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임원 발탁 파격 선보여...세대교체하며 임원 승진은 최소화하며 '실리'

[사진합성=뉴스퀘스트, 자료=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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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올해 연말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와 여성 임원의 약진, 그리고 융합형 인재의 선호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각 기업들이 인사 폭을 최소화 하면서 자연스럽게 임원들의 숫자도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는 업계와 기업분석 전문업체 한국CXO연구소는 2020년을 맞는 주요 대기업 임원 인사의 특징을 변화의 바람이 세차게 분다는 뜻인 '윈디(WINDY)'라는 키워드로 정리해 30일 발표했다.

'윈디'는 ▲여성 임원 강세(Woman) ▲융합형 임원 선호(Intercross) ▲인사 폭 최소화(Narrow) ▲임원 수 감축(Decrease) ▲젊은 임원으로의 세대교체(Young)의 알파벳 앞 글자를 떼어내 조합한 말이다.

이 같은 임원 인사의 특징은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4차 산업시대에 맞는 인재를 중용한 '세대교체'로 풀이된다.

◇ 30대 여성임원 발탁 '파격'

올해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띈 기업은 LG였다. 1980년대생 그것도 여성을 임원으로 발탁하는 '파격'을 선보인 것.

40대 초반 구광모 LG 회장의 거침없는 인사로 평가된다.

LG전자 김수연 상무(1980년생·39세)와 LG생활건강 심미진 상무(1985년생·34세)와 임이란 상무(1981년생·38세)가 주인공이다. 이번 인사로 LG그룹의 여성 임원은 37명으로 늘어났다.

한국CXO연구소는 올해 기준으로 100대 기업에서 1980년대생 임원 수는 남녀를 통틀어 0.4%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파격이라는 낱말이 어울린다고 평가했다.

포스코는 제철소 첫 여성 임원을 탄생 시켰다. 1990년 대졸 여성 공채 1기로 입사한 김희(52) 철강생산기획그룹장이 주인공으로, 엔지니어 출신의 여성 첫 공장장에 이어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30일 뒤늦게 임원인사를 발표한 CJ도 승진 규모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 임원 발탁 기조는 이어졌다. 특히 신임임원 중 4명이 여성으로 전체 신임임원의 21%에 달했다.

CJ의 여성 임원 비중이 20%를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영양사 출신으로 뛰어난 영업실적을 낸 CJ프레시웨이 배수영 FS본부장(45), 영화상영관을 복합문화공간(컬처플렉스)으로 탈바꿈시키는데 기여한 CJ CGV 박정신 신성장담당(45)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SK와 롯데, 현대차도 여성 임원 발탁에 중점을 두며 변화를 꾀했다.

◇ 4차 산업혁명시대 '융합형 인재'가 뜬다

4차 산업혁명시대가 본격화하면서 '융합형 인재'이 부상한 것도 올해 인사의 큰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기업으로 이마트를 들 수 있는데 전임 사장 보다 12살이란 어린 강희석 최고경영자(CEO)를 발탁하는 '깜짝인사'를 단행한 것. 강 사장은 컨설턴트 출신으로 관심을 모았다.

이에 대해 CXO연구소는 "유통이라고 해서 유통만 전문으로 한 사람이 CEO를 한다는 전통 관념이 깬 융합형 인사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변화한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라고 설명했다.

차인혁 CJ올리브네트웍스 신임 대표이사의 이력도 눈에 띈다.

그는 SK텔레콤 IoT사업부문장과 DT(디지털 트랜스포매이션) 추진단장 등을 지내고 지난 9월 CJ그룹에 영입됐다. 오랜 기간 국내외 다양한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그룹 전반의 DT전략 및 IT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는 게 CJ측의 설명이다.

CXO연구소는 "앞으로도 다른 업종 간 결합으로 새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임원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승진 잔치 사라지고 임원 숫자도 줄었다

올해 임원 인사에서는 '승진 잔치'도 사라졌다.

대표적인 경우가 SK와 포스코, 롯데 등이다.

SK는 이번 임원 인사에서 승진 임원은 151명으로 지난해(163명)와 비교해 10명 이상 줄었다.

포스코도 작년 34명이었던 승진 임원이 올해 16명으로, 롯데는 284명에서 170명으로 쪼그라들었다.

재계의 임원 수 감축 현상도 이번 인사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업계의 사정이 어려운 대한항공은 이번 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넘게 줄였고, 일반 직원 희망퇴직까지 받고 있다.

올해 실적이 고꾸라진 LG디스플레이, 쌍용차, 두산중공업 등도 비슷한 사정이다.

임원 숫자가 줄어들다 보니 대기업 직원이 임원이 될 확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CXO연구소는 "CEO와 주요 인사에서는 큰 변화를 보여주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인사 폭을 최소화하는 실리형 인사"라고 평가했다.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최소 인력으로 최대 성과를 얻겠다는 오너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의미다.

세대교체는 CEO 뿐 아니라 일반 임원급에서까지 광범위하게 이어졌다.

1950년대생 CEO가 대거 물러나고 1960년대생 CEO가 들어섰다.

또 일반 임원도 베이비부머 세대가 물러나고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 초로 무게중심이 변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1970년대생 신규 임원을 다수 발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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