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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편집 2020-06-05 17:35 (금)
[한국 유산기⑲] 무속의 터 일월산(1)
[한국 유산기⑲] 무속의 터 일월산(1)
  • 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 승인 2020.05.22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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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김재준 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가파른 마지막 고개를 디뎌 다 올랐다고 여겼는데 산꼭대기 관광버스가 있는 줄 몰랐다.

철책을 둘러친 통신탑 옆으로 산신제를 지내는지 사람들이 시립(侍立)하고 있다. 눈길을 밟아 땀 흘리며 두 시간 가량 올라왔는데 정상에 차들이 다녀 황당하기 그지없다.

오른쪽으로 월자봉(0.4킬로미터), 왼쪽은 일자봉(1.4킬로미터)이다.

야트막한 산길, 우리가 걸어온 동쪽은 하얗게 눈이 덮였고 햇살 좋은 서쪽은 바람이 불지 않아 따뜻하고 눈도 없다. 나무 타는 냄새, 길 아래 장작 태우는 연기다.

“이 산에 집도 있네.”

“아무리 우리가 멀리 왔대도 여기 사는 사람들한테는 뒷산일 뿐이다.”

일월산 표석. [사진=김재준 시인]
일월산 표석. [사진=김재준 시인]
일월산 월자봉. [사진=김재준 시인]
일월산 월자봉. [사진=김재준 시인]

내림굿으로 대표되는 무속 성산

바위에 한자로 월자봉(月字峰)을 굵게도 새겼다(1205미터, KBS중계소0.2·일월재1.4킬로미터). 동북쪽으로 울진의 통고산·천축산일 것인데 산 너머 동해는 구름을 가려 보여주지 않는다.

사방으로 늘어선 산들마다 빛바랜 사진처럼 누렇다.

가슴이 후련한지 일행은 멀리 쳐다보면서 묻는다.

“동해에서 떠오르는 해와 달을 볼 수 있다고 일월산이라 했습니다.”

일월산은 일자봉·월자봉이 주봉이다. 봉화, 평해 중간의 험하지 않은 산이다. 산령각, 황씨부인당, 여러 절집 터가 있다. 태백산 아래 부분이라 음기가 있어 그믐날 내림굿을 하거나 점괘가 잘 나온다 해서 무속성산으로 알려졌다.

굿은 제물을 바치고 노래·춤으로 길흉화복을 비는 제의(祭儀)로 주로 무당이 한다. 신기(神氣)가 있는 사람에게 신을 내리는 내림굿은 신굿·신명굿·강신제라 불린다. 신병(神病)을 앓으면 밥을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 환청과 환영에 시달리는데 내림굿을 해 무당이 돼야 낫는다.

굿은 지방마다 하도 많아서 다 알기 어렵지만 내림굿 외에도 씻김굿, 별신굿, 제석굿 등이 있다.

씻김굿은 죽은 이의 인형을 만들어 무당을 불러 벌이는 굿, 바다마을에서 풍어(豊漁)와 동제를 겸한 별신굿, 다만 동제는 제관이 하는 것이 다르다. 제석굿은 환인·환웅·단군을 모시는 굿으로 춤이 격렬·화려하며 작두를 타는 등 신기를 부린다.

무당이 지닌 영적 감수성을 영발(靈發)·영대(靈帶)·영성(靈性)이라 하는데 여성들이 영성에 민감하며 뛰어난 편이다.

사람이 동물에 비해 뛰어난 것은 영성과 지성이 함께 발달했기 때문이다.

특히 영성이 높고 신념이 강한 여성 무속인들은 여성 특유의 높은 이해심과 영적 감수성에 바탕을 둔 예지력을 발휘하여, 어려움에 처해 의지하려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뽀드득 거리는 눈을 밟으며 통신탑 쪽으로 내려오는데 일월산 표석이 있는 곳에 버스로 싣고 왔는지 큰 제사상까지 동원됐다.

정상 표지석을 신위(神位) 삼아 음력도 아닌 양력에 산신제를 지내니 그 산악회 올해는 크게 창대 하겠다.

대략 20명 되는데 여성들이 대다수다.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관광차로 불과 400미터 산을 걷고 일월산 다녀왔다고 자랑할 테지…….

황씨부인당 모습. [사진=김재준 시인]
황씨부인당 모습. [사진=김재준 시인]
황씨부인당 모습. [사진=김재준 시인]
황씨부인당 모습. [사진=김재준 시인]
황씨부인당 모습. [사진=김재준 시인]
황씨부인당 모습. [사진=김재준 시인]

황씨부인당과 조지훈 석문

정상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으려니 현수막, 제사상이 놓여 갔다 오면서 찍자고 일부러 크게 말하고 황씨부인당으로 내려간다.

“옛날 우씨 문중에 시집온 평해 황씨인데, 아들을 낳지 못해 시어미와 남편에게 시달린 부인이 행방불명되자 119, 경찰까지 동원됐지만 찾을 수 없었어. 나중에 헬기로 찾았으나 이곳에서 죽었지 뭐야. 사람들은 원혼을 달래주려 당집을 지었어요.”

나는 사설을 늘여 놓는다.

119, 헬기가 어디 있었냐며 도무지 믿어주질 않는다.

길옆에 기와를 올린 제각(祭閣)인데 산령각이다.

“황씨부인당이 어디 있습니까?”

“아래채.”

나이 지긋한 촌로(村老)다.

70년대 집이 부인당. 문을 열어보니 법당 분위기다. 앞에 영정(影幀)이 걸렸고 향로·양초·부채·술·과일 등 여러 제물이 놓여있다. 밖으로 나오면서 일행이 황씨부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니,

“전설의 고향에 많이 나왔는데 황씨 집에 시집와 족두리 못 벗고 죽었어.”

아마도 당집을 지키며 사는 사람 같은데 퉁명스레 한마디 뱉는다.

그러니까 내 얘기 잘 들어요.

“119, 경찰, 헬리콥터는 빼고 나머지는 사실이야. 딸 아홉 낳고 구박받다 이곳에서 목매 죽은 거지. 산삼캐던 사람이 삼막(蔘幕)에 소복(素服)한 여자가 있다고 알려주었는데 찾으러 와 보니 백골만 남았던 거야. 심마니는 죽은 귀신을 본 것이지요. 해코지를 하지 말라고 당신(堂神)으로 모셨습니다.”

또 다른 이야기는,

“첫날밤 창호지에 비친 그림자에 놀란 신랑은 달아나고 말았어요. 대나무 그림자를 칼로 알았던 것. 족두리도 벗지 못하고 신부는 한을 지닌 채 죽습니다.”

그제야 일행들은 고개를 끄떡인다.

“죽어서도 신방을 지킨 거룩한 여인.”

“여자가 한을 가지면 오뉴월에도 서리 내려. 잘 해.”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 천년이 지나도 눈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 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 가는 돌문이 있습니다.”

버림받은 황씨 부인을 위한 조지훈1)의 시 석문(石門)의 일부다. 부인은 죽어서도 문학작품으로 나타났고 일월산을 더욱 이름나게 하였다.

(다음 회에 계속)

<주석>

1) 조동탁(1920~68), 일월출신으로 한학을 배우고 혜화전문학교(동국대)졸업. 1939년 문장에 추천되어 고전 풍물의 “승무”를 발표한다. 박두진·박목월과 청록파시인. 경기여고 교사, 고려대 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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