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 소재의 베이다팡정그룹 본사의 전경. 최근 본업 외의 무리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으로 파산에 직면해 있다. [사진=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 소재의 베이다팡정그룹 본사의 전경. 최근 본업 외의 무리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으로 파산에 직면해 있다. [사진=베이다팡정그룹]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생명이 짧기로 유명한 기업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100년은 고사하고 10년 가는 기업도 드문 것이 현실이다.

중국 역시 용 빼는 재주 없다고 해야 한다.

특히 거품이 꺼지는 요즘은 더욱 그렇지 않나 보인다.

파산의 계절이라는 말이 나돌 만큼 쓰러지는 기업이 진짜 속출하고 있다.

이 와중에 대표적 산학협력의 성공 모델로 유명했던 베이징대학 계열의 베이다팡정(北大方正)그룹이 파산에 직면해 중국 재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베이다팡정은 베이징대가 1986년 설립한 이른바 샤오반(校辦. 대학이 설립했다는 의미) 기업으로 칭화(淸華)대 계열의 칭화홀딩스와 함께 대표적 성공 모델로 손꼽힌다.

특히 지난 35년 동안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거의 발군의 활약을 한 기업으로 불린다.

이로 인해 2019년 말 기준 총 자산이 4000억 위안(元. 68조 원) 가까이에 이른 바 있다.

그동안 덩치도 커져 ICT 분야뿐 아니라 종합상사, 의약 및 의료, 금융, 부동산, 철강 쪽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중국 재계 정보에 밝은 베이징 소식통의 24일 전언에 따르면 하지만 이제 그동안의 폭발적 성장이 무색하게 도산에 직면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유동 자산의 부족으로 최근 만기가 돌아온 20억 위안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 탓이다.

만약 끝까지 이 부채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우선 부도가 나게 된다.

이어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차입한 30억 달러 규모의 부채 상환 압박에도 직면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나아가 숨겨진 부채까지 불거질 경우 쓰러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다.

베이다팡정의 상황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부채 규모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외견적으로 2019년 기준의 자산 대비 부채 비율은 일단 양호해 보인다.

85% 전후에 불과하다.

부도나 파산이라는 단어가 말도 안 된다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국 기준의 부채 비율이다.

국제 표준인 자본 대비 부채 비율을 보면 그야말로 경악이라는 표현도 과하지 않다.

무려 500%에 이르고 있다.

한마디로 베이다팡정의 신화는 부채로 쌓아올린 모래성이었다고 해도 좋지 않나 싶다.

여기에 주주 귀속 당기 순이익도 좋지 않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기업을 존속시켜야 할 의미가 별로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향후 전망도 별로 좋지 않다.

ICT 분야는 그래도 상당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의약 및 의료, 부동산, 금융 사업 등은 말 그대로 물 먹는 하마라고 해도 괜찮다.

사업을 하면 할수록 빚이 쌓이는 구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업계의 분석을 종합하면 전혀 희망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구조조정을 통해 기존의 경쟁력 강한 ICT 분야를 제외한 모든 업체들을 매각 또는 청산할 경우 그래도 나름 희망은 있다고 해야 한다.

톡 까놓고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과거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면 다시 샤오판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확실히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말은 불후의 진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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