말로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 위험에 놓여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0%를 차지하는 나라의 정상에게 손을 내민다" 며 "결단력 있는 리더십만이 파리의 목표를 현실화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농경법이나 화석연료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끊고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기후 대응형 산업과 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또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고 그 일자리를 더 건강하고 더 나은 대안으로 대체해 공정하고 평등하며 수익성이 좋아지도록 바꾼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탄소 가격도 탄소 배출의 진정한 비용, 다시 말해 기후 위험에서 대기 오염에 따른 건강 위협까지의 비용을 반영해 매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구테흐스 총장은 "각국 정부는 은행이 녹색 금융을 지원하도록 장려하고, 작은 섬나라와 같은 취약한 국가의 복원력이 강화되도록 금융과 채무 상품을 혁신하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또한 산림 파괴를 멈추고 기후 변화가 바다에 끼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는 일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약 118조원)를 기후 행동에 동원하겠다는 서약 했지만 아직까지 이행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구테흐스 총장은 "지체할 여유가 있던 시간은 이미 오래전에 지났다"며 다급함을 호소했다.

기후 변화가 지구의 실존을 위협하는 정도가 심해진다는 증거는 날마다 늘어만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행동하지 못하는 날만큼 누구도 원하지 않는 파멸에 한 발자국씩 다가서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리고 이 파멸이 인류와 지구 생명체에게 미치는 피해는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2017~2018년에 호주 상원은 기후변화가 호주의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기후변화는 ‘현재 실존하는 국가의 안보 위기’, ‘지구에서 발생한 지적 생명체의 때 이른 멸종’ 또는 ‘바람직한 미래의 발전을 위한 잠재력을 영구적이고 철저히 파괴할 위협’임이 드러났다.

데이비드 스프랫은 "이 조사에서 인간으로부터 비롯된 지구온난화는 지구에 존재하는 인류의 삶에 핵전쟁 다음가는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오늘날 인간은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어떤 종(種)보다도 강력한 포식자다.

지구상의 75억 인류는 이미 지금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어떤 종(種)보다도 강력한 포식자이지만 전 세계 인구는 아직 정점이 아니며 100억 명에 이를 수도 있다.

이것은 만약 인간의 행동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다면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임을 뜻한다.

데이비드 스프랫(David Spratt·왼쪽)과 이안 던롭(Ian Dunlop).
데이비드 스프랫(David Spratt·왼쪽)과 이안 던롭(Ian Dunlop).

데이비드와 이안은 실제로 지구에서 인간이 가장 끔찍한 방식으로 멸종의 길에 접어들 확률을 충격적인 이미지로 그려내 인류와 우리 행성이 놓인 절망적인 상황에 대한 진실을 가감 없이 폭로했다.

최근 호주 상황을 보면 우리가 처한 위기의 심각성이 점점 더 현실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젊은 여성들은 더는 아이를 갖지 않으려 하고, 기후과학자들은 종말론적 미래를 '피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연구에 더 매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더 안전한 곳'으로 이주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으로 우울하다.

데이비드는 점점 빈번해지는 시민 불복종은 이보다 더 강력한 신호로 해석한다.

예를 들어 갈릴리 분지 석탄층 개발, 그레이트 오스트레일리아만 심해 석유 탐사에 대해 시민들은 자멸을 부를 정도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한다.

게다가 어린 학생들은 부모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실천 행위를 거부하는 무책임에 분노한다.

이제 기후변화는 기술이나 과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사회·정치적인 가치의 문제로 부상했다.

기후 시스템이 임계점(tipping point)에 이르기 전에 우리의 사고를 완전히 뒤집을 사회적 변곡점(tipping point)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이비드와 이안은 논문을 통해 "종말론적 미래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당장 과감하게 행동하지 않는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우리는 집단으로 행동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인류를 위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보장하려면 정부와 기업, 공동체의 강력하고 단호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보와 안보 기관은 이러한 실존적 기후 위기를 받아들이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맡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지금의 위기관리를 위해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강구하고 이를 정부에 조언해야 한다.

기후 변화가 초래할 영향은 기존의 지정학적 위협보다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