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으로 이어지나 논란...총선 두 달 전인데 발언시점 부적절 지적도

[사진=뉴스퀘스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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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일 불쑥 "고용연장에 대해서도 이제 본격적으로 검토를 시작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노년층 일자리 문제를 꺼냈다.

물론 세계에서 가장 빠른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일리 있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고용연장, 더 나아가 정년연장의 문제는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클 뿐더러 사전에 해결해야할 노동 현안들이 많아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한 발짝만 더 들어가 살펴보면 현재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발등의 불'은 매달 발표되는 고용 지표에서 나타나듯 경기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40대와 제조업 일자리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어서 다소 뜬금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 대통령이 불쑥 꺼낸 '고용연장' 논란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3개 부처로부터 일자리 정책 관련 업무보고를 주재한 자리에서 "올해 노인일자리 사업은 더 확대된다. 어르신들께는 일하는 복지가 되고, 또 더 늦게까지 사회활동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고용연장'에 대해 언급했다.

이에 이번 문 대통령의 발언으로 '정년연장'의 사회적 논의가 재점화 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정부가 '계속고용제도'의 도입 여부를 현 정부 임기 내인 오는 2022년부터 검토한다고 밝혔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난해 9월 60세 정년은 그대로 두되 기업에 60세 정년 이후 일정 연령까지 고용연장 의무를 부과하면서 재고용·정년연장·정년폐지 등 고용연장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계속고용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계속고용제도가 도입되면 사실상 '정년연장'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늘어난 평균수명과 은퇴연령 등을 고려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판결을 내렸다.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정년 규정에 대한 상향 필요성이 제기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3개 부처의 일자리 정책 관련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고용노동부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3개 부처의 일자리 정책 관련 업무보고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 '정년 연장' 사전 정지작업 없으면 부작용만 초래

그러나 고용 연장을 넘어 정년 연장까지 제도화하려면 호봉제 등 임금체제 개편이나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제도적 정비가 선행되지 않을 경우 현장에서 노사갈등 심화와 청년 취업난 악화, 기업 고용부담 증가에 따른 고용불안 등 부작용만 양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정부의 이런 방침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지 2년여 만에 제도적 정비 없이 추가로 연장하면 기업들의 고용부담만 늘어나는데다 현재 임금피크제 도입도 기업별로 제각각인 상황에서 연공서열형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늘리면 순기능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때문에 이날 노동부는 대통령의 발언이 법정정년 연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고용 연장' 의무화가 아니라 인센티브 제공 등을 통해 기업들이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도록 하는 기존의 '계속 고용' 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고용부가 이날 업무보고에서 밝힌 고용 연장 정책들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현실화하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각종 지원 제도를 마련해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12월 고용보험법 시행령을 개정해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2020년 246억원)을 신설했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은 정년 이후에도 노동자를 퇴직시키지 않거나 정년 후 3개월 이내에 재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고령 노동자의 계속 고용에 따른 비용의 일부(1인당 분기별 90만원)를 정부가 지원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이 고용연장의 필요성을 언급한 시점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총선까지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정년 연장 논의가 불 지펴지면 경제·사회적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둔갑해 불필요한 논쟁만 붙일 우려가 크다"며 "특히 현 시점은 노인일자리 문제가 아니라 제조업을 다시 살리고 40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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