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강력 통제하고 기업들은 지원...시진핑, 우한 방문으로 '코로나 탈출' 과시
이번 사태로 온라인 공유비즈니스 등 신산업 탄생도 예상..."올해 6% 이상 성장"

10일 중국 우한시 우창에 마련된 임시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완치된 코로나19 환자를 내보낸 의료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중국 우한시 우창에 마련된 임시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완치된 코로나19 환자를 내보낸 의료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중국 경제가 '코로나19'의 공포에서 벗어나며 관민(官民)합작을 기반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5일 3892명으로 4000명에 육박하던 중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이달 8일 현재 46명으로 줄었다. 총 사망자가 3100명인 가운데 이날 사망자도 27명에 그쳤다. 

발병지인 우한시와 후베이성의 신규 확진자가 41명, 사망자가 27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곳을 제외하면 신규 확진자 5명, 사망자 0명으로 중국 전역이 안정세로 돌아선 셈이다. 

◇ 시진핑, '코로나19 통제 가능' 과시

1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그 동안 임시진료소 기능을 했던 우한 팡창(方艙, 네모난 객실이란 뜻) 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말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먼저 병원 의료진과 환자를 위로한 시 주석은 이어 인민해방군, 기층 간부, 주민 등을 차례로 만나 격려했다. 

시 주석은 이로써 국가가 인민전쟁으로 규정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승기를 잡았음을 대내외에 과시한 셈이다.

팡창 병원도 이날 시 주석의 방문을 마친뒤 마지막 환자가 퇴원하면서 휴원에 들어간 상태다. 

9일 신화사는 시진핑 주석의 관심사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빈곤과의 전쟁으로 이미 옮겨가는 중이라면서 "절대 어느 소수 민족과 지역 하나도 낙오되어서는 안된다"는 업무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우한시가 전격 봉쇄에서 40여일 만에 해제되는데는 현지 주민의 노력과 더불어 기업들의 지원이 컸다. 

먼저 직접 접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터넷 기업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우한 살리기에 나섰다. 

알리바바와 차이냐오(菜鸟) 물류는 각각 4000만개, 2600만개의 의료 물자를 수송했고, 허마(盒马)와 어러머(饿了么)는 주문배송시스템을 이용해 식사를 제공했다.

공유차량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의료진과 지역 주민들을 실어 날랐고, 바이트댄스(字节跳动)는 온라인 무료 영화를 제공했다. 

우한을 성도로 둔 후베이성의 경우 1월말 멈추다시피 했던 친황다오 경제기술개발구가 일제히 조업 재개에 나서 현재 대부분의 업체가 평시 생산 능력을 회복했다.

특히 마스크 생산업체인 후베이 진제위생과학기술유한회사는 원재료 부족으로 생산중단에 직면하자 설비를 일부 리모델링했고 당국이 이를 즉시 승인해 대량생산이 이루어졌다.

이곳을 포함해 중국 전역의 마스크 생산량은 1억1000만개(3월2일 기준)로 전달에 대비해 52배로 늘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한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타 지역 산업 현장은 더욱 빨리 회복되는 모양새다.

1일 헤이룽장성 공업기업 3268개 가운데 2098개가 조업과 생산을 재개해 64%의 조업 재개율을 보였다. 대표 무역항인 광둥성 선전시는 2일 9187개 기업이 생산을 재개해 94.51%의 가동률을 기록했으며 3일 북부 헤이룽장성 하얼빈(哈爾濱)시도 90%의 가동률을 신고했다.

CCTV에 따르면 6일 기준 중국 각 성(省)의 중점 프로젝트 조업 재개율은 79%, 산업 거점인 남부 지역의 경우 93%에 달하고 있다. 

10일 중국 충칭시 장베이구 한 전자업체에서 노동자가 제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중국 충칭시 장베이구 한 전자업체에서 노동자가 제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우한 사태 이후 中산업 판도 변화 조짐

2003년 사스는 베이징 중관춘의 평범한 점포이던 징둥(京东)을 굴지의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바꿨고 마윈(马云)의 알리바바를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로 성장시켰다.

이제는 코로나19를 배경으로 온라인·클라우드·공유 비즈니스 같은 신산업과 그 대표 기업들의 탄생이 예상된다.

3일 중국 정부가 16개의 새 직업군을 추가했는데 여기에 스마트 제조기술자, 산업 인터넷기술자, 가상현실 기술자, 드론 도킹 기술자, 인공지능 훈련사 등 인터넷 IT 업종이 대거 포함되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는 "(우한 사태와 관련) 생산 제조와 건축 분야의 기술 혁신이 새 직업군을 탄생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상당 수 오프라인 중심의 생활과 소비가 온라인 클라우드로 옮겨갈 것으로 중국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가령 신선 식품의 봄철 주문판매량은 일반적으로 저조한 편인데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온라인 예약 주문이 폭증했다.

병원도 이런 흐름을 따라가는 중이다. 이미 많은 병원들에서 온라인 진료를 개설했다. 알리건강에 따르면 1월 30일 기준 온라인 무료 진료 누적 이용자 수는 280만명을 넘었는데 이 추세는 가속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온라인 교육, 온라인 회의, 재택근무 지원시스템이 속속 도입되는 중이다.

