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문제는 안보와도 관련...각종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데도 저평가

[그래픽=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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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박민수 기자】 기후변화 관련 전문가들은 기후 정책을 결정하기 위한 수많은 과학적 지식이 보수적이고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기후변화는 이제 인류 문명에게 닥친 중·단기의 실존적 위협이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따라서 기후 관련 안보 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이들 전문가들은 고도로 복잡하고 계량하기 어려운 '팻-테일( fat-tail)' 확률(예측이 잘 맞지 않을 가능성. 통계학에서 정규분포의 오른쪽 끝부분이 살찐 꼬리처럼 두꺼운 모양새를 가지면 예측이 맞을 확률이 낮아진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데이비드는 "기후 관련 안보 위기를 탐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시나리오 분석"이라고 설명한다.

오는 2050년 기후 변화의 시나리오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인류에게 수백 년을 노력해도 돌이킬 수 없을 대규모의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위기를 사전에 방지하고 인류 문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산업 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제로(zero-emissions) 시스템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시 대응에 준하는 긴급 상황이라는 인식 아래 필요한 자원의 전 지구적인 동원이 요구되고 있다. 

크리스 배리 호주국립대학교(캔버라) 코랄벨아시아태평양대학원 전략&방위연구센터 명예교수는 "기후변화는 인도주의 및 사회정치적 위기와 갈등, 그리고 강제 이주의 주기를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위기를 불안정으로 증폭·가속하는 기존의 국가안보 위기와 교차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 배리 교수는 호주 해군 제독과 1998년부터 2012년까지 호주 방위군 의장을 역임했으며,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군사고문위원회 회원이다. 

그는 기후변화는 단순히 기후의 문제가 아니라 가뭄, 산불에서 유발된 작물 수확량 감소, 식량 가격 상승으로 식량과 급수 체계에 영향을 주면서 각국의 안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 변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는 이미 중동 전역과 마그레브, 사헬에서 사회 붕괴와 분쟁의 촉매 역할을 하면서 유럽의 난민 위기 상황에도 한몫했다.

데이비드 스프랫(David Spratt).
데이비드 스프랫(David Spratt).

데이비드는 기후변화가 이처럼 절체 절명의 위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후학자들은 '최소한의 드라마'라는 식으로 축소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고 질타한다.

그들이 그런 오류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데이비드는 "이들 과학자들이 신중함, 객관성, 회의론이라는 과학적 규범 때문일 수도 있고 미래의 기후변화를 저평가하거나 경시해서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전 세계 안보 분석가들 역시 20년 전 기후변화 분야에서 이뤄진 과학계의 예측이 실제로 일관되게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데도 이에 대한 심각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한다.

이 문제는 특히 일반적인 기후 모델에 일방적으로 의존한 IPCC(기후변화에 대한 정부 간 패널) 평가보고서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일반적인 기후 모델은 중요한 기후 과정을 포함하고는 있지만 시스템 피드백, 즉 복합적이고 극단적인 사건과 돌발적이거나 돌이킬 수 없는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전부를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후 변화와 관련된 고기후학과 전문가들의 조언, 준(準) 경험적 모델 등 다른 형태의 지식은 중시되지 않았다.

IPCC 보고서는 세밀하게 정량화된, 복잡한 모델링의 결과를 제시하지만, 여기서도 훨씬 심각하고 비선형적인 시스템을 변화시킬 가능성은 서술적이고 비정량적인 형태로 간단하게만 다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데이비드는 정책결정자들과 미디어가 종종 뉴스 표제의 숫자에만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가장 파괴적이고 정량화하기 힘든 결과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예를 들어 지난 2014년에 공개된 IPCC 5차 평가보고서는 2100년까지 해수면이 0.55~0.82m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수면 수위는 확실하게 계산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반면 미 국방성은 해수면 상승과 관련, 2100년 해수면의 상승 수위는 2m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다수의 미국 정부 기관에서 예측한 시나리오 중 ‘가장 극단적인’ 상승 수위는 2.5m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픽=안재출 기자]
[그래픽=안재출 기자]

또 하나는 최근에 IPCC가 내놓은 1.5℃ 보고서인데, 10년에 0.2℃ 상승하는 현재의 속도로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040년에는 10년에 1.5℃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이 가속화되고, 대양 순환을 담당하며 그 조건을 변화시키는 에어로졸(aerosol)이 감소하면서 예측보다 두 배 빠른 시기인 2030년에 지구 온도는 10년마다 1.5℃ 상승하게 되고, 2045년에는 10년에 2.0℃씩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과학자들의 미온적 자세와 함구에 대해 닥터 개빈 슈미트 NASA 고다드 우주연구소 소장은 "진짜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리가 안전한 지식의 항구를 떠나 더 위험한 불확실성의 바다를 탐색하기 위한 모험에 나서지 않는다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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