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낭 한강변에서 댄스 연습하는 베트남의 청년들.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다낭 한강변에서 댄스 연습하는 베트남의 청년들.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뉴스퀘스트=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년 12월. 베트남 최대 민간기업인 빈(Vin)그룹이 2억8천만 달러를 투입하여 빈 대학 설립계획을 공식 발표하였다.

금년 9월 신학기에 300명의 신입생을 모집한다. 경영대, 보건대, 컴퓨터대 3개 대학이다.

베트남 최초로 민간 기업에서 설립하는 비영리 대학이다. 

빈 대학은 국제표준, 엘리트 양성, 베트남의 독특한 문화·경제적 특성을 통합하여 설립된다. 10년 이내에 기업 투자에 상응한 운영 손실을 만회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대학을 기업 비즈니스 차원으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도 승인한 것이니, 베트남 민간 대학의 자율성 크기가 우리 수준을 뛰어넘는다.

베트남은 청년 교육훈련 프로그램에 엄청난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국가 재정의 6.3%를 교육비로 지출한다.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교육GDP 비중이다.

그럼에도 부족한 청년교육 재정을 보완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기업의 교육 참여를 독려한다. 빈 그룹이 가장 먼저 화답하여 기업주도 민립대학을 설립했으니, 다음 기업, 또 그 다음 기업이 설립하는 청년 대학이 나오게 될 것이다. 

청년은 인구구성에서 베트남을 대표하는 연령층이다. 베트남은 청년의 나라이고, 이들이 베트남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 성인 문해율 94.5%, 청소년(15~24세) 문해율은 98.1%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이 정도의 문해율은 쉽지 않다.

교육에 대한 높은 가치,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 욕구가 높은 때문이다. 정부는 정규 교육, 개인은 비정규 교육에도 엄청난 교육투자를 한다. 

청년은, 기성세대와는 사고하고 살아가는 생활 방식이 다르다.

세대 차이는 초역사적 범주이지만 급성장하는 베트남에서 변화의 폭이 유독 크고, 변화의 시간도 빠르다.

청년의 아이디어, 생각이 비즈니스로 이어진다. 청년들이 만들어가는 베트남, 그들의 창의와 혁신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축제의 장, 2400만 학생들의 동시 개학 이벤트

2019년 9월 5일은 베트남의 각 학교가 동시에 개학하는 날이다.

전국에서 2400만 학생들이 개학식에 참석하면서, 초·중등학교는 물론 대학까지 매스컴의 이목을 받는다. 총리와 교육부 장관, 지방정부에서도 학교의 개학 소식을 전한다. 

학부모도 개학식에 참석하여 새 학교, 신 학년을 맞은 자녀들을 격려한다. 마을 단위의 작은 학교에서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축제일로 변한다. 배움, 교육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생각과 기대가 어떠한지를 읽을 수 있는 장면이다. 

인구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플러스인 나라를 인구보너스(Demographic Bonus) 국가라고 한다. 베트남은 인구가 경제성장에 보너스가 되는 전형적인 나라이다.

훼(Hue)대학교의 노래동아리 학생들.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훼(Hue)대학교의 노래동아리 학생들.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반대로 인구가 감소하여 성장에 마이너스가 되면 인구오너스(demographic onus)가 된다. 우리나라는 인구오너스 시대에 접어든 반면, 베트남은 인구보너스의 이점을 즐기고 있다. 

1951년 2508만 명이었던 베트남의 인구는 연평균 2~3%의 높은 인구성장률을 거쳐 1991년에는 6894만 명이 되었다. 2000~2010년에는 1.1%대의 인구성장률로 2011년에 7784만 명으로 증가하였다. 

이후 2020년까지는 1.12%의 성장률 추이를 보였다. 2020년 1월 16일 베트남의 인구시계는 9830만 명이었다.

인구시계는 2021년 초 베트남의 인구를 9936만 명으로 예측한다. 베트남에서 매년 증가하는 인구수는 약 114만 명이다. 이 추이를 반영하면 2021년 중반이면 베트남은 1억 명의 인구대국이 된다. 

베트남은 1975년 통일 이후에 출생한 인구가 전체 인구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전쟁을 모르는 45세 이하의 인구 층이 베트남 경제의 주체가 되었다.

전쟁 이후 세대는 교육, 생활, 문화, 생각 등 모든 분야에서 부모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정부가 신학기 개학 장면을 축제의 이벤트로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하고, 이들을 집중 조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청년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들의 염원, 큰 기대의 반영일 것이다. 그럼에도 청년들은 부모 세대의 희망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고,

새로움은 부모 세대의 가치관과 다르게 보고, 다르게 행동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2400만의 학습하는 청소년, 청년은 베트남에 새로운 세상을 펼칠 것이다. 그들은 전후 세대라는 점에서 한국의 베이비부머와 같지만 시기에 차이가 있다.

베트남의 청년은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 Generation; 1980~2000년 출생)와 닮아 있다. 베트남 청년들이 이끌어낼 이벤트는 혁신과 창의라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와 오래된 세대, 그 차이와 지향

세대 차이는 어디에나 있다.

그럼에도 베트남의 세대 차이는 유별나다. 100년의 긴 전쟁을 치렀기 때문이다. 2000년 세스 미단스(Seth Mydans)는 베트남의 청년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울긋불긋 머리 색깔로 물들인 청년들이 베트남 사회를 새로운 혁명으로 이끌고 있다.” 

벌써 20년 전의 일이지만 청년들은 베트남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청년들은 개방적이고, 호기심 많고, 외부 세계로 나아가기를 갈망하는 세대이다.

“우리는 자유를 좋아합니다.”, 이뿐이 아니다. “우리는 우리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하고 싶다.” 청년들은 당당히 자신들을 주장한다. 

2019년 12월, 다낭의 한강변 저녁. 작은 클럽과 Pub 선술집 주변을 지날 때면 귀를 찢는 듯한 하드(hard)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현지인과 관광객을 불문하고, 한 데 어울린 청년들은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시고, 춤을 춘다.

지난 해 3월초 다낭에 도착한 나는 젊은이들의 옷차림에서 우리나라 대도시 청년들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지 느끼지 못했다. 

주택가 1층 간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베트남의 청년들.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주택가 1층 간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베트남의 청년들.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다낭외국어대학교의 입학 성적은 영어과 1위, 한국어과 2위이다. 청년들은 영어 능력을 미래를 보증하는 수표로 여긴다.

어린이, 청년을 막론하고 영어 학습 열기는 대단하다.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은 월 300달러의 고가 영어학원에 다닌다.

청년들도 크고 작은 어학원, 동네 주택의 저녁시간에만 학원으로 연 곳에서 영어를 배운다. 물론 다낭에는 한국어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서 취업은 영어과 졸업생보다 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세대 차이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패션이다. 베트남의 중장년 여성들은 헐렁한 바지, 실크나 면화, 혹은 린넨 소재의 블라우스를 많이 입는다.

농촌지역으로 가면 베트남 모자의 상징인 원뿔형의 밀짚모자, 논라(Nonla)를 쓴다.

어둡거나 검은색 계통의 보수적인 서양식 드레스를 입는 여성도 있다.

그러나 청년 여성들의 의상은 확실히 다르다. 힙합 청바지, 짧은 바지, 짧은 치마, 시스루 블라우스, 배꼽티, 문신도 최근에는 자연스런 문화로 대우받는다.

환갑을 맞은 이방인의 눈에는 서구식 의상보다 전통의상인 아오자이가 훨씬 더 여성미 넘쳐 보이는 게 사실이다.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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