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64세 절반이 대졸자인데 걸맞는 일자리는 태부족...국가적 낭비 심각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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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인호 기자】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도 단순 노무직 일자리에 종사하는 이른바 '하향취업' 인구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학력 일자리가 대졸자 보다 적기 때문인데 최근 은퇴한 고령 구직자들이 단순 노무직에 취업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 조사국 오삼일 과장과 강달현 조사역이 작성한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하향취업률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증가하면서 최근 들어 30%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기별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하향취업률이 큰폭으로 증가하며 이후에 상승세가 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고학력 일자리 증가(수요)가 대졸자 증가(공급)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000~2018년 중 대졸자는 연평균 4.3% 증가한 반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산업구조 개편으로 인한 인력 수급구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산업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 등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으로 예전보다 훨씬 적은 인력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로 인한 '학력인플레 현상'이 현실화된 것으로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경우 불필요한 비용이 증가해 결국 국가적 손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9월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5세~64세까지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의 비율은 49%로, OCED 평균(38.6%)보다 10%p이상 크게 높게 나타났다.

[그래픽=한국은행]
[그래픽=한국은행]

특히 청년층(25세~35세) 69.6%가 대학을 졸업한 것으로 나타나 OCED 평균(44.3%)보다 25%p이상 크게 높았다. 

반면 이들의 취업률은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돼, 한국의 '학력 인플레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부터는 대학 입학정원이 수험생 수보다 적어지는 현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여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보고서에서는 "하향취업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하는 한편 노동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외에도 하향취업 인구 증가는 최근 장년층의 은퇴 이후 새로운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고령화에서도 일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인한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더 심화될 전망이다. 

이 보고서의 작성자들도 "생산성이 낮은 대졸자는 생산성이 높은 대졸자에 비해 스스로 하향취업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 자기 선택적 편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향취업 증가는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 생산성 둔화 등을 초래하므로 노동공급 측면에서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하향취업에 따른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보고서는 4년제 대졸자가 고졸 이하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직한 경우를 하향취업으로 정의했다.

이에 따라 대졸취업자가 관리자, 전문가 및 사무 종사자인 경우에는 적정취업, 그 외의 직업을 가진 경우에는 하향취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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