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으로 입사 사례도 많아...범LG가 등은 10년 이상 걸려 승진 '모범' 보여

[그래픽=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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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재벌가 금수저들의 특혜인가, 책임경영 차원일까'

국내 대기업집단(재벌) 총수 일가는 입사 후 평균 4.6년 만에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평균 입사 나이가 29세여서 30대 초반에 '별'을 다는 셈이다.

이에 대해 지속가능 기업을 위해 '책임경영' 강화하려는 차원이라는 설명과 일반 직장인들의 임원 승진 평균 나이가 53세인 것을 감안하면 '금수저들의 특혜'라는 주장이 맞선다.

반면 이와는 다르게 범LG가와 두산그룹은 평균 10년 넘게 경영수업을 마친 후 임원으로 발탁해 재계의 '모범'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8일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59개 대기업집단 중 오너일가의 부모와 자녀세대가 함께 경영에 참여 중인 40개 그룹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오너일가는 입사후 4.6년 만인 평균 33.6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 재벌 자녀세대는 평균 4.1년 만에 '별' 달아

조사결과를 보면 임원 승진 기간은 부모세대보다 자녀세대가 짧았다.

3∼4세대로 분류되는 자녀세대는 29.1세에 입사해 4.1년 만인 33.2세에 임원으로 승진했는데 이는 부모세대(5.4년)에 비해 입사 후 승진까지 1.3년 더 빠른 것이다.

입사 후 사장이 되는 시점도 자녀세대가 더 짧았다.

부모세대는 입사 후 평균 13.9년 뒤인 43.1세에 사장에 올랐는데, 자녀세대는 13.5년 후인 41.4세였다.

그룹 규모가 작을수록 이런 초고속 승진의 행태는 두드러졌다.

조사대상 가운데 30대 그룹에 포함된 21개 그룹은 오너일가의 임원 승진 기간이 5.3년이었지만, 30대 그룹 밖 19개 그룹은 3.3년으로 2년 차이가 났다.

사장단까지의 승진 기간도 30대 밖 그룹이 12.3년으로, 30대 그룹(14.4년)보다 2.1년 빨랐다.

입사와 동시에 임원을 단 오너일가도 27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명은 자사나 타사 경력 없이 바로 임원으로 입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30대 그룹 총수 일가 중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부문) 총괄사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7명이 이에 해당했다.

하위 그룹 중에는 정몽진 KCC 회장과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윤석민 태영건설 회장, 유상덕 삼탄 회장,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 한상준 유니드 부사장 등이었다.

◇ 범LG가와 GS그룹, 두산그룹은 평균 10년 이상 걸려

입사 후 임원 승진까지 10년 이상 걸린 오너일가는 모두 17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범LG가와 GS그룹, 두산그룹 일가였는데, 입사 후 충분한 경영수업을 거친 다음 실력을 쌓아 임원으로 발탁한다는 점에서 재계의 모범이라는 평가다.

범LG가 가운데에서는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입사 후 첫 임원까지 16.6년이 걸렸고,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 역시 16.0년이 소요됐다. 또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14.0년,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 13.7년, 구자열 LS그룹 회장 12.0년으로 이들은 평균 14.5년이 걸려 임원에 올랐다.

GS그룹은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15.2년, 허연수 GS리테일 부회장 14.2년,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10.9년,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 10.1년, 허윤홍 GS건설 사장 10.1년이었다.

두산그룹은 박석원 두산 부사장 14.0년,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 11.4년, 박태원 두산건설 부회장 10.5년,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10.0년이었다.

이밖에 김남구 한국투자금융 부회장(11.2년)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11.0년), 장선익 동국제강 이사(10.1년) 등도 10년을 넘겨 '별'을 단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장자승계 전통을 이어가는 범LG가와 형제경영, 장자상속 원칙을 지키는 두산그룹이 상대적으로 임원승진 기간이 다소 긴 것 같다"며 "총수 일가라도 충분한 경영수업을 거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총수 일가라도 능력만 갖췄다면 문제가 없지만 혈연만 가지고 임원이나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것은 우리사회와 기업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능력 없는 오너 경영 보다 선진 외국들의 사례처럼 기업은 총수일가가 지배하되 경영은 전문경영인에 맡기는 관례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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