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외우고 싶고 베끼고 싶은 65편의 시
안도현 엮음 / 신철 그림 / 모악 펴냄

뉴스퀘스트가 어려움에 처한 한국 출판계를 응원하기 위해 출판사 편집자가 직접 자신이 편집한 책을 소개하는 코너를 신설합니다. 책을 만들 때의 에피소드와 책 내용 등을 생생하게 담아낼 예정입니다. 뉴스퀘스트는 우리 출판사들을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모악출판사]
[사진=모악출판사]

모악출판사는 전북 전주에 자리 잡고 있는 작은 출판사입니다.

지방에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좋은 문학작품을 출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특히 소외되었지만 좋은 시를 쓰는 시인에게 출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매의 눈’같은 밝은 눈을 가지려고 합니다.

모악출판사는 2019년 엔솔로지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시인 안도현 시인이 엮고 화가 신철이 그린 그림을 곁들인 아름다운 시집입니다. 

서정과 서사와 감성, 예술적 감동의 삼위일체!

안도현 시인은 오랫동안 시를 써오면서 시를 널리 알리는 일을 함께 해왔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부터 중학교와 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지냈으며 지금은 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있다.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활발한 창작 활동과 함께 시를 가르치는 일을 해온 안도현 시인이 시를 잘 이해하고 시의 참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시집을 펴냈다.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에는 안도현 시인만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가려 모은 65편의 시가 담겨 있다.

황동규, 이성복, 정희성, 천양희, 도종환, 송찬호, 함민복, 김해자, 장석남, 문태준, 손택수, 박성우 등 거장부터 중견과 신진에 이르기까지, 한국 시단을 이끌어가는 쟁쟁한 시인들의 빛나는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삶의 터전 곳곳에서 영혼의 언어로 길어 올린 시편들에는 웅숭깊은 사유가 서정적 언어로 수놓아져 있다.

그 시편들의 행간에 숨어 있는 의미를 안도현 시인은 특유의 섬세한 언어로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안도현 시인의 해설을 통해 독자들은 또 다른 시적 질문과 만나고, 그에 대한 응답을 발견하면서 시를 읽는 즐거움은 더욱 커진다.

그리하여 한 편의 시는 단순한 감동으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 그에 화답하는 과정을 거쳐 더 넓은 예술적 공감의 장으로 나아간다.

이처럼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은 다채로운 시의 정원에 펼쳐진 서정과 서사와 감성의 세계로 독자들을 이끌어준다.

시를 읽는 일로 생을 통과하는 사람이 시인이다!

안도현 시인은 말한다. 시인이란, “세상의 모든 말과 우주의 예사롭지 않은 기미를 날카롭게 알아채는 사람“이라고.

“좋은 말 한 마디, 빛나는 문장 하나를 품고 있어도 하루 종일 외롭지 않은 사람“이라고. 그런데 시를 사랑한다는 것은 시를 쓰는 행위일까? 아니면 시를 읽는 행위일까?

안도현 시인은 다시 말한다. “시를 쓰지 않지만 시를 읽는 일로 생을 통과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훨씬 시인에 가깝다”고.

지금 이 순간,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에 수록된 시편들을 가만히 외우고 몰래 베끼고 있는 당신이 바로 시인이라고.

어머니가 주신 반찬에는 어머니의

몸 아닌 것이 없다

입맛 없을 때 먹으라고 주신 젓갈

매운 고추 송송 썰어 먹으려다 보니

이런,

어머니의 속을 절인 것 아닌가

-이대흠의 「젓갈」 전문

“오랜 시간 간장이 짓물러지도록 살아온 어머니와 그 어머니의 속을 태우며 살아온 화자의 모습이 이 짧은 시 속에 다 들어 있다. 우리는 시가 반성의 양식이라는 걸 여기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젓갈 때문에 잠시 숙연해지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속을 절여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건네줘 보았나.” -안도현 시인의 해설 중에서

오동나무 밑을 지나가는데 아이 하나가 다가온다

동그랗게 말아 쥔 아이의 손아귀에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린다

얘야 그 손

풀어

매미 놓아주어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너 평생 우는 손으로 살아야 한단다

-유홍준 「우는 손」 전문

“아이에게 매미는 신기한 놀이지만 매미에게 아이는 저승사자다. 시인은 매미를 놓아달라고 점잖게 요청한다. 5행의 ‘풀어’는 단 두 글자인데 매미라는 미물을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무시무시한 힘을 발휘한다. 그 어떤 구호보다 강력한 울림을 만드는 두 글자다. 우리는 지금, 혹시 우는 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안도현 시인의 해설 중에서

아슴아슴하고 따뜻한 그림과 함께하는 시 읽기!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은 독자들에게 시 읽기의 참맛과 함께 회화적 상상력을 음미하는 기쁨도 선사한다.

시집 곳곳에 보물처럼 자리하고 있는 신철 화백의 감성적 그림들은 읽는 즐거움을 넘어 보는 즐거움까지 누리게 한다.

65명의 시인이 쓴 65편의 개성 넘치는 시편과 안도현 시인이 조곤조곤 들려주는 친절한 해설, 여기에 아슴아슴한 선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색채로 이루어진 신철 화백의 그림은 입체적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특별한 예술적 체험을 안겨주는 시집 『이 시를 그때 읽었더라면』은 세상살이에 지친 독자들에게 편안한 위안과 더불어 새로운 희망과 설렘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엮은이 안도현 / 그림 신철 / 발행일 2019년 2월 28일 / 펴낸 곳 모악 / 책 크기 140×220mm / 페이지 1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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