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 미상 '조씨 삼형제 초상', 18세기 말, 비단에 채색, 42cm×66.5cm, 보물1478호,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작자 미상 '조씨 삼형제 초상', 18세기 말, 비단에 채색, 42cm×66.5cm, 보물1478호,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뉴스퀘스트=백남주 큐레이터】 이 그림은 조계(趙啓,1740~1813), 조두(趙蚪1753~1810), 조강(趙岡1755~1811) 삼형제의 모습을 한 폭의 화면에 그려 <조씨 삼형제 초상>으로 알려져 있다.

화면속의 삼형제는 모두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데, 맏형인 조계를 가운데 축으로 삼아 삼각 구도로 배치를 한 점이 매우 독특한 초상화다.

삼형제 모두 머리에 검은색의 오사모를 쓰고 있고, 담홍색의 관복을 입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흉배를 달지 않은 담홍색의 단령이다.

이 옷은 조선 시대에 관리들이 일상 공무를 볼 때 입었던 집무복 으로, 시복(時服)이라고도 하였다. 조선의 관리들은 격식과 의례를 갖추어야 할 때는 흉배를 단 검은색 흑단령을 착용하였고, 일상적인 업무를 볼 때는 시복인 담홍색 단령을 입었다.

그림 속의 삼형제는 다른 종류의 대(帶)를 두르고 있어, 초상화를 그릴 당시 형제들의 품계가 달랐음을 알 수 있다.

맏형인 조계가 착용한 대는 소금대(素金帶) 또는 학정금대(鶴頂金帶)라고 하며, 가장자리는 황금이고 가운데는 붉은 장식물이 있는 것으로 주로 종 2품이 사용하는 대이다.

두 동생은 검은색의 뿔로 장식한 흑각대(黑角帶)를 착용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5품 이하의 관원들이 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형제의 얼굴색은 기본적으로 적갈색으로 채색 되었고, 골격 구조에 따라 튀어나온 부분은 옅게, 움푹 꺼진 곳은 상대적으로 진하게 칠해져 입체감을 잘 살렸다.

눈 밑의 늘어진 근육이나, 입가의 팔자주름, 콧날의 옆 등은 다른 곳보다 붓질을 많이 하여 어둡게 표현하였고, 눈매는 적갈색 선으로 윤곽선을 진하게 그려 뚜렷함을 강조하였다.

눈 꼬리와 앞부분은 붉은색, 동공은 검은색, 홍채는 갈색의 안료로 칠해 생기 넘치는 눈빛을 묘사하였다.

또한 세 형제의 수염 역시 각기 다른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맏형은 인중과 턱의 일부에만 수염을 길렀고, 두 동생은 구레나룻부터 턱 전체까지 풍성하게 수염을 길렀다. 어린 동생의 수염은 검은색이지만, 형들의 수염은 흰색과 검은색이 섞여 있어 연배를 가늠할 수 있다.

옷차림을 살펴보면, 삼형제가 입고 있는 담홍색 단령은 깃이 깊게 파여 흰색 받침옷이 명치 부분까지 보인다. 굵기가 일정한 선으로 단령의 윤곽과 주름을 그렸고, 접혀서 생긴 옷 주름 주위를 좀 더 진하게 칠해 입체감을 표현하였다.

구도 면에서는 가운데 앉아있는 맏형을 축으로 해서 양옆에 두 동생이 앉아 있는 삼각형 구도인 까닭에, 한 화면에 세 명의 초상이 들어가 있는데도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백남주 큐레이터
백남주 큐레이터

조선 시대에 그려진 초상화에는 거의 대부분 한 사람만 등장하는 것과 달리, 이 초상화에는 세 명의 인물이 그려져 있어, 일종의 집단 초상화라고 볼 수 있다. 마치 사진관에 가서 많이 찍는 현대의 기념사진과도 유사해 보인다.

이 초상화는 원래 평양 조씨 승지공파 문중에 전해지던 작품이었는데, 현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조씨 삼형제는 모두 관직에 나아가 중요한 벼슬을 하였다. 제일 큰형인 조계는 삼도통제사를 지냈고, 둘째인 조두는 선천부사를 지낸 뒤 나중에 병조판서로 추증되었다. 막내 조강은 삭주부사 광주중군을 지내고, 역시 병조판서로 추증되었다.

【참고문헌】

사람을 사랑한 시대의 예술, 조선후기의 초상화(이태호, 마로니에북스, 2016)

한국의 초상화-형과 영의 예술(조선미, 돌베개, 2009)

한국의식주생활사전-의생활편(국립민속박물관,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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