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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응백의 국악인문학⑯] 가사 '매화가'와 기생의 헛된 꿈
[하응백의 국악인문학⑯] 가사 '매화가'와 기생의 헛된 꿈
  • 하응백 문화에디터
  • 승인 2020.03.17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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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기생 계월향(전채용신 팔도미인도 중. 부분).
평양기생 계월향(전채용신 팔도미인도 중. 부분).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가곡하면 보통 사람들은 슈베르트나 홍난파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우리 고유의 가곡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2010년 우리 가곡이 유네스코 세계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우리 전통의 가곡은 시조를 관현악 반주에 맞추어 노래하는 성악곡으로 <만년장환지곡(萬年長歡之曲)>이라고도 불렀다.

시조는 말 그대로 시조창을 말한다.

가사(歌詞)는 가곡과 시조의 중간 성격을 띤다. 열두 노래를 한 틀로 삼아 부르기 때문에 12가사라 부른다.

<백구사>, <황계사>, <죽지사>, <춘면곡>, <어부사>, <길군악>, <상사별곡>, <권주가>, <수양산가>, <처사가>, <양양가>, <매화가> 등이 12가사이다.

이중 <매화가>는 민요풍이며 통속적이라 하며 격이 낮은 가사로 취급했지만, 대중적으로는 더 잘 알려졌다. 그 노랫말은 이렇다.

매화(梅花)야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를 온다

옛 피었던 가지마다 피염즉도 하다마는

춘설(春雪)이 하 분분(紛紛)하니 필지말지 하노매라

북경가는 역관들아 당사(唐絲)실을 붙임을 하자

맺세 맺세 그물을 맺세 오색당사로 그물을 맺세

치세 치세 그물을 치세 부벽루하에 그물을 치세

걸리소서 걸리소서 정든 사랑만 걸리소서

물 아래 그림자 졌다 다리 위에 중이 지나를 간다

중아 중아 거기 잠깐 섰거라 너 가는 인편(人便)에 말 물어를 보자

그 중이 백운(白雲)을 가르치며 돈단무심만 하는구나

성천(成天)이라 통의주(通義州)를 이리로 접첨 저리로 접첨 개어 놓고

한 손에는 방추 들고 또 한 손에 물박 들고

흐르는 청수(淸水)를 드립더 덥석 떠서

이리로 솰솰 저리로 솰솰 출렁 축쳐

안 남산에 밖 남산에 개암을 심거라 못 다 먹는 저 다람

이 노랫말에서 앞 세 구절 즉 ‘필지 말지 하노매라’까지는 평양의 ‘매화’라는 이름의 기생이 지었다는 시조이다.

봄에 눈이 오니 매화가 필지말지 모르겠다는 것. 무엇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이 가사는 매화라는 기생이 춘설이란 기생을 질투하여 생겨났다는 설도 있으나 확실하지 않다. 그 다음부터는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갑자기 북경 가는 역관은 왜 이 등장했을까? 기생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조선시대 역관은 북경 가는 사신을 수행해 여러 역할을 했다. 일종의 사무역(私貿易)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것이 큰 이문을 남긴다.

예를 들면 청나라의 벼루 같은 귀중품을 수입해 조선에 팔고, 청심환이나 조선의 모피와 같은 조선 특산물을 중국에 팔면 폭리를 취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역관들은 자연스럽게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사대부들보다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부자인 역관도 많았다.

이들이 북경을 오갈 때 지나는 고을이 성천, 평양, 선천, 의주 같은 곳이다. 이곳에는 관아와 기생이 있다.

사신 일행의 수발을 들고 음식을 내놓는 것도 기생이다.

이때 기생 처지에서 역관 하나를 요즘 말로 ‘잡기만’ 하면 팔자를 고칠 수가 있다.

사신이야 워낙 높으신 분이니 어찌할 도리가 없겠지만, 역관이야 중인 신분이니 기생 입장에선 말이 통하지 않을 것도 없다.

그러니 오색당사로 역관을 묶고 그물을 쳐서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것이 기생의 당면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든 역관을 유혹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여 기생은 역관 하나와 깊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돌아서면 무심한 것이 남자의 마음이다.

더군다나 북경에 한 번 가면 돌아오기가지 최소한 몇 달이 걸린다.

돌아온다고 해도 자신에게 다시 올 기약은 없다. 기생은 속이 탈 수 밖에 없다. 답답하게 무엇을 기다릴 때 기댈 곳은 점을 치거나, 고명한 스님에게 물어보는 것이 지금이나 당시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때 마침 지나가는 스님이 있어 기생은 물어본다.

그 사람 언제 오겠느냐고. 나에게 한 밑천 주겠느냐고. 무심한 스님은 역관이 언제 온다는 소리는 하지 않고 뜬구름만 가리킨다.

‘인생은 뜬구름 같다’는 뜻일 수도 있고, ‘뜬구름 잡는 소리 하지 마라’의 표현일 수도 있다. 여자는 더욱 애가 타서 맑은 물을 떠 놓고 기원을 드린다. 그래도 임은 오지 않는다.

노랫말의 마지막을 보면 이 남산, 저 남산에 개암을 심어도 못다 먹는 다람쥐 이야기가 나온다. 기생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역관으로부터 외면당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아무리 유혹의 씨를 많이 뿌리면 무엇할까.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이다.

역관을 ‘꼬셔서’ 한 밑천 잡아, 기생 신분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기생의 원대한 꿈은 사라지고 만 것이다.

그렇게 보면 <매화가>는 신분상으로 천민이었던 기생들의 사라져버린 신기루에 대한 넋두리이며, 자기 신세 한탄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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