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中체제우월 주장에 韓 사례로 반박...투명한 보고·시민참여 방식 등 소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 서울병원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드라비브 스루는 효과적인 코로나19 진단 방법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대 서울병원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드라비브 스루는 효과적인 코로나19 진단 방법으로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선태 기자】 세계 보건기구(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코로나19의 효율적인 대처 방법'을 둘러싸고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해묵은 체제 논쟁이 소환되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진영에서 가장 모범적인 코로나19 대처 국가로 한국이, 권위주의의 대표로는 중국이 비교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중국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주의 우월성 입증"

지난 2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중국은 이탈리아와 원격 의료 등의 분야에서 협력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제츠(楊潔篪) 중공중앙정치국 위원은 일본 아베 총리와의 회담에서 "일본의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계속해서 힘닿는 한 지원과 도움을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관영 중국망은 사설을 통해 "중국의 원조 행동은 책임감 있는 대국의 모습을 구현했다"고 썼다.

이 모두는 중국 정부가 당과 국가의 주도 아래 지역 봉쇄와 집중 방역이라는 초강수로 대처해 극적인 성과를 낸 데서 비롯한다. 

이를 두고 인민일보는 4일자 논평에서 "중국의 제도적 장점을 보여준 일이자 중국 공산당의 우월성을 입증한 일"이라 자찬했다.

중국공산당은 기관지를 통해 "이번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중국 인민의 선도자로서 중국공산당이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통치력을 갖춘 정당임을 입증했다"고까지 확대 해석했다.

이어 10일 시진핑 국가 주석은 코로나19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코로나19 통제에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장면이 전 세계에 전파를 타면서 중국의 자부심은 절정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신화망은 11일자 논평에서 "이번 코로나19 방역은 국가 관리 체계와 능력을 시험한 것"이라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말을 인용했다. 중국 사회주의 체제가 시험을 거뜬히 통과해 서방 체제에 비해 "국민의 이익을 보호하는데 효과적인 시스템"임을 입증했다는 설명이다.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이 지금 수준에 그친다면 이와 같은 중국의 주장은 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 칼럼니스트 조쉬 로긴이 강력한 반론을 폈다.

로긴은 11일자 워싱턴포트스지 "한국의 사례는 민주주의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항하여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제하 기사로 이를 설명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코로나19 발병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 전염병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했다고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우한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을 방문해 환자 및 의료진을 화상을 통해 격려하는 모습. [사진=신화/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0일 코로나19 발병 이후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 전염병의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을 방문해 의료진과 환자를 격려했다고 중국의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우한의 훠선산(火神山) 병원을 방문해 환자 및 의료진을 화상을 통해 격려하는 모습. [사진=신화/연합뉴스]

◇ "한국이 민주주의로 코로나 통제 입증했다"

로긴은 중국의 주장에는 명백한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중국 측이 초기에 사태를 방관한 결과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되었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그들이 성공했다고 말하려면 이를 외면해야 하는 엄청난 믿음의 도약(gigantic leap of faith)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중국의 대처를 '승리'라고 칭찬하려면 그에 앞서 상당 기간 지속된 은폐와 실수를 무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한시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보고된 때는 지난해 12월 1일이며 그것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종임은 즉시 확인되었다.

하지만 인구 1000만의 대도시 우한 당국자들은 이를 대단치 않게 여겨 수만 명이 거리에서 음식을 나누는 만인연(萬人宴) 행사까지 허용했다. 

이후 WHO가 병원체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지만 중국 정부는 공식 답변을 주지 않았고, 1월 중순에 이르기까지 "사람 간 전염 증거는 없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후 상당 수 우한 시민들이 춘제를 맞아 도시를 빠져나간 가운데 영국에서 우한시 감염자가 1723명을 넘어섰다는 추정까지 나왔다. 

1월 20일 감염자가 우한을 넘어 베이징 선전 등으로 확대되고 한국과 미국까지 이어진 뒤에야 인민일보는 신종 바이러스로 중국 내 확진자가 폭증하는 중이라 보도했다.

알려진 대로 중국 정부는 '우한 봉쇄령'이라는 초강수로 대처, 자국 내 확산을 가까스로 막아냈다. 하지만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까지 저지할 수는 없었다. 

결국 중국은 코로나19의 조기 방역 기회를 놓쳐 글로벌 팬데믹의 원인을 제공했다. 때문에 제도의 힘으로 자국 방역에 성공했다고 말하기 앞서, 어떤 문제 탓에 초기 방역에 실패했는지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로긴은 "일부 민주 국가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 인정했다.

감염병 통제에 대한 확신을 주는 대신 대중의 패닉을 야기한 이탈리아나 정치적 이유로 점증하는 위기를 과소평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을 사례로 들었다.

로긴은 이를 개방 사회 모델 즉 민주주의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정부의 잘못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명백히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한 경우가 있었는데 한국이 그렇다고 소개했다.

한국은 "상황을 숨기고 단속하고 심지어 감금도 불사하는" 중국과 달리 "공중을 교육하고, 투명하게 보고하며, 시민참여를 유도하는 방식(education, transparency and mobilizing civil society)"으로도 중국 못지않게 강력한 방역 조치가 가능함을 입증했다는 것이다. 

◇ "민주주의는 불완전하지만 훼손불가한 가치"

로긴은 "이를 기반으로 한국 정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로 감염 테스트를 진행해 왔는데 그 또한 민주주의 체제에 익숙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고와 참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이 대중 집회를 취소하고 종교 의례를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현상은 중국에서는 볼 수 없다.

게다가 지역 팬데믹 현상이 일어난 대구와 경북은 중국 우한과 후베이처럼 봉쇄되지 않았으며 그렇게 하고도 코로나19 환자를 극적으로 감소시키는 중이다.

한국의 진료 속도에 관해서는 9일 "미국이 한국에 뒤처진 이유가 뭐냐" 묻는 질문에 미 보건당국자가 결함을 인정했다는 보도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물론 확진자의 동선을 일일이 밝혀 인권 침해 소지 논란이 있고, 중국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신천지와 같은 이단 종교의 활동이 사태를 악화시키는데 기여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격리 조치에 완벽하게 호응하는 일과 같이 어떤 면에서는 중국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 중국인들이 한국과 같이 공공교육과 투명성 및 개방성에 입각해 대처했다면 세계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 직면했을까.

이런 질문을 남기며 로긴은 "민주주의가 권위주의에 비해 모든 면에서 낫지는 않지만 개인의 자유와 정부의 책임 사이에 균형을 이루도록 추동하는 제도임이 틀림없다라"는 말로 그 훼손될 수 없는 가치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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