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업황 BSI 사상 최대폭 하락...내수 가늠자 영화관람객·고속도 통행량도 '뚝'

26일 대구시 서구 비산동 북부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이 대부분 비어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가 지역에서 급증하며 대구·경북을 잇는 시외버스 운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26일 대구시 서구 비산동 북부시외버스터미널 승강장이 대부분 비어 있다. 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는 코로나19 환자가 지역에서 급증하며 대구·경북을 잇는 시외버스 운행이 절반 이상 줄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최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가 순식간에 우리 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우리경제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듯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비관을 넘어 '체념'의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일반소비자들의 실물 경기도 '올 스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수로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달 기업경기실사지수 자료에 따르면 전(全)산업의 업황 BIS는 전달 보다 무려 10포인트(P) 빠졌으며, 일반 국민들의 소비추이를 알아볼 수 있는 영화 관람객수와 고속도로 통행량 등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 기업 업황 BSI 사상 최대폭 하락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보면 2월 전 산업의 업황 BSI는 한 달 전보다 10p 내린 65로 관련 조사가 시작(2003년 1월) 이후 최대 폭으로 급락했다.

BSI란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데 부정적으로 응답한 기업이 긍정적으로 본 곳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돌게 된다.

경기를 비관적으로 인식한 기업들이 빠르게 늘어난 셈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한 2015년 6월과 유럽 재정위기가 온 2012년 7월,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11월에도 각각 9p씩 내렸었다.

지수 수준도 세계 경기둔화 속에 우리 수출이 연거푸 감소한 2016년 2월(63) 이후 가장 낮다.

한은 관계자는 "2월 기업경기지수는 전체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 업황 BSI(65)가 한 달 전보다 11p 꺾여 2016년 2월(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중국으로 가는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전자·영상·통신장비(71) 업종은 무려 18p 급락했다.

중국산 부품을 구하지 못해 일부 완성차 업체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서 자동차(56) 업종의 체감경기도 18p 급락했다. 자동차 산업과 연관성이 높은 금속가공(54)도 11p 내렸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대기업(72)과 중소기업(58)이 모두 11p씩 떨어졌다. 형태별로는 수출기업이 13p 하락한 72, 내수기업이 10p 내린 61로 나타났다.

◇ 내수 경기도 순식간에 '꽁꽁'

내수 경기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지난 주말 영화관을 찾은 관객 수가 반 토막 났고, 지난주 고속도로 통행 차량도 감소했다.

특히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구는 지난 주말 지하철 이용객 수가 전주 대비 50만명 급감하기도 했다.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지난주부터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과 고속도로, 지하철 등지에서 이용자 수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집계 결과 지난 주말(22∼23일) 국내 영화 관객 수는 총 50만5142명으로, 일주일 전인 15~16일(120만8858명) 대비 58.2%(70만3716명) 감소했다.

전주 주말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5일 연속 발생하지 않으면서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다.

2월 첫째 주부터 셋째 주까지 주말 관객 수를 모두 평균 내더라도 주말 양일간 영화관 관객 수는 약 95만720명으로, 여전히 지난 주말과 비교해 배 가까이 많았다.

이번 주 들어서면서 상황이 한층 심각해지고 있는데 지난 24일 관객 수는 7만7071명에 그쳤다. 이는 2004년 5월 31일(6만7973명) 이후 약 15년 9개월 만에 가장 적은 관객수다.

고속도로 통행량도 최근 감소하는 모양새다.

상습 정체 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신갈JC에서 서울 톨게이트로 향하는 일반 차로의 교통량을 비교한 결과 지난주인 17~23일 통행 차량 수는 55만233대로 집계됐다.

이는 이달 첫째 주(3~9일) 55만5428대, 둘째 주(10~16일) 55만5120대보다 약 5000대 가량 적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구의 경우 지하철 이용객이 급감했다.

대구 1·2·3호선 승차 인원은 19일 30만5790명에서 20일(22만7543명), 21일(18만3211명) 연거푸 급감하더니 주말인 22일과 23일에는 각각 9만7918명, 5만8350명에 그쳤다.

주말만 놓고 보면 22~23일 승차 인원은 15만6268명으로, 일주일 전(66만3794명)의 4분의 1 수준인 셈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다중이용 시설의 이용객 수가 급감하고 고속도로와 지하철을 오가는 인원이 감소한 것은 코로나19 공포 확산에 따른 내수 경기 위축 현상으로 풀이된다"며 "기재부는 이달 초부터 코로나19의 경제적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고속도로 통행량과 철도 승객 수, 극장·놀이공원 등 다중시설 이용객 수, 백화점·마트 등의 국내 카드 승인액 등 속보지표를 30여개를 선정하고 일일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주말에도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2일 주말에도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영화관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앞으로가 더 문제...경기활성화 대책 필요

앞으로가 더 두렵다는 전망도 많다.

기업경기실사지수에도 전 산업 업황전망 BSI는 69로 7p 떨어졌다.

3월 전망도 어둡게 나왔지만 지수 조사가 이달 11~18일에 이뤄진 만큼 국내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난 영향이 반영되지 않았다.

3월 들어 기업심리지수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BSI에 소비자동향지수를 합쳐 산출한 경제 심리지수(ESI)도 8.5p 내린 87.2였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 3월(69.3) 이후 가장 낮다.

음식점, 도·소매 업종이 속한 비제조업(64)의 업황지수는 9p 하락했다. 낙폭은 메르스가 닥친 2015년 6월(11p) 이후 가장 컸다.

이에 정부는 신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통해 경기를 진작시킨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추경과 관련 "최대한 신속하게 편성을 부탁한다. 늦어도 이번 국회 회기 안에 추경 통과를 각오와 목표로 해 밤잠을 줄여서라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상황이 안정되는대로 대대적 소비 진작을 위한 범국민 운동을 펼 수 있게 미리 예산을 확보해달라"며 "소비 촉진을 위한 카드 공제, 한도 확대 등 추가 조치도 검토해달라"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을 기다릴 필요 없이 2조원 예비비를 하루라도 빨리 지원하겠다"며 "정부는 과감하고 신속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강력하게 피해를 지원하고 우리 경제의 소비·투자·수출 둔화를 적극 보강할 1차 패키지 대책 마련에 총력해 이번주 내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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