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변이로 인류 위협하는 바이러스...'RNA'는 세포 밖에서도 자가복제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각국은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치열한 연구에 돌입했다. 

세계 석학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이 연구진이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되며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대결 과정에서 전문가들을 당황케 한 바이러스의 능력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주>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 바이러스는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가? 그들을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할 수는 없는가?

석학들은 바이러스의 기원을 살피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절로 나온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바이러스는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하기 전에 생겨난 존재이며, 어떤 의미에서 생명체 형성의 기반이기도 하므로 그것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수많은 석학들이 이 점을 입증해 왔는데 여기서는 대표적으로 프랑스 생화학자 자끄 뤼시앵 모노(Jacques Lucien Monod)의 설명을 들어보자. 

모노는 1965년 효소의 작용과 바이러스 합성 과정을 연구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했다. 당시까지 학계에서 인간은 여타 생명체와 달리 어떤 독자적인 원리에 따라 탄생된 존재라는 설이 강했다. 

하지만 분자생물학의 발전에 힘입어 진화론이 확고한 지위를 얻으면서 이런 가설은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모노는 여기에 더해 인간은 물질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우연의 산물일 뿐이며, 심지어 바이러스의 후손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1970년 발간된 그의 저서 '우연과 필연'에서 그는 이렇게 설명한다. 

  • 지구상에서 생명체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순차적으로 세 단계를 거쳐야 했다. 첫째는 생명체의 필수적인 화학 성분인 뉴클레오티드와 아미노산이 형성되는 단계이다. 둘째는 이들로부터 복제 능력을 가진 최초의 고분자들이 형성되는 단계이며, 셋째는 이들 '복제 능력을 가진 구조들' 주위에 어떤 합목적적 장치가 구축되어 그로써 원시세포에 이르게 되는 단계이다.(우연과 필연, 자끄 모노, 궁리, 198쪽)
[사진=인터파크도서]
[사진=인터파크도서]

모노에 따르면 위 세 단계 중 첫 번째 단계는 이론상으로뿐만 아니라 실험적으로도 재현할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아직 구현하지 못하는 두 번째 단계와 세 번째 단계에 걸쳐 있는 존재가 바이러스라는 것이다. 

즉 바이러스는 생명의 경계선에 있는 물질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 진화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것이 모노의 설명이다.  

DNA 이중나선의 공동 발견자인 노벨상 수상학자 프랜시스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은 오늘날 분자생물학의 고전으로 인정받는 저서 '생명 그 자체 : 40억년전 어느 날의 우연'에서 이러한 설명을 명쾌하게 뒷받침했다. 

모든 생명체는 DNA에 유전정보를 담고 있으며 그 한 쌍을 이중나선 구조로 유지하고 있다. DNA의 이중나선이 풀리면서 거기 매달린 RNA 조각을 이용해 자신을 복제한다. 이처럼 일반적인 생명체가 DNA 복제로 대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일부 바이러스는 DNA 없이 그 전단계인 RNA 복제로 증식한다. 

이 점이 코로나19를 비롯,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감염병 바이러스의 공통된 특징이다. 단순한 데다 복제하기 쉽고 생체 세포가 식별해내기 어려운 존재라는 점에서 RNA 바이러스는 DNA로 구성된 어떤 세균보다 강력한 복제 능력을 지니는 것이다. 

◇ "바이러스는 세포 밖에서도 증식하며 그 능력을 예단할 수 없다"

사실 바이러스는 매우 단순한 존재이며 그저 분자의 집합체일 뿐이다. 종류와 무관하게 핵산(DNA 또는 RNA)과 이를 둘러싼 단백질로 구성된다. 경우에 따라 피막을 형성하기도 하고 표면 돌기가 있으며 모양에도 공이나 막대기 같이 차이를 보이지만 기본 구성 물질은 같다. 

게다가 '전통적인' 생물의 특징이라 할 호흡도 하지 않고 자극에 대해 반응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혼자 힘으로 증식하지도 못한다. 그저 살아 있는 생명체의 세포 속으로 침투해서그 세포의 분자 제작 과정에 개입하여 그 구조를 왜곡함으로써 자신을 복제할 뿐이다. 결국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명체에 의해 증식하는 존재다. 

이처럼 한계가 명확하다면 바이러스를 통제하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이 깨진 지 이미 오래다. 1963년 DNA 아닌 RNA를 유전물질 즉 게놈으로 가진 'Q베타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부터다. 세계적인 지명도를 지닌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눈먼 시계공'에서 과학자들이 바이러스의 복제 능력에 충격을 받게 된 과정을 생생하게 기술했는데 정리하자면 이렇다. 

