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의 성장공식, 내실화와 규모화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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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진태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얼마 전 쿠피협동조합에서 '쿱인덱스'라는 협동조합을 위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쿱인덱스는 협동조합평가지표 활용을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연구 용역한 것으로 협동조합의 조합원이 설문조사를 통해 본인의 협동조합에 대해 진단하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이사장으로 있는 자전거문화사회적협동조합도 이번 쿱인덱스에 직원 겸 조합원과 직원 등 11명이 설문에 참가하였는데, 이를 통해 조합에 대해 조합원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가운데 흥미로운 내용들도 많았다.

이번 쿱인덱스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조합원들은 단순히 경제적인 성과만이 아닌 협동조합의 가치를 추구하기를 원하지만 경제적 성과와 재정적 안정에 대한 고민도 많다는 것이다. 물론 평가에 조합원이 아닌 직원이 참여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조합의 재정적 안정감, 경제적 성과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서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주체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성장이냐 내실화냐', '이윤이냐 가치냐'라는 양자를 택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물론 모두 잘하면 가장 좋은 것이지만 이 둘을 조화롭게 하는 것은 현실에서는 실천하기 힘든 일이다.

그렇다면 협동조합은 성장에 기반을 둔 규모화와 가치에 기반을 둔 내실화에 대해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할까?

우선순위가 무의미하다면 병행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이 두 가지 가설을 바탕으로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한다.

우선 성장에 기반을 둔 규모화는 6단계 분리법칙을 통해 협동조합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케빈 베이컨은 하나의 사례일 뿐 헝가리의 프리게스 카린시에 의해 만들어진 용어이다.

그는 문명이 발전하면 사람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발달해서 지구 인구를 무작위로 선택해도 5명만 거치면 상호 연결이 충분하다고 주장하였다. 이후 미국의 스탠리 밀그램의 입증을 통해 6단계 분리법칙으로 확인되었다.

협동조합의 성장을 통한 규모화와 6단계 분리법칙은 인적네트워크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적네트워크인 SNS가 사회현상을 넘어 경제적 가치를 창조하는 시기가 도래하면서 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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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은 경제적 공동체이기 전에 인적 공동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동조합의 성장을 통한 규모화는 사업의 규모를 늘리고 매출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인적네트워크를 통한 인적자원의 축적하고 협업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특화된 사업 아이템을 바탕으로 독자적으로 성장하는 협동조합은 단기적으로는 규모의 성장화를 이룬 것처럼 보이나 결국 장기적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의 게임산업은 유니콘기업 가치를 가진 대기업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부 임원의 천문학적 재산과 달리 성장의 소모품으로, 살인적인 노동으로 과로사가 일상화된 게임업계 노동자의 현실을 보면 함께 성장하지 않는 규모화는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안다'는 한국사회에서 상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 사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한국의 천민자본주의에서는 상생은 먼 나라 이야기지만 협동의 경제학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내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있기에 협동의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한 성장과 규모화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영국의 저명한 진화생물학교수인 로빈 던버의 '한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친구가 필요할까'라는 책을 통해 협동조합의 가치에 기반 한 내실화를 이야기할 수 있다.

로빈 던버 교수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20여명 안팎이고 알고 지내는 사람도 100여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인간관계는 150명까지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던버의 법칙은 협동조합과 가장 적합한 법칙이 아닐까싶다. 협동조합기본법에도 조합원이 200명을 넘을 경우 대의원를 선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대의원 1명이 약 200명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대의원이 더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의견을 소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처럼 협동조합 조합원은 조합사업의 직접 참여 및 인간관계의 확장성을 고려했을 때 150~200명을 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소비자협동조합은 더 많은 소비지향의 조합원을 모집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협동조합이 협동조합의 가치보다는 단순히 소비를 위한 조합원이 많아지면서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협동조합은 소비자조합원과 소비자회원으로 나눠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소비자협동조합이 소비자집단이 아닌 소비자조합원의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소비자협동조합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100명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다시 말하면 지금의 협동조합 대부분은 친밀한 인간관계에 기초하여 상호호혜의 경제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100~200명의 조합원을 지역별, 연령별, 관심별로 소모임을 구성하고 모임별로 코디를 지정하여 코디네트워크를 구성하면 조합원의 개별특성을 고려한 협동조합의 사업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소통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사업적으로도 개인의 욕구에 기반한 협동조합의 사업은 개별 협동조합에서는 영향력이나 경제적 성과에서 미약할 수 있지만 각각의 협동조합에 있는 모임(사업)들을 네트워크로 엮는다면 개별적이되 보편성을 갖는 사업이 될 수 있다.

내실화는 직접 참여를 통한 운영과 조합원간의 신뢰관계에서 만들어진다. 10여명 내외로 구성된 소모임은 직접참여의 장으로 협동조합의 민주적운영, 조합원의 참여를 실현하는 장으로 협동조합의 내실화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협동조합은 작게 조직하고 넓게 연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성장을 통한 규모화나 가치를 중시하는 내실화의 시작점은 바로 사람이며 사람 중심의 사회적경제, 그 중심에 협동조합이 있다.

쿱인덱스를 통해 조합원들의 경제적 욕구와 가치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고 조합원과 함께 6단계 분리법칙과 던바의 법칙을 활용해 서로 연결하고 소통하는 소규모 네트워크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자본주의 위기의 시대에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이 대안으로 자리 잡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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