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춘희 대건28봉사단장, 사진=이수형] 최근 올해 회갑을 맞은 고등학교 동기동창생들이 아프리카 우간다-남수단 국경 근처 팔로리냐 지역 남수단 난민촌에 모교 이름을 딴 '대건팔로리냐 중고등학교'를 세워 화제를 모았다.

대구 대건고등학교 28회 동기인 이들 대부분은 1960년생, 올해 우리 나이로 61세다.

환갑을 기념해 이들은 십시일반 모금한 미화 10여만달러로 이 난민촌에 학교건물을 짖기로 한지 3년만인 지난 1월 준공식을 가졌다. 

이춘희 봉사단장을 비롯 8명의 대표단은 지난달 21일 열린 준공식 참석을 위해 설 명절을 이용, 10여일간의 일정으로 남수단 난민촌을 방문한 뒤 돌아왔다.

각자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열흘 이상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역만리 아프리카까지 15시간의 비행을 마다않고 봉사의 의미를 몸소 실천하고 돌아왔다.

뉴스퀘스트는 이들의 봉사단 결성부터 학교 착공식 참석까지의 일정을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춘희(오른쪽 네번째) 단장을 비롯 대표단들이 동대구역에 모여 준공식 참관을 위한 성공적 여정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했다.
이춘희(오른쪽 네번째) 단장을 비롯 대표단들이 동대구역에 모여 준공식 참관을 위한 성공적 여정을 다짐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1. 들어가면서

일상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다.

고정된 틀에서 이탈하는 두려움과 어색함은 여행을 꿈꿀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없어도 잘만 굴러가는 세상이지만 어쩐지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면 무슨 큰일이라도 날 것만 같다.

아직 인생살이 달관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명분이 있다면 사정은 좀 다르다.

이번 우간다 여행이 그렇다.

대건고등학교 28회 졸업생들은 대체로 경자생(庚子生), 즉 1960년생이다.

2020년 올해로 61세 회갑 년이다.

일생에 있어 회갑 년의 의미는 중요하다.

60갑자 한 바퀴 돌고 새로 태어나는 해이기 때문이다.

회갑이 되면 사람은 다시 태어나 한 살이 되니 이 뜻 깊은 회갑 년을 어찌 기념하지 않을까.

정붕진은 고등학교 재학시절 학생회장이었다.

듬직했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동안 격조했던 그가 목사가 되어 아프리카 남수단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남수단은 이태석 신부가 평생을 바쳐 구호활동을 해 온 곳이다.

정 목사는 그곳에서 비참한 실상을 목도하고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꼈음이 분명하다.

그가 동기들에게 회갑을 기념해 남수단에 학교를 세우자고 제안한 것은 비참한 현실을 체험한 결과였을 것이다.

‘61세의 환갑인 고교동기생 61명이 아프리카에 모교의 이름을 딴 학교를 세우다.’

그가 내세운 슬로건이다.

세상만사 어찌 쉽기만 할까마는 뜻이 있으면 길은 있는 법.

동기들 중 학교건립에 동참의사를 밝힌 21명을 발기인으로 2017. 1. 16 대구 영남별장에서 발기인총회를 열고, 규정과 조직을 정비했다.

규약을 초안한 인연으로 본인(이춘희)이 대건28봉사단 단장을 맡고, 봉사단 1차 사업을 남수단 학교건립으로 정했다.

변찬우(김앤장 변호사)가 학교건립사업 추진위원장, 심진완(사업)이 추진위원회 총무, 이수형(회계사)이 감사, 정 목사는 현지 업무를 맡기로 했다.

조직을 갖추었으니 이제 모금할 일만 남았다.

사실 모금이 중요하지 조직 갖추는 것이야 힘들 것도 없다.

예정 모금액은 미화 10만 불이다.

그러나 막상 시작하고 나니 걱정이다.

‘이 많은 돈을 과연 모금할 수 있을까, 분란 없이 제때 사업을 종료할 수 있을까, 공연히 시작해서 평지풍파나 일으키는 것은 아닐까, 쓸데없이 봉사단장 맡은 것은 아닐까,’ 등등

그러나 대건 28회가 어떤 친구들인가? 변찬우를 비롯한 여러 동기들의 통 큰 기부가 큰 힘을 주었고, 심진완의 엄청난 추진력, 이수형의 꼼꼼한 재무관리에 힘입어 후원금 모금은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남수단의 정정불안으로 우간다로 지역을 옮긴 정목사가 NGO인 ‘더멋진세상(Better World)’의 우간다 지부장을 맡아 우간다 국경인 Palorinya지역에서 남수단 난민들을 돕게 되었다.

정목사는 난민촌의 ‘Palorinya Secondary School’이 건물이 없어 초등학교 운동장에 텐트를 치고 수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에 봉사단은 논의 끝에 ‘Palorinya Secondary School’에 건물을 지어주기로 했다.