'Q베타 바이러스'는 대장균과 같은 장(腸)세균에 기생하며 그 주성분은 RNA다. 

원래 RNA는 DNA 원본을 베껴 만든 일종의 공사 설계도이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는 ‘RNA 복제 효소'라는 것으로 DNA가 아닌 RNA를 베낀다. 물론 이것은 세균 즉 DNA 생명체에게는 필요가 없으므로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다.

'Q베타 바이러스'는 이 효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대신 상대 세포의 단백질 합성 물질들에게 그 효소를 만들라는 지시를 내리는 유전암호를 가지고 있다. 이 지시를 바탕으로 바이러스는 세포 속에서 자신의 RNA를 복제하고, 그 RNA들은 다시 자신을 복제시키며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하여 마침내 세포를 파괴한다. 이어지는 도킨스의 설명을 보자. 

  • 자꾸만 불어나는 이 깡패 기계들로 공장(세포)이 가득 찰 것이고 그 기계들은 깡패 청사진을 쏟아 낼 것이며 그 청사진들은 더욱더 많은 기계를 만들 것이다. 결국 불쌍한 세균은 터져 버리고 수백만 개의 바이러스가 쏟아져 나와서 또다시 새로운 세균을 찾는다. 이것이 바이러스의 생활사이다.(눈먼 시계공, 리처드 도킨스 저, 사이언스북스, 223쪽)
[사진=11번가]
[사진=11번가]

그렇다면 세포 밖에서는...? 이어지는 도킨스의 설명을 보자.

1960년대에 미국에서 S. 슈피겔만과 그의 동료들이화확적으로 분리된 Q 베타 바이러스와 실험으로 얻은 RNA 복제 효소를 세포가 아닌 시험관 용액, 즉 일반적인 물속에 넣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바이러스의 RNA 분자가 스스로를 복제해 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레슬라 오겔과 그의 동료들은 'Ⅴ2'라는 바이러스의 RNA와 복제 효소를 위와 같은 환경에 넣으면서 그들의 합성을 방해하는 독극물을 함께 집어넣었다. 

처음에는 합성 속도가 떨어지더니, 아홉번 째 시험관에 이르자 그 독극물에 내성이 생긴 새로운 혈통의 RNA가 복제되어 나왔다. 진화를 통해 돌연변이 RNA가 생긴 것이다. 독극물의 농도를 점차 강화시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100개의 시험관을 거치면서 처음의 RNA와는 비할 수 없는 능력치를 가지게 된 이 RNA에 과학자들은 'V40'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심지어 이 RNA는 복제 효소 없이도 자신을 복제해 과학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후 이것은 RNA가 용액 속에 있는 아연을 촉매로 이용한 것이라 추정된다. 

이는 바이러스가 세포 바깥에서 자연상태의 물질을 이용해 복제에 성공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초기와 다른 유전적 구성을 지닌 돌연변이 바이러스로 진화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바이러스에게 무슨 생각이 있어서가 아니라 순전히 우연에 의해서만 이런 일이 가능하며, 그러므로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통제하기란 애초 불가능함을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 실험들은 자연선택이 완전히 자동적이며 아무런 사전 계획도 자연선택에 개입하지 않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단지 바이러스의 RNA가 갖고 있는 구조가 세포 속에 있는기계들로 하여금 바이러스의 RNA를 복제하도록 만드는 일이 벌어진 것뿐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들은 자동적으로 어떤 계보를 형성하고, 또한 복제 과정 중에 가끔 실수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생겨난 것들은 그전 것보다 복제를 '더 잘할' 것이다. 왜냐하면 누적적인 자연선택이라는 강력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눈먼 시계공, 226쪽)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DNA 이중나선의 발견자인 제임스 왓슨이나 프랜시스 크릭 같은 학자들도 처음에는 이러한 사실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1970년 하워드 테민과 데이비드 볼티모어가 RNA에서 DNA를 만들어내는 '역전사 효소'를 발견하면서 더는 의문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아마도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는 그중 가장 유명한 순수 RNA 바이러스일 것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인체 내에서 역전사효소의 도움을 받아 RNA에서 DNA를 만든 다음 그 DNA를 숙주세포의 염색체에 삽입해 무서운 질병을 일으켰다. 오늘날 강력한 인체 감염력을 지닌 대다수 바이러스들이 RNA 바이러스이며 코로나19도 같은 경우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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