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성공 신화에 대해 강연하는 마화텅 회장. [사진=]
대중들 앞에서 자신의 성공 신화에 대해 강연하는 마화텅 회장. [사진=텅쉰]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기자】 모방은 제2의 창조라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말이 좋아 그렇지 제대로 모방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생각하는 사람’의 작가를 묻는 질문에 로뎅이 아닌 오뎅이라고 답을 쓰는 기가 막히는 코미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커닝도 실력이라는 말이 된다.

게다가 자꾸 커닝을 할 경우 실력이 급속도로 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나중에는 커닝의 대상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기업 분야로 한정해도 이런 케이스가 전 세계에 무궁무진하다.

이 점에서는 요즘 잘 나가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중국 기업들은 컨셉을 진짜 잘 잡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너 나 할 것 없이 어느 정도 기술을 요하는 카피캣(짝퉁이나 짝퉁 업자)에서 출발, 지금의 대기업을 일궈낸 만큼 이렇게 단언해도 크게 무리는 없다.

대표적 기업으로 텐센트로 불리는 텅쉰(騰訊)을 꼽을 수 있다.

처음에는 남의 손가락을 받는 카피캣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비웃는 이들이 단연코 없다.

‘꿩 잡는 게 매’라고 일단 모방을 통한 고속성장으로 덩치와 실력을 키웠으니 누가 뭐래도 당당해질 수 있는 것이다.

하기야 천하의 삼성도 처음의 출발은 카피캣이 아니었다고 하기 어렵다.

텅쉰은 창업자인 마화텅(馬化騰. 49) 회장이 1998년 27세의 나이에 출범시켰다.

초기에는 당연히 작은 인터넷 메신저 회사에 지나지 않았다.

ICT 산업에 정통한 일부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의 미국의 OICQ와 싸이월드를 모방했다는 설도 없지 않았다.

현재는 사라지거나 거의 유명무실해진 OICQ나 싸이월드와는 달리 텅쉰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이른바 ‘짝퉁황제’ 마 회장은 1971년 광둥(廣東)성 산터우(汕頭)에서 태어났다.

유년시절은 남부의 섬인 하이난(海南)성에서 보냈다.

또 대학은 부모를 따라 이주한 광둥성 선전(深圳)의 선전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했다.

솔직히 말하면 주류와는 거리가 먼 스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야 한다.

능력도 대단히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고 봐야 한다.

어린 시절 남을 깜짝 놀라게 만든 천재성을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진짜 그렇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그는 대학 졸업 후에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무선호출기(삐삐)를 만드는 회사에서 잠깐 일하다 퇴사한 후 학교 동기인 장즈둥(張志東)과 함께 텅쉰을 창업한 것이다.

그의 모토는 간단했다. 베끼되 더 잘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의 베끼기 전략은 예상대로 성공했다.

자국 이용자를 위한 기능을 추가한 게 호응을 이끌어낸 것이 결정적이었다.

창조적 모방 경영의 시작은 이처럼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후 그는 국민 인터넷 메신저로 불리는 ‘QQ’를 탄생시켰다.

이 역시 대박이 됐다.

2002년에는 이용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하면서 시장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는데 성공했다.

2009년에는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으로 변신한 QQ의 가입자 수를 10억 명까지 늘리는 성공까지 거뒀다.

2011년 마화텅은 새로운 창조적 모방에 나섰다.

위챗 로고 인형에 파묻혀 있는 마 회장. [사진=텅쉰]
위챗 로고 인형에 파묻혀 있는 마 회장. [사진=텅쉰]

한국의 카카오톡을 참고해 모바일 메신저 위챗(We Chat. 중국명은 웨이신微信)을 선보인 것이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완전 대세가 되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위챗 페이는 완전 상상을 불허할 만큼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위챗 페이 없는 생활은 이제 불가능하다는 말이 중국인들 사이에서 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그의 거침없는 진격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는다.

게임에도 눈을 돌려 텅쉰을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의 게임 개발사로도 도약하게 만드는 역량도 과시했다.

이를 통해 2018년 텅쉰은 위챗과 게임이라는 두 축을 통해 2018년 4월 회사 설립 20년 만에 아시아 ICT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5000억 달러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재 상태라면 10여 년 내에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의 ICT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계 굴지의 기업인들인 팀 쿡 애플 회장(왼쪽)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과 포즈 를 취하고 있는 마 회장. [사진=텅쉰]
세계 굴지의 기업인들인 팀 쿡 애플 회장(왼쪽)과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과 포즈 를 취하고 있는 마 회장. [사진=텅쉰]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 등이 바짝 긴장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의 성공 원동력은 특별하지 않다.

한 번 꽂히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끈질김을 우선 꼽아야 한다.

더불어 시세를 읽는 눈과 소비자의 입장에서 서비스를 보는 겸허함 역시 거론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그의 사업 경력 20여 년 이상을 관통한다는 예의 창조적 모방 전략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그의 성공 신화는 현재 진행형 내지는 미래형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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