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보다 전설이 더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

다낭국제불꽃놀이 축제.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다낭국제불꽃놀이 축제. [사진=석태문 선임연구위원]

【뉴스퀘스트=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베트남은 유달리 신화와 전설이 많은 나라이다.

베트남에서 신화와 전설은 옛 이야기에 머물지 않고, 현대인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웅 신화도 많고, 영웅에 대한 존중심도 대단하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설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살아 있다.

신화는 영웅의 이야기이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설은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전설이 신화보다 더 중요시되는 것은 베트남의 이변인지도 모른다.

‘빈랑(구장)과 아레카 나무의 전설’은 신혼부부의 약혼, 결혼은 물론 각종 기념일에 빠지지 않는 살아있는 문화이다.

훙 브엉 3세 왕의 재위기간에 까오(Cao)란 사람은 두 아들, 랭과 탄을 두었다. 너무 잘 생겼고, 닮아서 남들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버지가 유산도 남기지 않고 죽자 두 아들은 아버지 친구 루우(Luu) 집에서 살았다. 루우는 아들이 없어서 딸을 랭(큰 아들)과 탄 중에서 혼인시키려고 했다.

두 아들은 모두 루우의 딸을 사랑했으나, 딸은 결국 동생인 탄과 결혼하게 된다.

실망한 랭은 먼 바다로 나가서 울다 ‘흰 바위’가 되었다. 형을 찾아 나선 탄 역시 그 바다로 가서 흰 바위 앞에서 울다가 ‘아레카 나무’가 되었다.

남편을 찾아 나선 여인은 큰 아레카 나무 기슭에 앉아서 슬피 울다, 아레카 나무의 기둥 주위에 꼬인 식물인 ‘빈랑’으로 변했다.

바닷가에 살던 농민들은 세 사람에 대한 꿈을 꾸었다. 그래서 세 사람의 형제애와 부부애를 기념하여 큰 성전을 지었다.

몇 년 후 훙 브엉 3세 왕이 그곳을 지나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바위와 나무, 식물을 보고 의아해했다.

사람들의 말을 들은 왕은 세 가지를 섞어 보라고 지시했다. 흰 바위 조각, 아레카 너트 조각, 빈랑 잎을 떼어내 태우고, 압착하니, 사람의 피와 같은 붉은 액체가 떨어졌다.

왕은 붉은 액체를 보고, 진정한 형제애와 부부애의 표징이라고 했다.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를 기념하여 왕은 나무와 식물을 전국에 널리 재배하라고 명령했다.

지금까지도 베트남에서는 신혼부부는 물론, 형제자매도 빈랑 잎을 씹는 전통이 있다. 약혼과 결혼식에도 빈랑과는 빠지지 않는 예물이 되었다.

음력 12월 23일은 부엌신의 날이다. 뗏 명절이 시작되기 열흘 전이다. 부엌신은 우리의 조앙신과 비슷한 신이다.

부엌신은 가정의 화목과 행복을 지켜주는 신이라고 한다. 근데 베트남의 부엌신은 남자 둘, 여자 하나, 이렇게 3명의 부엌신이 한집에서 산다.

이날 사람들은 부엌신을 위해 오전 12시 전에 제사를 지낸다. 종이 잉어, 봉헌 서류, 과일류를 제물로 차린다.

제사를 지낸 후에는 종이 잉어, 봉헌 서류를 때운다. 잉어를 제물로 준비한 것은 잉어가 원래 하늘나라에서 살았기 때문이다.

잉어가 잘못을 저질러 지상에서 살게 되었으니, 잉어는 하늘나라로 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제사를 지내고 종이 잉어를 태우면 부엌신은 그 잉어를 타고 하늘나라로 가는 것이다.

하늘나라로 간 부엌신은 옥황상제를 만나 한 해 동안 있었던 가족들에 대한 세세한 것들을 다 보고한다.

누구는 이런 일을 했고, 누구는 저런 일을 했고 등등. 이렇게 보고를 하면 옥황상제는 잘한 집, 잘한 가족에게는 포상을, 못한 집과 가족에게는 벌을 내렸다고 한다.

열흘간 하늘나라에 머문 부엌신은 12월 30일 마지막 날, 다시 그 집으로 내려와서 새해부터 시작되는 가족의 일들을 또 다시 꼼꼼하게 기록한다.

베트남은 영웅을 탄생시키는 신화를 좋아하고, 탄생한 영웅을 존중하는 나라이다.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전설들을 베트남 사람들은 기억하고, 생활 속 문화로 실천한다. 그럼에도 베트남 사람들은 영웅의 신화보다는 보통사람들의 전설을 더 사랑하는 것은 아닐까?

마무리 – 다시 찾고 싶은, 벌써 그리워지는 베트남

지난 1년 간 베트남에 머물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얻었다고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혹 나만이 느낀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필자를 흥분시켰다.

이번에 베어와 민족, 뗏 명절과 전설 이야기를 함께 쓰겠다고 작정한 것은 남은 소재가 많았던 때문이다.

지금까지 얻은 소재보다, 살펴보면 앞으로 나오게 될 소재들이 훨씬 더 많을지 모른다. 베트남을 생각하면 혼자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이다.

베어의 은유성은 하늘천(天)자를 파자(破字)해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을 능가했다. 54개의 다민족으로 구성된 베트남은 단점도 많지만, 충분히 역동성 넘치는 장점으로 계발할 가치가 있는 자원이다.

가장 큰 명절인 뗏은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고향의 부모 같은 존재이다. 1억 인구의 절반 이상이 고향을 찾아 나선다.

공식적인 1주일 연휴는 물론 10일, 혹은 2주가 넘는 긴 휴식은 새것을 준비하고 창의할 수 있는 시간이다.

뗏 명절에 담겨 있는 수많은 문화는 베트남 사람들의 심성을 이루었고, 각종 산업으로도 이어졌다.

베트남 사람들은 신화의 주인공을 존중하지만, 보통 사람들의 전설 이야기에 더 열광한다. 전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살아가는 그들의 현재 모습이라 여겼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전설 속에서 베트남 사람들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끄집어냈고, 결혼 문화와 가족 사랑으로 승화시켰다.

작은 지식도 가지지 못한 채 베트남 이야기를 썼다. 실제로 본 것에 국한해서, 이해한 범위 로 제한해서 말하려 무척 노력했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정답보다 오답이 훨씬 더 많음을 느낀다.

사람, 음식, 문화, 산업에 대해 나름의 분류를 하면서 써 나왔지만, 아쉬움이 크다. 그러나 베트남을 보고, 느끼며 사랑한 시간이었던 것은 분명하다.

거친 글을 읽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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