알리딩톡에 따르면 2월 중 200만여 기업이 온라인으로 건강 정보 관리를 진행했고, 화웨이 등이 원격 회의 플랫폼을 무료 개방한 데 힘입어 약 2억 명이 동영상 회의를 개최했다.

부동산 컨설턴트들은 생방송 BJ로 변신해 스튜디오를 '분양사무실'로 만들었다.

외식업체들은 생방송으로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나섰고 여행업체들은 '클라우드 관광'으로 기존 사무실이나 여행 가이드북을 대체했다.

공유모델도 느는 추세다.

2월 10일자 인민망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로 직원들의 정상적인 출근이 어려워지자 베이징 윈난 등 지역 요식업체와 대형 마트들은 '직원 공유'를 통해 이를 해결했다.

다른 업체로 직원을 보내기도 하고 현지 업체를 통해 직원을 대리해 뽑기도 했는데 월마트는 일시 휴직중인 타 업체 직원을 자사로 출근시키기도 했다.

쑨바오원(孫寶文) 중앙재경대학 교수는 "코로나19가 지나간 후 '현대화 거버넌스'가 '전통 거버넌스'를 빠르게 대체하고, 스마트시티 건설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재난에서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감염병 방역과 유동인구 모니터링에 활용한 것처럼, 데이터를 통한 도시관리 시스템이 기존 방식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안후이대 류샤오윈(劉曉雲) 교수는 "이번 사태로 우리는 중국 디지털 경제의 전망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향후 클라우드 컴퓨팅, 사물인터넷, 5G 등은 새로운 업그레이드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전국에 이동제한령이 발효된 첫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인적이 끊긴 로마 콜로세움 주변. [사진=연합뉴스]
이탈리아 전국에 이동제한령이 발효된 첫날인 지난 10일(현지시간), 인적이 끊긴 로마 콜로세움 주변. [사진=연합뉴스]

◇ 유럽 '코로나 충격' 속 中은 '본격 성장세'

중국과학원은 중국 경제의 '안정 속 성장'을 자신했다.

연초 중국과학원 예측과학연구센터는 '2020년 중국 경제 예측'에서 자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1% 안팎을 기록할 것이라고 보았다.

중국 내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이 전망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와 관련 5일 중국 상무부 대외무역사 리싱첸(李興乾) 사장이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수출입 파동은 불가피하지만 그 영향은 일시적이고 단계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 사태로 2월 중 대외무역 기업들이 수주·계약·물류·무역장벽 등의 요인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 속에 기업들이 문제점을 빠르게 해소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중국에서 조업중인 한국 기업들에도 이러한 회복세가 완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중국 내 최대 생산라인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가 대표적인 경우다. 현대차 베이징공장은 코로나 사태로 부품공급이 막히면서 사실상의 가동 중단을 겪었다.

4일 중국망은 "코로나19 방역업무가 성과를 거두어 베이징현대차가 생산을 전면 재가동,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이라며 "방호물자를 충분히 확보하고 기존 교대근무를 취소하는 등 직원 안전을 보장하는 가운데 생산 재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2003년 사스 당시에 베이징 공장에서 철수하지 않고 현지 직원들과 함께 방역에 임해 중국인들의 높은 호응을 얻은 경험이 있다.

이번 코로나19 발생 초기, 현대차는 500만 위안(8억6000만원) 상당의 의료물자를 기증했고 후베이성 적십자사에 100만 위안의 성금을 기부했으며, 의료용 마스크 등 방역물자 구입비용으로 100만 위안을 내놓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 사태가 자동차 업황에 미칠 영향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당장은 전염병과 자동차 시장의 재고 경쟁 압력이라는 이중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도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혁신과 개혁을 가속화시켜 중국 자동차업계를 더욱 튼튼하게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차이나의 경우 그간 다양한 방식으로 방역을 지원해왔고, 3월 들어 베이징 지역 업무를 정상화했다. 

칭다오 등 중국 각지의 한국 기업들도 방역 지원과 조업 재개를 병행하고 있다.

칭다오시 지모(即墨)구에 소재한 칭다오뤄위안기계유한공사는 방호복 제작에 필요한 압조기를 생산하는데, 중국 내에 압조기 수요가 급증하자 초과 근무를 감행하며 조업률을 높여 방역을 지원해왔다.

중국이 해외의 예상을 앞당겨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키면서 빠른 회생 속도를 보이자 외신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중이다.

5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코로나 사태를 통제하면서 세계 투자자들의 새로운 안전피난처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뉴욕타임스가 "중국은 여전히 자국 내 이동통제를 실시하는 중"이라고 보도했지만 시진핑 주석의 우한 방문 소식에 10일 상하이지수는 급등했다.

11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이란에 이어 이탈리아에 방역 물품 지원을 약속했다. 시진핑 주석의 우한 방문을 계기로 한층 강화된 중국 정부의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이 코로나19로 연일 전전긍긍하고 미국 내 전파 속도도 만만치 않은 가운데 본격 성장세를 예고한 중국의 행보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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