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조현민 "조원태 지지"로 1%p내 박빙승부...국민연금·소액주주 결정에 달려

[사진합성=뉴스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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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놓고 펼치는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의 '반(反) 조원태 연합'의 대결은 결국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4일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 지지를 선언한 가운데 증권가 등이 각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양측의 지분 경쟁은 1.0%포인트 안팎의 박빙 승부일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각종 논란을 무릎 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우리 교민 귀환 전세기에 몸을 실은 조원태 회장의 행보가 국민연금의 환심을 사는 '신의 한수'가 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이명희 고문·조현민 전무 "조원태 지지"

대한항공에 따르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한 한진그룹의 전문 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고문과 조 전무는 이날 공동 입장문을 통해 "한진그룹 대주주로서 선대 회장의 유훈을 받들어 그룹의 안정과 발전을 염원한다"며 "저희는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현 한진그룹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내외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현 경영진이 최선을 다해 경영성과를 개선하고 전문경영 체제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개선 노력을 기울여 국민과 주주, 고객과 임직원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는 한진그룹을 만들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조현아 전 부사장이 외부 세력과 연대했다는 발표에 대해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다시 가족의 일원으로서 한진그룹의 안정과 발전에 힘을 합칠 것을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지난달 31일 조현아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과의 연합전선 구축을 공식적으로 알렸다.

반 조원태 연합측은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의 현재 경영상황이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현재의 경영진에 의해선 개선될 수 없다"며 전문 경영인 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조원태 회장의 연임 승인 여부가 달린 3월 한진칼 주총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연임을 막고 퇴진 요구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 '조원태 32.45% vs 반 조원태 31.98%' 박빙승부

먼저 반 조원태 연합의 한진칼 지분률은 조현아 전 부사장(6.49%)과 KCGI(17.29%)와 반도건설(8.28%) 등을 합쳐 32.06%다. 이 가운데 반도건설 지분 0.9%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총 지분률은 31.98%가 된다.

반면 조원태 회장은 한진칼 지분은 6.25%로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와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이 조 회장 편에 설 경우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한진 총수 일가 지분은 22.45%에 그친다.

여기에 한진그룹의 '백기사'로 알려진 델타항공(10%)의 지분으로 32.45%가 된다. 경영권 참여 의지가 없다고 밝힌 카카오의 지분(1%)은 제외했지만 이를 더하면 조 회장의 지분은 총 33.45%가 된다.

이대로라면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약 0.5~1.5%포인트로 차이로 팽팽히 맞선다.

이에 3월 주총에서는 한진칼 지분 4.11%를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과 작년 3월 한진칼 지분 3.61%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던 타임폴리오자산운용과 개인 등이 캐스트보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명희 고문의 지분을 조 회장 측으로 넣어 계산해도 양측의 지분 격차는 1%포인트에 안팎에 불과해 기타주주 중 외국인과 기관 그리고 소액주주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은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외부 자문기관의 보고서에 근거한 의결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자문기관들의 역할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외부 자문기관에서 조원태 대표이사의 연임을 반대할 만한 뚜렷한 명분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오히려 KCGI의 우호지분으로 등장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우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상황이라 KCGI 측에 찬성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부각시킬 KCGI 측의 논리에 외부 자문기관들의 평가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관투자자와 달리 자유로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소액주주의 경우 현재 경영진보다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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