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배달의민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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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이규창 경제에디터】 ‘장기적으로 소비자,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고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최근 독일의 딜리버리 히어로(DH)에 인수된 배달의 민족 관계자의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것은 실현 가능성이 없는 거짓말이다.

소비자와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이 아니라 비용부담만 늘어날 뿐이다.

또 일자리 창출 기여도 과연 양질의 일자리 창출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문제다.

‘마라탕 최소 주문 12000원 이상, 배달팁은 45000원’

배달의 민족 엡을 실행하면 1인분부터 한식, 분식, 중식, 치킨, 피자, 심지어 찜과 탕 등 20여가지 카테고리에서 수백 수천가지 배달 가능 음식점이 등장한다.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도 짜장면값 5000원에 최소 1000원의 배달 팁이 붙는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곳에서’ 먹기 위해서는 적게는 1000원에서부터 많게는 4500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편리함에 상응하는 대가로 그 정도의 비용 부담을 감내하겠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음식점주의 상황은 달라진다.

음식점주는 배달 앱에 가입할 경우 배달앱 수수료(주문금액의 6.8%)와 광고비, 배달대행비 등 매출액 10% 정도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식점주 입장에서는 배달 앱을 통한 추가 매출 증대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고 실제 매출이 늘어났다는 음식점주들도 있다.

그러나 배달 앱이 생긴 이후 음식점주든 소비자든 비용 지출이 더 커졌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는 주문 후 직접 매장에 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가지고 오는 방문 포장을 선호한다.

실제 동네 피자집에서는 3만5900원짜리 라지 사이즈를 방문포장으로 주문할 경우 40% 할인된 21540원에 살 수 있다.

라이더를 통해 배달을 시킬 경우는 30% 할인해준다고 하니 아무튼 배달에 따른 비용이 그만큼이라는 이야기다.

역으로 판매가격에 배달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0%나 된다는 말도 된다.

음식점주 입장에서는 방문 포장으로 배달에 따른 인건비를 절감할 경우 40% 이상을 할인해줘도 남는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DH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했다.

그 금액은 무려 4조 8000억에 달한다.

국내 인터넷기업 인수 합병(M&A) 금액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가격이 2조원대니까 2배를 뛰어넘는 액수다.

기업을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그만큼 가치가 있으니까 그만한 돈을 배팅했을 게다.

그런데 소비자, 음식점주, 라이더 모두에게 혜택을 주면서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기업을 인수했을까 하는 대목에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 밖에 없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M&A를 승인할 경우 국내 배달 앱 시장은 DH의 독과점 체제로 재편된다.

독과점에 대한 폐해는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각국의 정부는 독과점 업체에 대해서는 더욱 강도 높은 규제와 책임을 묻는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해 11월 전국 소상공인 사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방문면접을 실시했다.

소상공인들은 배달 앱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배달업체의 광고비 폭리(41.3%)’를 지적했다.

배달 앱에 대한 월평균 광고 비용은 40만4000원으로 배달 앱 서비스 전체 월평균 지출비용(83만9000원)의 48.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연히 매달 빠져나가는 배달 앱 수수료 비용은 소상공인들에게 부담이다.

소상공인들은 배달 앱 시장의 독점적 구조가 배달 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최근 논평을 통해 “많은 자영업자들은 배달 앱 수수료와 광고료 부담에 고통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90% 이상의 배달 앱 시장이 독일 자본의 지배를 받으면 각종 수수료 인상과 횡포가 현실화돼 자영업자들은 더욱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아무렇지 않게 당장을 올리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 배달의 세계로 내몰린 라이더들의 형편이다.

독과점 상황에서 배달료를 깎는다거나 근무조건을 변경하더라도 라이더들은 꼼짝없이 하자는대로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다른 배달 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라이더들은 언제까지 한번 배달에 몇천원의 팁으로 오토바이에 목숨을 걸고 달려야 할까?

게다가 단순 노동일 수 밖에 없는 배달일이 얼마나 지속가능한 일자리인가는 고민해야 할 문제다.

배달 서비스에 대한 인건비 인상 요구는 당연한 수순이다.

그것은 음식점 주인에게 전가돼 음식 값을 올릴 수 밖에 업게 된다.

소비자들은 어느 날 슬그머니 오른 가격으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게 뻔하다.

‘혁신(革新, Innovation)’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

국어 사전적 의미다.

또 인적자원개발(HRD·Human Resources Development) 용어사전에는 ‘기술의 진보 및 개혁이 경제에 도입되어 생기는 경제구조의 변화로 신상품의 생산, 신생산방법의 도입, 신시장의 개척, 신자원의 획득 및 이용, 그리고 신조직 달성 등에 의하여 생산요소를 신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기업이윤이 창조되고 정태적 균형을 파괴하고 동태적 경제발전을 행하는 것은 이러한 혁신에 의존 된다’고 나와 있다.

과연 배달의 민족은 위 사전적 의미처럼 혁신을 표방해도 무리가 없을까?

이번 M&A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지만 정작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지적이 아쉽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배달의 민족도 혁신이다"고 밝혔다.

양질의 일자릴 찾지 못한 젊은 청춘들이 밤낮 없이 길거리를 달리는 이런 상황이 과연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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