지역 주민들의 동의로 학교명을 ‘Daegun Palorinya Secondary School’로 개명하고, 약 6에이커(약 7,000평)의 부지를 기증 받아 2019. 9. 행정실, 과학실, 강의실 등 4개동의 공사가 시작되었다.

2019년 12월 중순에 공사대금은 전액 전달되었고, 12. 28. 드디어 목표한 61명의 후원자도 달성되었다.

우간다는 2월이면 신학기가 시작된다.

그러니 늦어도 1월 초에는 공사가 완료될 것으로 보고 준공식 일자를 2020. 1. 21.로 잡았다.

정 목사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그때까지 공사가 완료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다.

준공식 날짜를 잡고 보니 감회가 새롭다.

발기인총회를 개최한지 만 3년 만에 드디어 학교를 세우게 되다니, 이런 날이 오기는 오는구나! 꿈은 이루어지는구나!

이제 남은 일은 준공식에 참석하는 일이다.

아프리카! 우간다! 그것도 난민촌! 그 곳을 여행하리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찌는 더위, 끔찍한 말라리아, 황열병, 파상풍, 장티푸스, 내전, 이디 아민, 엔테베공항. 무언가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그 곳.

우간다를 여행한다는 것은 자못 용기가 필요하다.

더구나 15시간여의 비행, 난민촌까지의 오랜 차량 탑승, 10여일에 걸친 장기간의 여행, 설 명절을 외국에서 보내야 한다는 부담감 등으로 자꾸만 준공식 참가 신청을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봉사단장이라는 직책에서 오는 의무감, 관광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는 얄팍한 명분, 새로 태어난 기념으로 무언가 새로운 경험을 해 보고 싶다는 모험심에서 결국 준공식 참가 신청을 하게 되었다.

고맙게도 이수형, 김희수, 이담, 진중덕, 박득채가 동참의사를 표명하였다. 고맙다.

건립에 공로가 큰 변찬우, 심진완이 함께 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당초 대건고등학교 교감선생님이 동행하기로 하였으나 학교 사정상 김기동 선생이 대신하기로 하였다.

그는 대건고 12년 후배다. 동행자 7명의 공통점은 모두 쥐띠라는 사실이다.

이춘희 단장(오른쪽) 동대구역에 배웅 나온 동기로부터 격려금을 전달받고 있다.
이춘희 단장(오른쪽) 동대구역에 배웅 나온 동기로부터 격려금을 전달받고 있다.

2. 준비는 철저하게

여행을 하려면 준비할 것도 많다.

아프리카 여행은 더욱 그렇다.

우선 의무적으로 황열병 예방접종을 하여야 한다.

말라리아, 파상풍, 장티푸스 예방접종은 권유사항이다.

황열병 예방접종은 대구의료원에서만 한단다.

2019. 12. 13. 박득채를 제외한 대구지역 6인이 함께 예방접종을 했다.

정 목사 왈, 말라리아예방접종은 간에 부담이 있는데다가 설사 걸리더라도 좋은 약이 있으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단다.

생략하고 모기와 싸우기로 했다.

몸에 별다른 부담이 없다고 하기에 파상풍 접종은 하였지만, 장티푸스 접종은 생수를 마시기로 하고 생략했다.

의료원 담당자는 노란 황열병 접종증서를 교부하면서 여권과 함께 잘 보관하라고 당부한다.

대표단 사이에 역할을 분담했다.

이수형과 김희수는 항공권과 ktx 예약, 일정 관리, 정 목사는 우간다 현지에서의 예약과 일정관리, 김기동 선생은 학생들의 성금과 물품관리(축구공)를 맡았다.

나아가 김희수는 공통 부식을, 이수형은 모기장과 의약품까지 담당했다.

의약품은 같은 동기인 박송훈 약사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수형의 제안으로 귀국길에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를 잠시 들르기로 했다.

교문에 부착할 'DaegunPalorinyaSecondarySchool 대건파롤리냐중고등학교’라는 현판, 건립취지문과 기부자 61명의 명단을 새긴 기념물은 이수형이 지인의 도움을 받아 제작했다.

이수형, 김희수의 눈부신 활약에 경의를 표한다.

본인은 단장으로서 ‘업무총괄’이라는 형식적 타이틀만 달고 별로 한 일이 없다.

개인용 모기장을 주문하고, 식사가 여의치 않아 직접 해 먹어야 할 경우를 대비하여 넉넉히 부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남으면 정 목사에게 주고 오면 되니 걱정할 것은 없다.

현지 상황을 예측하지 못하니 자꾸 짐이 늘어난다.

부득이 대형 트렁크 1개를 새로 구입했다.

다소 분주한 준비과정을 거쳐 드디어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이제 출격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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